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심사평
하늘, 나무, 고향, 자전거는 우리의 영원한 존재조건이다. 천상병 시인의 정신을 기려 열리는 〈천상 백일장〉의 글감으로 이들이 채택한 것은 아마도 우리네 ‘삶과 꿈’의 존재조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리라. 계약적 인간관계만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이러한 심상들은 우리 문학이, 우리의 삶이, 끝없이 우리네 삶의 조건을 성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꿈의 페달을 밟으며 천지인(天地人)을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새로움과 다른 세상을 향한 충만한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해를 거듭할수록 내실을 기하고 있는 〈천상병 예술제〉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천상백일장〉이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중요한 ‘사건’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초등학생, 중·고생, 일반인들의 참여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우리문학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천상병 시인의 작품이 그러했듯이 문학적 기교 이전에 삶의 본질을 포착하려는 참신한 표현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심사 원칙을 정하고 심사에 임했다. 대상으로 선정된 『하늘』(동일초 3, 권광민)은 ‘하늘은 강이다’라는 참신한 발상으로 하늘에 관한 시상(詩想)을 전개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하늘에 새들이 나는 모습을 “강물을 쪼아먹네”라고 비유한 대목은 심사위원들에게 즐거운 웃음을 선사했다.『꿈쟁이 하늘』(부용초 1, 신정민)도 어린이 마음으로 하늘을 표현한 좋은 작품이다. 『반딧불이의 고향』(회룡중 2, 곽윤아)과 『자전거』(안양예고, 이정원), 『하늘』(청룡초 2, 김아리)도 자신의 마음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소박하고 재미있는 표현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잘 보여주었다. 예컨대, 천상병의 천(千)씨가 하늘 천(天)이라고 해석한 어느 학생의 표현은 청소년다운 시선과 표현으로써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이와 같은 참신한 ‘아마추어리즘’이 새로운 문학을 위해서 더 많아지고, 더 깊어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배움이 많아질수록 글의 수준이 떨어지는 듯한 현상은 우리문학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반부 작품의 경우,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 것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죽음을 말하되 새로운 ‘삶’을 성찰하려는 관점과 태도가 부족하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천상 백일장〉이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어른이 함께 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의 축제로서 나날이 발전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우리는 너무나 자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생각을 잊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천상병시인의 시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선(選)에 뽑힌 분들에게는 축하의 말씀을, 선에 뽑히지 않은 분들에게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제든지 열려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는 것으로 격려의 말씀을 대신하고자 한다.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같이 더불어 살고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날의 소풍이,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추억과 향기로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심사위원
첫댓글 일반부 운문 작품이 시원찮더니 역시나 입니다...올해 처음으로 심사평을 실었는데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사무국장님 수고하셨네요.
심사평을 쓰신 분이 궁금합니다. 너무 깔끔하게 잘 쓰셔서요...
이재형, 이숙경 두 분 선생님께서 본심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