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좀 독특한 수학선생님이 있었다. 젊은 선생님이었는데 자신의 학원 강좌에 수강을 강요하고 비수강생들을 교묘히 괴롭히는 분이었다. 개교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립학교여서 행정전반이 문제되던 학교였다. 어느 기업가의 발언을 인용하면 건물은 2류 학생은 3류 선생은 4류였다. 그런 분위기로 인해 선생님들의 비교육적 처사가 아무런 제동 없이 통용되었다. 수준 낮은 학생들과 얼굴마담 교장 덕분에 선생님들은 태평성대를 누린 셈이다. 당시 웬만한 학교에서는 일찌감치 교과서는 기본으로 떼고 문제집으로 치열하게 입시준비를 시키곤 했다. 그러나 그 학교는 교과서조차 제대로 떼 주는 선생 하나 없었고 만나면 주말에 낚시 갈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그런 분위기였다.
어느 수업시간에 수학선생님이 나에게 앞으로 나와서 문제를 풀라고 했다. 계산식이 까다롭고 복잡하여 웬만한 실력으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문제였다. 공부 좀 하는 아이들이라 해도 모두 자습서에 있는 방식을 그대로 익혀 풀 수밖에 없는 그런 문제였고 선생님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나는 그 자습서의 풀이가 조잡스러워 내 나름대로 연구하여 정확하게 알고 있던 문제였다. 불려나가 칠판에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데 느닷없이 선생님이 뒤에서 지휘봉으로 머리를 때렸다. 내가 “선생님 조금 기다려보세요” 하고 계속 풀어나가자 “야 임마! 실장이란 놈이 그렇게 밖에 못 풀어?” 하며 또 한 대 때렸다. 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풀어나가면서 “다 풀거든 말씀 하세요” 했더니 “척 보면 맞는지 틀렸는지 금방 알아 임마!” 하면서 또 때린다. 길고 복잡한 식을 다 풀 때까지 선생님은 계속 뒤통수를 툭툭 때리면서 비아냥댔다. 드디어 깔끔하게 풀어놓고 명쾌한 해설에 박수가 터지자 선생님이 굉장히 난처해했다. 선생님은 곧바로 엄숙한 목소리로 학생들에게 “내가 왜 실장을 계속 야단쳤는지 아느냐?”하더니 “제대로 알고 푸는지 모르고 푸는지 시험하느라 그런 것이다” “너희들 같았으면 선생님 회초리 한대에 쩔쩔맸을 것인데 실장은 자신 있으니 굽히지 않고 끝까지 풀었잖느냐? 너희들도 이런 점을 배워라” 참으로 옹색한 수습이었다. 선생님은 자신의 학원에 수강을 하지 않아 못마땅한 내가 자신이 아는 자습서 산식과 틀리게 풀어나가자 작심하고 망신을 주려했던 것이다.
세상 살아가노라면 매일 매일 부딪히는 무수한 상황에 대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문제해결을 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예칙을 통해 늘 바른길을 찾아야 한다. 의사결정과 문제해결에 있어서 수학공식처럼 올바른 산식에 따라 해답이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 없으련만 삶이란 그렇지 못하다. 삶은 지식과 상식을 바탕으로 복잡한 상황을 꿰뚫는 통찰력을 통해 풀어야하는 고난도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마다 해법이 다르다. 상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하는 해법과 꼼수나 미봉책, 사술과 기망으로 해결하는 것은 같은 문제라도 답이 전혀 달라진다. 우리사회가 주요사안마다 견해가 틀려지고 파열음이 나는 이유다. 쉬운 예로 검찰개혁에 대하여 국민들은 제도의 모순을 고쳐 새롭게 하려는가 보다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검찰수사권박탈을 통해 집권세력과 권력층 비리를 은폐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범죄가 판을 치게 되고 국민안전은 방치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정책, 외교 안보정책 등 국정 전반에 있어 그런 방식으로 정책을 풀어나가니 정부는 다 잘했다고 하는데 국론은 분열되고 민생은 도탄에 빠져 아우성을 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래예칙도 마찬가지다. 상식과 공서양속에 맞추어 판단하고 거기에 전문지식과 지혜를 통해 장래를 꿰뚫어보고 길을 찾으면 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독선이나 오류 탐욕에 빠지면 전혀 엉뚱한 방향에 노력을 쏟아 붓고는 번번이 낭패를 당하게 될 것이다.
지금 국민들의 고통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랐다가 직면하는 낭패와 좌절이다. 부동산 문제로 국민을 끝없는 고통으로 몰아넣은 정부는 급기야는 코로나 방역문제로 국민을 혼란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국민생명이 달린 방역문제를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정치논리를 고집하다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하루 확진자 2천명에서 위드코로나로 강행하더니 어느 날 확진자 10만명에서 셀프방역을 선포하여 아수라장을 만든다. 급기야는 하루 확진자 세계1위 수준임에도 피크아웃이라며 코로나를 감염병 2급으로 낮춰버리고 해제 선포를 검토하기에 이른다.
부동산 정책을 믿고 따르다가 벼락거지가 되었는데 방역정책을 믿고 따랐다가 꼼짝없이 죽게 생겼다고 아우성들이다.
부동산 임대차3법이 공포되던 날 Y의원은 임대차 3법이 몰고 올 전세시장의 엄청난 혼란과 그에 따라 감당해야할 세입자들의 고통을 설파한다. 그런 후 “이 법을 만드신 분들과 민주당은 오래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정말 임대차3법이 발효되자 전세시장은 살벌하게 되어갔다. 그 후 1년이 흐르는 동안 전세문제는 임차인들의 가슴을 떨리게 했을 뿐 아니라 서민들의 삶을 흔들어놓고 있다. 기획이나 정책은 미래의 설계다. 그것은 어둠속의 그림이기에 그리는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다.
지나치게 타산적이고 이기적이었던 고등학교 때 수학선생님, 교육자로서는 어울리지 않았던 그 기행(奇行)은 학생들이 어리숙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오래오래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그때 설령 학생들이 영악했다 해도 태생이 편협하고 옹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는 잘 보인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편의를 주고 못마땅한 학생들에게는 불이익을 줄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권력이었기 때문이다. 가슴이 따뜻해야할 교육자가 감수성 예민한 학생들을 편 갈라 권력놀음을 했던 것이다.
누구나 오래오래 기억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개인일 수도 있고 조직일 수도 있고 정권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은 감동으로 어떤 것은 아픈 것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프로필
연세대학교 법학과
문예춘추 문인협회 회원
문학의봄 작가회 회원
한국스토리 문인협회 회원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한국수필문학 이사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저서
수필집 희망의 사다리. 믿을놈 한놈도 없어
시 집 천사라 불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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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 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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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010) 5305-6173
첫댓글 감사합니다. 슬그머니 들어오셔서 후딱 올리셨네요. ㅎ!
사진. 약력. 주소도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참으로 수고많습니다 현실님!
프로필 사항중 불필요한 것은 빼고 규격에 맞춰 주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