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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일 칼럼] 신은 천지를 창조하며 인간이 깜짝 놀라는 색다른 선물을 계획하였다. 신은 한동안 생각을 멈춰 섰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사뿐히 녹아내리는 눈을 생각해 냈다. ‘하늘에서 내리는 편지’가 주제라는 것을 읽혀주고 싶었다. 제일 먼저 반겨주는 사람들은 시인과 예술가들이었다. 그들은 작품 속에 눈을 다양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중에 한 사람의 시인이다. ‘깊이 모를 잿빛 하늘에 숨어/ 맹렬하게 침공해 오는 잿빛 눈을 보았다// 깎아지른 산허리를 향해 달려오던 눈보라/ 한 장의 닥종이에/ 눈 내리는 소리가 스며들고 있었다// 숲에 내리는 눈은 숲만큼의 너울을 펴/ 고요히 휘몰아쳐 새 떼처럼 출렁거린다/ 성글고 얇은 공간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눈송이 흩뿌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세상을 뒤덮고 가는 바람의 흰 목덜미// 저 빠르고 섬세한 붓놀림은 누가 그리는 화폭일까//’ 박강남 시인 <바람 없이도 흩날리는 꽃잎> 시집(2021. 시문학)의 ‘폭설, 그 스며드는 소리‘ 전문이다. 시인에게 눈은 맹렬한 에너지로 보았고, 화가의 섬세한 붓 놀림의 화폭으로 보였다. 박강남 시인에게도 눈은 영생을 창조하는 기적의 영혼인지 모른다.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린 ‘겨울 연가’ 드라마는 배용준, 최지우의 연기와 극적 전개는 눈 속의 영상예술을 발전시켰다. 남이섬의 눈 내리는 겨울의 소망이 없었다면 ‘겨울 연가’는 없었다. 김수현 작가를 있게 한 ‘저 눈밭의 사슴‘(1969년, 라디오 드라마, 영화)도 그렇다. 철원 평야에서 펼쳐진 영화는 새로운 영상미의 극치를 만들어 냈다. 김수현 작가의 신화를 일으켰다. 김수현이 눈을 배경으로 한 것은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평가다. 과장하면 모세가 시내 산에서 십계명을 받은 거와 같다는 평론가의 평이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1968년)을 받게 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雪國, 1937년 작품)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설국’의 소설 첫 줄이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로 시작하는 그 내용은 고전 무용 비평가인 주인공 시마무라가 북쪽 지방의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의 한 게이사 고마코, 그리고 고마코의 친구인 동시에 일종의 연적이었던 요코에게 빠져들면서 갈등을 그린 소설이다. 탐미주의 색채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의 작품은 창조주가 만든 눈이 아니었다면 참신하지 못했다. 인공눈을 만든 ‘눈 덕후’가 있다. 시인이며 물리학자인 나가야 우키치로(1900~1962, 일본)처럼 눈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진 이는 없을 것이다. 나가야 시인에게 소복소복 쌓이는 눈이 신비로운 존재였다. 그는 눈을 보면서 눈을 연구하는 기상 물리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시카와 현 기타야쓰에 태어났다. 눈이 많은 훗가이도(삿보르)로 대학을 갔다. 눈이 많은 훗가이도는 도로에 전기 열선이 깔린 도시다. 눈이 많이 내리는 관계다. 나가야는 영국에 유학 후 다시 훗가이도 대학교수로 부임했다. 눈이 많은 훗가이도에서 마음껏 현미경으로 눈을 볼 수 있는 것이 그에겐 행복이었다. ‘수정 바늘이 모여 이뤄진 듯한 눈 결정의 정교한 형태’를 본 이후 평생을 인공 눈을 만드는데, 노력하고자 한다. 그에겐 시인의 감성이 풍부했다. 물리학자이며 시인인 스승 데라다 도라히코(1878~1935)의 영향을 받았다. 물리학자이기보다는 시인, 물리학자 스승의 도도한 감성과 학풍이 그에게 전달 되었다. 일본에서 물리학이 막 싹트던 1930년대의 일이다. 나가야는 눈에 대하여, 연구하는 것이 즐겁고 신(神)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1936년 세계 최초로 저온 실험실에서 인공눈을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눈, 얼음, 안개, 서릿발 등 자연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실험을 하였다. 인공 눈을 만든 것은 스티브 잡스가 휴대 전화기를 만든 것과 같은 혁명이다. 2023년, 7월은 그이 탄생 123주년이 된다. 그는 영하 15~10도인 훗가이도의 도카치다다케산에 머물며 연구했다. “나도 추위에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이곳에서) 나흘, 닷새 연구를 하면 아침부터 자정까지 밖에 서 있어도 추위를 그다지 심하게 느끼지 못했다.”라는 말을 한다. 그의 실험실의 여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수많은 실패 속에 얻어진 결과다. 그의 딸은 1930~1940년대의 나카야가 신문, 잡지 등에 쓴 글을 묶어 2002년에 출간했다. 그리고 3년 전에는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탄생 120주년 기념행사를 하기도 했다. 나가야 아버지는 갔으나 차녀인 후치코도 안개로 예술을 표현하는 안개조각 아티스다. 화려하지 않고 조용하며 사람을 감싸는 듯한 신비로운 매력을 안개로 예술적 영감을 불어 넣는 설치미술가가 되었다. 눈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다. 사람들은 그 편지를 좋아한다. 창밖에는 편지가 내리고 있다. <저작권자 ⓒ 성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첫댓글 조규수 선생님
댓글에 제가 답글을 달다가 무얼 잘못 눌렀는지 통채로 날아가 버렸어요 ㅠ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