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을 앞에 두고>
이 호박을 앞에 두고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1.현실. 2.환상. 3. 동식물 인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호박.
1.현실. 내가 호박을 처음 본 날은 알 수가 없다. 기억에도 없는 어린 날 야동 고향집 울타리에 열린 호박을 보았을 터이기에. 엄마가 해준 호박 요리도 아주 어렸을 때 먹었음이 분명하다. 기억에는 없지만 유전자에 새겨져 ‘그렇다!’고 반응한다. 물론 초등학교 2학년 땐가 외가에 갔을 때 호박에 말뚝 박다가 혼난 이야기는 그냥 넘어갈래유. 중학교 1학년 때 영어 공부를 처음하면서, 주변에 있는 사물이나 동식물의 이름을 영어단어로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어느날 윤정자 영어선생님이 "호박을 영어로 뭐라할까?" 물으셨을 때 냉큼 "펌프킨pumpkin"을 대답해서 칭찬을 들었다. 그러자 선생님이 재차 물으셨다. "그럼 흥부전에 나오는 '박'은 영어로 뭐지?" 그때 주저없이 나는 며칠 전 나름대로 외우기 전략으로 택한 걸 공개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구워도 구워도 안워지는 구어드gourd가 박입니다." 선생님이 웃으며 한마디하셨다. "하하. 재미있는 말이구나! 단어 그렇게 외우는 거 좋은 아이디어야! 굿! 그렇게 외운 단어 또 있니?" 나의 대답, "거리엔 맨man 사람 천지야!" 도 있고요, 베어도 베어도 안 베어지는 비어드beard 턱수염이 있습니다." "와, 상우 천재야!" 하하. 국민학교 때 많이 듣던 천재 소릴 중학교에서도 듣게 되었던 것이었다. 호박 때문에.
2. 환상. 호박은 인류에게 무한한 환상을 주었으며 요즘도 환상을 주고 있다. <신데렐라>가 타고 간 마차가 호박마차 아니던가? 호박마차를 타본 사람과 안 타본 사람의 인생은 판이하게 다르다. 인간이 생각하는 갈대라는데, 그게 파스칼 이후로 암묵적으로 진리라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냥 호박죽이나 쒀먹고, 라면에 애호박만 썰어 넣고 살면서 턱없이 안심하고 있으면 인생 반만 사는 거다. 호박마차를 타는 순간 당신은 환상이라는 광활한 영토의 개척자 달나라 반대쪽으로도 훌쩍 날아가서 달이 호박처럼 둥글지 않고 23과 16분의 1로 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얼마나 삶이 풍요하시겠습니까? 아니라고요. 그런 번잡한 거 딱 질색 팔색이라고요? 그럼 그렇게 사시던가! 하지만 아무리 호박죽만 먹고 살기로 작심하였다 해도 <할로윈데이-시월의 마지막 밤(어른들이야 ‘이용’의 노래나 불러제키지만)>에 애들이 호박등을 켜놓고 호박가면 쓰고 돌아다니는 거 막지는 않겠지요? 그게 다 환상의 나라로 가기 위한 발버둥이이거든요. 호박가면을 쓰고 가는 나라는 이 세상과는 아주 달라요. 내가 가 봐서 아는데, 아무리 서양에서 행해진 풍속이라도 나름 묘하게 재미난 구석이 있지요. 서양 풍속이라면 진저리를 치는 권O중 같은 친구야 호박가면 근처도 안 갔을 거예요. 그러니 그 친구가 건강하게 메말랐지요. 호박가면 좋아하면 호박이 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사람보고 호박같이 생겼다는 말도 가끔 하는 걸 보는데, 그 사람 참 판타스틱하게 세상 사는 거겠지요. 호박을 얼마나 꿰뚫었으면 사람이 호박이 된 경지를 알아챘으니까요. 또한 마초적인 말이지만, 어여쁜 여성을 보고 “호박꽃 같다.”고 하는 사람은 아마도 21세기에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이지요. 호박 펌프킨 말고 호박 앰버amber, 한자로 琥珀은 누구나 다들 좋아하잖여유. 보석 호박을 달고 다니는 사람은 그 큰 호박을 농축하여 엑기스만 달여 뽑아 달고 다니는 거겠쥬. 호박을 우려 보석 호박을 만들다니! 이 도한 얼마나 판타스틱해유. 뭐 하긴 예전에 우리 집이랑 외갓집 잘 나갈 때 어르신들은 호박단추를 단 저고리에 마고자를 입고 다니는 걸 보았으니, 요즘이야 브로치니 액세서리니 뭐니가 대세지만, 적어도 호박단추 수백년 동안 사랑 받았지유. 그게 다 호박은 환상을 여는 통 큰 녀석이기 때문에 그런 거유. 올해 세계적으로 가장 큰 호박은 1톤이 넘는다잖여유. 인간이 아무리 중뿔난 재주가 있다해도 1년에 1톤 몸무게 만들기 어려울 거유. 호박이 큰 입을 열어 인간에게 외친다면, 분명 이렇게 말할거유. “이 밴댕이 속알딱지 인간아 좀 크고 넓게 보고 살아라!” 뭐, 호박과 환상에 얽힌 노하우가 많은 이야기야 따로 있지만 참죠. 힌트를 주자면 세상에는 늑대인간이 있듯이 ‘호박인간’도 있다는 거 정도여유. 스필버그 씨 영화 <쥬라기 공원>은 호박이 없었다면 고생 많이 했을 거유.
