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 금목서가 피었습니다.
제가 이곳 남도에 와서 살면서 어느 때부터였던지 금목서라는 단어를 접하기 시작했는데, 영 생소하게 들려왔습니다. 카페 이름이 금목서 라는 곳도 있었고, 금목서라고 하는 생고깃 집에 가서 식사를 한적도 있었지요. 얼핏 들어보면 동물 이름도 같고, 아니면 요일 목금을 기본으로하여 합성한 단어도 같았고, 여러번 묻고 물어서 향기가 좋은 방향나무 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해 전에 시월의 찬바람이 도는 가을 밤이었습니다. 회식자리에서 술한잔을 하고 아파트 입구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는 중 아주 고혹적인 향기가 내 코 끝을 스쳤습니다. 그 향기를 따라가니 밑 둥지가 한 뼘 이상 굵고 키가 훌쩍 큰 나무에 수많은 꽃술이 달려 있고, 그 꽃술에서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바람이라도 불어주면 향기는 더욱 진동을 하였습니다.
작은 가지를 하나 꺾어서 집안의 물병에 꽂아 놓고, 오고 갈 때 마다 향음을 하였지요.
금목서 한자어로는 金木犀, 물푸레나무과의 상록교목인데요. 사철푸른 나무이지요. 금목서의 마지막 서자가 물소라고 할 때 무소 서 인데요. 잘어울리는 뜻글자가 아닌데요 무슨 의미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남부지방이 원산지라하지요. 금목서가 우리가 어릴적에는 아열대성 수목으로 남부지방에서만 생육할 수 있어서 이곳 남도 사람들에게만 익숙한 정원수 였지요. 지금은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 서울의 정원에도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향기 여기 같이 진하지는 아니할 겁니다.
이 곳 남도 사람들의 금목서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여기에 비교할 수 있는 방향목이 4.5월에 피는 라일락이 있는데요. 남도 사람들은 라일락과 비교하기를 거부합니다. 물론 라일락도 향기가 진하고 매혹적이긴 합니다만은, 라일락은 관목류의 작은나무이고 금목서는 교목이기 때문에 향기의 절대량에서 비교될 수 없을 뿐만아니라, 라일락의 자극적인 향기보다는 금목서의 은근함에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흔히들 꽃을 아름다운 여인에 비교를 합니다. 라일락 향을 서양의 샤론스톤에 비교한다면 금목서는 우리 미인 이영애 정도나 된다고 할까요. 대장금 이영애가 훨씬 좋지요.
여인들이 쓰는 파우다, 분 냄새와 비슷합니다. 향수 같이 찌르는 향기가 아니고, 콤팩트 파우다의 은근한 향기 입니다.
지금으로 전후해서 일주일 동안은 금목서의 향기에 취해서 살아갈 겁니다. 느낌에 일년 중 가장 마지막 피는 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낙엽이 떨어져 가로에 쌓이는 만 가을에 호올로 꽃잎을 티우고, 꽃 향기를 피워서 지난 여름의 무성함과 풍성했음을 다시 느끼게 끔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이름과 향기를 가진나무가 있습니다. 은목서라 하는데요. 은목서는 잎이 호랑가시나무처럼 가시가 있구요, 봄에 핍니다. 물론 꽃잎의 색깔로 구분을 했겠지만 금은으로 등급의 차이를 사람들이 만들어 같은 나무에 약간의 가격차이가 납니다.
제가 올 봄에 무슨 금목서 바람이 불어서 전주와 진주에 사는 친구에게 한 그루 씩을 보냈고, 묘목으로 부모님 산소에 두 그루를 심었고, 제 사무실 옥상 유리 온실화단에 한그루를 심었습니다. 진주 친구한테서는 꽃이 피었다고 연락이 왔고, 전주는 아직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묘목으로 심었던 중 한그루는 지난 추석벌초에 인부가 잡목인 줄 알고 베어버려 다시 내년 봄에 한 그루를 심어야겠습니다.
제 사무실 옥상에 있는 금목서는 이제야 싹을 티우듯 작은 꽃 봉우리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나흘 정도 지나야 꽃이 만개할 것 같습니다.
정원을 가꾸고 사시는 친구 분들은 연락을 주시면 내년 봄에 한 그루 씩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가을에 꽃필 때 연락을 주시면 제가 달려가겠습니다. 금목서 향기에 취해서 한잔 술을 나누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첫댓글 준태는 다방면으로 박식하구나 금목서 큰 화분에 심어도 좋을성 싶다 나도 한그루 부탁하자....
우리 집에도 한그루 있는데 꽃이 피면 벌들이 늘 붙어 살았지. 지나 가는 사람들도 향이 좋다고 걸음을 멈추고는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