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 3시쯤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낯선 남자가 지켜보는 상황이 단지에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남자의 수상한 행동은 ‘화성동탄 U-City 정보센터’에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동탄신도시에는 도로와 공원·학교 주변 등에 방범용 CCTV 231대와 교통용 CCTV 50대가 설치돼 있다. 최형근 화성 부시장은 “동탄신도시는 ‘CCTV 도시’로 신도시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CCTV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8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과물시장. 4인조 아줌마 소매치기단이 제사용품을 구입하려는 박모(62·여)씨의 손가방에서 지갑을 훔치는 장면이 시장 CCTV에 찍혔다. 이들은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CCTV가 30만 대를 돌파했다. 2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정부와 광역·기초단체가 설치한 CCTV는 30만9227대다. 그중 방범용이 10만7258대다. 2008년 4월 15만여 대에서 2년여 만에 두 배가 됐다.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나 지자체가 범죄 예방을 위해 CCTV를 앞다퉈 설치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여기에 가정·편의점·백화점 등 민간기업이 설치한 것까지 합치면 300만 대에 육박한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가 1382대를 설치·운영하는 등 구청별로 300대 이상씩 설치·관리하고 있다. 경기도도 시·군별로 100~2000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 대도시 주민들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탈 때부터 수퍼마켓에 들어갈 때, 골목길을 걸어갈 때, 버스를 기다릴 때 등 하루 30번 이상 CCTV 화면에 잡힌다. 어느 누구도 CCTV를 피해가기가 쉽지 않다. 숭례문 방화(2008년 2월), 일산 초등학생 엘리베이터 성폭행 미수 사건(2008년 3월), 강호순 연쇄살인사건(2009년 2월) 등에서 CCTV가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용인대 박현호(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는 약자를 지켜주는 인프라 중 한 가지”라며 “CCTV 설치만으로 범죄를 100% 막을 순 없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신속한 대응체계가 뒷받침된다면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체·교육청은 CCTV 설치를 확대하는 추세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연말까지 범죄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각각 288대와 952대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은 10월 말까지 CCTV가 없는 초등학교 123곳, 중학교 94곳, 고교 64곳 등 284개교에 500만원씩 15억여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인천시교육청도 연차적으로 늘려 2014년에는 전체 학교에 CCTV를 설치할 계획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연말까지 40개교에 200대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지방 도시의 구도심이나 학교에 있는 CCTV는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8월 말 광주광역시에서 초등학생이 학교 건물 안에서 성폭행당했으나 CCTV 3대는 무용지물이었다. 학교 외곽만 비추고 있었을 뿐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현관 쪽을 찍는 CCTV는 없었다.
경기도 부천시가 관리하는 CCTV는 208대지만 매일 10여 대꼴로 먹통이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작동하지 않는 CCTV가 많아진다. 대구시 일부 중·고교의 CCTV는 흑백 구형이어서 녹화 장면으로 얼굴을 인식하기 어렵다.
그러나 CCTV를 둘러싸고 인권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속속들이 감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남 밀양 S고교의 경우 올 초 도서관 자율학습실에 CCTV 4대를 설치했다가 4월 철거했다. 자율학습을 감독하는 교사들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는 것 같다”며 경남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아주대 오동섭(법학과) 교수는 “CCTV를 확대 설치함으로써 얻는 것보다 포기해야 할 인권적 요소가 너무 크다”며 “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치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지호·유길용·최모란 기자
☞◆CCTV=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독일에서 처음 등장했다. ‘V2 로켓’ 시험발사 과정을 중계하기 위해 개발됐다. 주로 군사용으로 활용되다 민간에서 처음 쓰인 곳은 은행이었다. 한국에 들어온 것은 60년대 말이다. 90년대 초·중반까지는 흑백 카메라가 주류였다. 90년대 후반 들어 컬러 카메라가 확산됐다. 특히 줌인 기능이 강화돼 최근에는 400~500배 수준까지 향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