(이왕 호박에 대해 길게 알아본 바에, 호박과 인간의 생물학적 인과관계도 살펴보죠.^^)
호박은, 열대 및 남아메리카 원산이며 널리 재배한다. 덩굴의 단면이 오각형이고 털이 있으며 덩굴손으로 감으면서 다른 물체에 붙어 올라가지만 개량종은 덩굴성이 아닌 것도 있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길며 심장형 또는 신장형이고 가장자리가 얕게 5개로 갈라진다. 꽃은 1가화이며 6월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계속 핀다. 수꽃은 대가 길고 암꽃은 대가 짧다. 화관은 끝이 5개로 갈라지고 황색이며 하위씨방이다. 열매는 매우 크고 품종에 따라 크기 ·형태 ·색깔이 다르다. 열매를 식용하고 어린 순도 먹는다.
한국에서 재배하는 호박은 중앙아메리카 또는 멕시코 남부의 열대 아메리카 원산의 동양계 호박(C. moschata), 남아메리카 원산의 서양계 호박(C. maxima), 멕시코 북부와 북아메리카 원산의 페포계 호박(C. pepo)의 3종이다. 이 중 동양계 호박은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지로 전파된 시기가 가장 이른 것으로 추정되며 예로부터 애호박 ·호박고지용 ·호박범벅 등으로 이용되었다. 그 후 쪄먹는 호박 또는 밤호박으로 불리며 주로 쪄서 이용하는 서양계 호박 등이 도입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조숙재배용이나 하우스 촉성재배용으로 이용된 호박, 즉 주키니호박이라 불리며 덩굴이 거의 뻗지 않고 절성성(節成性)을 나타내는 애호박용의 페포계 호박 등이 도입 재배되었다. 동양계 호박은 삼국시대 이후 통일신라시대에 이미 재배되었다는 사실이 남아 있고 숙과와 청과를 겸용하는 것이 많다. 1970년대에는 오이의 대목용으로 도입된 야생호박(C. ficifolia)이 있으며 이것은 씨앗이 검기 때문에 흑종(黑種) 호박이라 부르고 오이 대목용으로 널리 이용되었다.
동양계 호박은 과실이 크고 익으면 과피가 황색이 된다. 육질은 점질이지만 익기 전부터 맛이 좋아 애호박으로 이용이 많다. 과실자루가 오각형이고 목질이어서 단단하고, 특히 과실과 접착된 부분이 넓게 확대되어 있다. 줄기는 가늘고 분지력이 강하다. 서양계 호박은 숙과를 쪄서 이용하는 계통이다. 과실은 방추형 ·편원형 등이고 색깔은 흑록색 ·회색 ·등황색이 있다. 육질은 분질이 많고 완숙해야 맛이 난다. 과실자루는 원통이고 해면질로 되어 있다. 주지(主枝)의 신장력이 강하고 분지력은 약하다. 서늘한 건조지대에 적응성이 크다. 페포계 호박은 덩굴성이 아니고 총생하며 과실은 미숙과를 식용 또는 사료로 한다. 맛은 좋지 못하나 조기재배가 용이하여 촉성 또는 조숙재배에 이용되나 한국 재래종이 출하되면 수요가 적어진다. 호박은 저온 단일상태(短日狀態)가 암꽃착생을 촉진한다. 동양계 호박은 예민하나 서양계 호박은 둔감하다. 발아 후 1주일 정도의 단일처리(8시간)가 암꽃착생을 촉진시킨다. 따라서 겨울이나 이른봄에는 자연히 암꽃착생은 증가하나 수꽃이 없어지게 되어 인공수분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2,4-D 등의 호르몬제를 개화당일 암꽃의 암술머리나 씨방에 살포하여 단위결과(單爲結果)를 유기하여 과실을 생산한다.
호박은 과채류 중에서는 녹말 함량이 가장 많아 감자 ·고구마 ·콩에 이어 칼로리가 높아 전시에는 대용식으로 재배가 많다. 그러나 보통은 조리용으로 이용되는데 숙과는 다량의 비타민 A를 함유하고 약간의 비타민 B 및 C를 함유하여 비타민원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호박을 어떻게 먹어치웠는지 볼까유.
호박죽, 단호박, 국수호박, 쥬키니, 곶감,호박오가리찰편, 풋호박떡, 호박고지찰편, 풋호박, 호박잎, 호박김치, 청둥호박, 아스코르비나아제, 호박지찌개, 호박국수, 피터팬 호박. 호박 참 정겨운 징글징글한 넘이쥬.^^
(사진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나유? 호박은 정말 대단한 마술사죠. 같은 줄기-본인 확인-에 이렇게 큰 열매를 매달아놓고 아직도 꽃을 피우고 줄기는 더 솟구치고 있잖유. 대단한 능력이쥬. 식물이 동물보다 우월한 능력중 하나쥬. 인간 한 몸 나이 50돼서 아무리 동안얼굴이니 뭐니하면서 ,<내 안에 노년과 소년이 있다>고 떠들어 댄들 가당키나 한 거여유. 착시현상이지. 호박은 안 그래유. 할머니와 젖먹이 아니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가 한몸에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잖여유. 호박을 비롯한 식물을 그런 능력 없었으면 인간은 아담한 사람이든 이브닝 차려입은 여자든 하느님이 우찌 맹글어는 놨을지 몰라도 계속 존재하기는 어려웠을 거여유. 다들, 식물에게 경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