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포맥스_0707_[이진우의 여의도 24시] 박회장의 골칫거리 `미래에셋생명'

[아름다운공원]

(서울=연합인포맥스) 미래에셋그룹은 훨훨 날고 있지만 유독 그룹 내 미래에셋생명만 내우외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래에셋운용, 미래에셋증권 등은 올해 상반기 경쟁사를 압도하는 실적을 올렸지만,

 미래에셋생명은 내부적으로 주요 간부들이 대기명령을 받으면서 수개월 전부터 업무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또, 외부적으로 전직 설계사와 모집 수당 환수를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등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미래에셋생명만큼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생명보험사는 거의 없어 보인다.

생보업계의 후발주자였던 미래에셋생명은 2년 전부터 주식시장의 `붐'을 타고 변액보험 시장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변액 보험은 일반 보장성 보험과는 달리 주가가 상승하면 가입자가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작년 9월부터 상황은 180도 변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계기로 국내 주가가 곤두박질을 치기 시작하면서 변액보험은 예전처럼 팔리지 않게 됐고, 미래에셋생명의 실적은 악화됐다.

 금융위기 속 채권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미래에셋생명은 자산운용 면에서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은행의 BIS 자기자본 비율과 같이보험사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미래에셋생명이 작년 말 유상증자를 한 것도 이 지급여력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미래에셋생명의 간부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은 것도 근본적으로 본다면 부실한 자산운용 때문이었다.

주가가 급락하자 주식 운용 과정에서 회사는 큰 손실을 보기 시작했지만, 미래에셋생명 리스크관리위원회는 고심 끝에 주식을 팔지 않았다. 내규상 로스컷 규정(예컨대 일 손실률 -20% 이상이면 손절매)이 있지만, 리스크위원회는 주식을 팔 경우 손실이 확정돼 회사의 '지급여력비율'이 더 낮아질 것을 우려했다.

또 주가가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다행히 올해 들어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미래에셋생명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이번엔 사후 보고를 받은 박현주 회장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원칙을 지켜 '로스 컷'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지난 4월 미래에셋생명 간부 2명과 그룹 자금 관리를 총괄하는 사장급임원 1명 등 총 3명에 대해 '대기 명령'의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핵심 간부들의이탈로 영업력이 더 떨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미래에셋생명이 다른 생보사보다 유달리 어려움을 겪는 것을 그룹 내 지분 구조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있다. 대다수 생보사는 자산운용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그룹은 운용사인 미래에셋운용을 중심으로 보험사 등의 자회사를 둔 구조다.

미래에셋생명의 실적이 좋을 땐 지분법 평가에 따라 모회사인 미래에셋운용으로부가 이전되며 운용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미래에셋생명의 실적이 좋지 않을 때는 모든 것을 생명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미래에셋생명이 변액 보험을 팔고 미래에셋운용에 운용을 맡겨도 판매 수수료 수입 등을 제외하면 정작 '돈 되는' 운용 수수료는 미래에셋운용이 모두 가져가게 된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캐피탈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 설립을 모색했지만, 이 역시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박 회장이 그룹 내 `애물단지'로 전락한 미래에셋생명을 어떻게 일으켜 세울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금융증권부 증권팀장) 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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