좋은 콜레스테롤 VS 나쁜 콜레스테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의 ‘재료’
콜레스테롤은 중성지방과 더불어 우리 몸의 대표적인 지방의 하나다. 중성지방은 포도당과 함께 인체의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지방이지만 에너지원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그 대신 세포막의 중요한 구성 성분으로 기능적인 부분을 맡으며, 성호르몬과 부신피질호르몬의 중요한 원료가 된다.
콜레스테롤은 인체의 거의 모든 장기에서 합성할 수 있다. 특히 간에서 많이 만든다. 간이 콜레스테롤을 만들어 다른 장기에 주는 것은 이유가 있다.
첫째 정소, 난소, 부신피질은 왕성하게 호르몬을 합성하는데, 이렇게 호르몬을 합성하려면 원료인 콜레스테롤이 많이 필요하다. 이처럼 많은 콜레스테롤은 이들 기관이 스스로 만든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므로 간에서 만든 것을 보내줘야 한다.
둘째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포는 여러 이유로 손상됐다가 복구된다. 세포막의 구성 성분은 콜레스테롤이며, 손상된 세포막을 복구하려면 콜레스테롤이 많이 필요하다. 간에서 만든 콜레스테롤이 바로 여기에 쓰인다.
문제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큰 숙제인 ‘잉여 콜레스테롤’이다. 간이나 장기에서 만든 콜레스테롤을 사용하고 남은 것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몸에 쌓이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기는 콜레스테롤을 만들 수 있지만 분해는 오로지 간에서만 할 수 있다.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분해된 뒤 최종 산물인 담즙산이 돼 담도를 통해 장으로 배출된다. 특이한 점은 이렇게 장으로 배출된 담즙의 약 90%가다시 흡수돼 간으로 보내진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이 거의 대부분 재흡수 되는 이유는 그만큼 구하기 힘든 귀한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그럼 흔히들 말하는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어느 수준부터 위험한 걸까? 그리고 그 기준은 뭘까? 고지혈증의 기준인 총 콜레스테롤 240mg/dl는 미국의 MR-FIT 연구 결과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총 콜레스테롤이 190mg/dl 이후부터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증가하기 시작해 240mg/dl에 이르면 사망률이 2배로 높아진다. 경계적 위험선은 200mg/dl으로 정했다.
하지만 인종적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콜레스테롤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이 미국인과는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인은 총 콜레스테롤이 190mg/dl에서부터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따라서 한국인의 총 콜레스테롤 경계적 위험선은 미국보다 10mg/dl이 적은 190mg/dl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콜레스테롤 낮아도 중성지방 높으면 동맥경화증 위험
LDL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증을 일으킨다고 해서 ‘나쁜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증을 막는다고 해서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한다.
콜레스테롤은 물에 잘 녹지 않으므로 혈액 속에서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고, 운반체인 지단백 속에 들어 있다. 지단백은 크게 LDL, HDL로 나뉘는데, LDL은 간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을 말초 조직으로 운반하는 반면 HDL은 말초 조직에서 간으로 콜레스테롤을 운반한다. 두 가지 지단백의 방향은 정반대이지만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것은 똑같다.
따라서 LDL도 몸에 꼭 필요한 것으로, 문제는 LDL이 너무 많은 경우에 생긴다. 잉여 LDL은 동맥의 내피세포 아래로 침투해 들어가는데, 이것이 산화돼 대식세포에 의해 흡수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LDL에 붙어 있는 콜레스테롤까지 함께 흡수된다.
콜레스테롤을 많이 흡수한 대식세포는 세포질이 비눗방을 모양의 콜레스테롤에 의해 꽉 찬다. 이를 거품세포라고 한다. 거품세포가 간에서 생겼다면 그 안에 차 있는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혈관 내피 세포 아래에 만들어진 거품세포는 그안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을 분해할 수 없어 계속 가득 차 있는 상태가 유지된다. 그 때문에 세포가 정상적인 할동을 못하고 결국 세포가 죽는다.
세포가 죽고 난 뒤 그 안에 들어 있던 콜레스테롤은 그 자리에 남아 쌓이는데 이를 지방선라고 한다. 이 과정이 점점 진행돼 혈관 안쪽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커지면 혈액의 흐름을 막을 정도가 되는데 이를 죽상반 또는 죽상종이라고 한다.
따라서 혈액 속 LDL 입자의 숫자가 많으면 동맥경화증에 걸릴 위험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대개 LDL의 숫자와 LDL 전체가 갖고 있는 콜레스테롤이 비례하기 때문에 LDL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위험하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LDL콜레스테롤이 ‘나쁜 콜레스테롤’이 되는 이유다. 다만 LDL콜레스테롤이 높지 않아도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동맥경화증의 위험이 높다.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분해
말초 조직에서 사용하고 남은 콜레스테롤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분해할 수 있는 간으로 재빨리 운반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역수송 역할을 하는 것이 HDL이다. 따라서 말초 조직에서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이 꽤 많아도 HDL이 활발하게 간으로 옮겨준다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혈액 검사를 해서 HDL콜레스테롤이 높다면 HDL이 부지런히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HDL콜레스테롤이 낮으면 HDL의 숫자가 적거나 HDL의 콜레스테롤 운반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 된다.
