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후라이 이야기
워째 점점 꺼벙해지냐 더니
며칠 째 아침 밥상에
스테인레스 후라이판 하나 올라온다.
판 안이 온통 하얀 국화 밭이다
흰 자위는 한데 어울려 판에 가득하고
노란 자위 두알 뚜렷한 것이
결혼 해 신접살림 차린 아들집 같다
결혼 한다는 것, 그것은
믿음과 사랑으로 만나
뜨겁게 달구어진 후라이판 위에
동시에 깨지는 두 개의 날계란이 아니던가.
기대며 스며들어 너 나 구분이 없어지고
노란자위 처럼 자존(自存)의 배려 분명 한
어쩌다 부딪쳐도
네 살이 더 아파지는 그런 것이 아니던가.
그리고 분명한 것은
가정을 꾸리며 산다는 것
사랑하며 세상을 산다는 것
천사 같은 아이들 품어 안고 산다는 것 아니던가.
카페 게시글
시인 이창수
계란 후라이 이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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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1
09.03.29 11:0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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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랜만에 올리신 시가 소중한 것을 일깨워 줍니다, 참 생각없이 먹던 계란 후라이가 그렇게 깊은 뜻을 내포한줄 몰랐습니다, 아, 위대하신 시인의 눈이여...^^
"그리고 분명한 것은...사랑하며 세상을 산다는 것" 크게 공감하며 형님의 詩 감상 잘하고 갑니다. 행복한 나날이시길 바랍니다.^^
계란 두알씩 후라이로 나오나 봅니다, 가득한 아들 사랑에 들러 갑니다,
천사 같은 어린 것들이 어느새 또 그 어린 것들을 안고 어쩔줄 몰라하며 예뻐하는 것을 보면 주름져 가는 마음이 어인 일인가 하는 때가 있어요.
바꾼 메일 비번 잊어먹고 몇날 몇일을 메일을 열지 못하다보니 성님 아우님 친구 연인 모두 다녀 가셨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