HDL은 콜레스테롤의 역수송 외에도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항산화작용과 항염증작용이다. HDL이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것은 이 3가지 작용, 즉 콜레스테롤 역수송, 항산화작용, 항염증작용 때문이다. 그래서 HDL콜레스테롤을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콜레스테롤은 좋거나 나쁘지 않다. 다만 너무 많으면 나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HDL콜레스테롤이 높다고 해서 항산화작용과 항염증작용이 다 잘 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HDL콜레스테롤이 정상이거나 정상보다 높은 당뇨병 환자들이다. 이들은 HDL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은데도 불구하고 심장 질환에 잘 걸린다. 이는 HDL의 항산화 및 항염증작용이 당뇨병에 의해 무력화 됐기 때문이다.
나쁜 콜레스테롤과 좋은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증에서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따라서 나쁜 콜레스테롤이 가장 낮고, 좋은 콜레스테롤이 가장 높은 경우에 동맥경화증 발생 가능성이 제일 적다.
같은 이유로 나쁜 콜레스테롤이 가장 높고, 좋은 콜레스테롤이 가장 낮으면 동맥경화증 위험성이 제일 높다. 따라서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만큼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자, 당뇨병 환자 등은 LDL콜레스테롤 기준 더 낮아
그렇다면 나쁜 콜레스테롤은 낮을수록 좋을까? 신생아의 LDL콜레스테롤은 30mg/dl이다. 이론적으로 성인의 경우 LDL콜레스테롤을 40mg/dl까지 낮추면 심혈관 발생 위험이 0이된다.
원시인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중국 내륙이나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부족들의 LDL콜레스테롤은 60mg/dl라고 한다. 또 영장류를 제외한 포유류 대부분의 LDL콜레스테롤은 50~60mg/dl이다.
따라서 심혈관 질환을 줄이려면 LDL콜레스테롤을 엄청나게 낮춰야 하며,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들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혼도 만만치 않다. 콜레스테롤을 낮췄을 때 30%는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있었으나 나머지 70%는 심장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스타틴을 처방해 LDL콜레스테롤을 60mg/dl까지 낮춘 사람들 중에서 60%가 심혈관질환이 발생했다. 따라서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들은 LDL콜레스테롤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다른 요인들, 즉 흡연이나 비만, 당뇨병, 염증 등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관상동맥 질환은 있으나 다른 질환 위험이 없는 사람은 LDL콜레스테롤을 100mg/dl까지 낮춰야 하며, 관상동맥 질환과 더불어 주 위험 요인이 있거나(당뇨병 등), 중대한 위험요인이 있을때(금연실패), 대사증후군의 구성 요소가 있을때(고중성지방혈증 또는 HDL콜레스테롤이 낮을때), 그리고 금송관상동맥증후군이 있으면 70mg/dl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다.
금연하면 HDL콜레스테롤 높아져
LDL콜레스테롤보다 HDL콜레스테롤의 중요성이 더 크다. 즉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만큼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1mg/dl높으면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남성은 2%, 여성은 3%준다는 것이 미국의 프레이밍검 연구에서 밝혀졌다. 또 일본 연구에서 HDL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장수한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역학연구에 따르면 HDL콜레스테롤이 80mg/dl이상이면 LDL콜레스테롤이 높다고 해도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이 매우 낮다. 그렇다면 어떻게 HDL콜레스테롤을 높일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연이다. HDL이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려면 HDL콜레스테롤과 우선 결합해야 한다. 이 결합 과정에는 효소(LCAT)가 필요하다. 담배를 피우면 이 효소의 활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금연하면 HDL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
HDL이 만들어진 뒤 너무 빨리 분해돼버려도 HDL콜레스테롤이 형성될 수가 없다. 콜레스테롤은 HDL속에 많고, 중성지방은 VLDL속에 많다. 그런데 중성지방이 증가하면 특정 효소(CETP)가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CETP효소는 HDL과 결합돼 있는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그 자리에 중성지방을 붙인다. 중성지방과 결합된 HDL은 헤파틱 리파제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돼 최종적으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크기가 작은 HDL로 바뀐다. 이 HDL은 신장으로 배설돼 혈중 HDL의 농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중성지방을 증가시키는 요인은 음주, 운동부족, 비만, 과식,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 등 다양하다.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으면 흡연, 비만, 과음, 운동부족, 당뇨병을 포함한 인슐린 저항성 등의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식사요법과 생활습관을 개선해도 HDL콜레스테롤이 높아지지 않으면 약물 치료를 검토해야 한다.
출처: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