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집은 그냥 단순하게 말하자면 흙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토집이라는 신조어가 붙게 된 것은 황토방이라는 단어가 먼저 세간에 널리 알려진 덕택이다. 사전을 보면 단순히 누렇고 거무스럼한 흙이란 정도의 정보만 알 수 있는데 공학적인 의미로는 흙 입자의 크기가 0.02-0.05㎖의 점토를 일컫는다. 전문가들 사이엔 황토는 적절치 못한 말이며 빛깔이 붉고 차진 진흙이 옛부터 사용해오던 우리의 재래식 진짜 흙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는 시간을 두고 정리되어져야 할 부분이다. 아무튼 흙집은 벽은 물론이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두 흙으로 지은 집을 말한다. 그러나 반드시 집 전체를 흙으로만 지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방 한 칸만 흙으로 징르 수도 있고 방바닥만 흙으로 만들어도 무방하다. 집 전체의 구조 즉 바닥, 벽, 지붕을 모두 황토로 만든다면야 금상첨화다. 이렇게 지으면 여름에는 에어컨이 필요없고 겨울에는 스토브가 따로 필요 없다. 황토집에 사는 이들은 한결같이 이 점을 만족 요소로 꼽는다. 일테면 커다란냉온방기에서 사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가분하다' 는 말들을 한다. 황토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황토가 지니는 고유한 효능은 대부분 원적외선으로 말미암은 작용들이다. 원적외선은 태양광선 방사파장의 일종으로 인체에 가장 유익한 파장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에 흡수되면 우리 몸의 분자가 공명, 공진 되어 열에너지를 발생한다. 이 열에너지는 탈취, 항균 기능을 나타내어 인체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피로회복, 노폐물 배출에 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처럼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황토지만 사실 현대 의학으로는 아직 검증된 바는 없다. 그에 대한 연구는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황토가 인체에 미치는 효과는 황토방 아파트로 낮익은 ㈜대동과 서울대학교 건설기술 연구실 공동으로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동 기술연구소 황해주 박사는 황토방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임상 실험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콘크리트와 황토로 된 사육사에 여러 종류의 생물을 사육해 성장 속도나 생존률을 측정하는 실험" 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연구에는 황토집을 지을 시 첨가하게 되는 유기물의 유해 여부도 가려내고 있다. 황토에 사용되는 유기물이란 순수한 황토만 물에 이겨 바닥이나 벽에 바르면 수축이 생겨 표면이 갈라지게 되는데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강재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 유기첨가물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황토집을 지어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황토벽을 마감하는 일이 곤욕이라고 한다. 아무리 기를 쓰고 곱게 발라도 표면이 쩍쩍 갈라지는 크랙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크랙 현상은 물을 머금었던 황토가 마르면서 수축되는 성질을 띄고 있기에 생긴다. 황토가 현대에서 건축 재료로 통용되려면 표면이 갈라지는 현상 즉, 크랙을 방지하는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집을 지었는데 벽 표면이 갈라지고 금이 간다면 그 누구나 좋아할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크랙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과연 없을까? 가장 어렵기는 하지만 불순물을 섞지 않고서 크랙이 생기지 않은 채 황토 고유의 효능을 잘 살리는 방법은 열처리를 하는 것이다. 순수한 황토로 블럭을 만든 다음 이것을 그을음이 생기지 않을 정도만으로 불에 달군다. 그런 다음 이걸 다시 잘게 부수어 가루로 만든 다음 이 황토로 벽체나 바닥을 만들면 크랙이 가지 않는다. 이 방법으로는 한꺼번에 많은 황토를 만들 수 없으니까 최종 마감 처리를 할 때만써도 좋다. 백시멘트나 강회를 섞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몰탈을 만들 때 황토흙에다 백시멘트나 강회 중 하나를 10%쯤 섞어 쓰면 잘 뭉쳐지고 마른 후에도 터지지 않는다. 다만 둘 다 알칼리 성분이라 황토만이 가지는 효능이 다소 떨어진다. 우리나라 황토는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흙이라고 한다. 매장량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질도 좋다는 게 그 이유다. 한반도 대부분 표층이 황토로 이루어져 있다 하니 자재는 지천으로 널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황토집이 우리 세대에 와서 대중화되려면 아니 최소한 황토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려면 황토집 짓기에 대한 보급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현대화된 황토집과 공법을 빨리 고안 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알 아 두 자!
질 좋은 황토는 이렇게 고른다
'지표 50cm 아래에서 채취한 누런 구릿빛의 동황토가 가장 좋다'
제대로 된 황토집을 지으려면 질 좋은 흙을 고르는 게 제일이다. 이는 나왕목으로 지은 통나무집과 미국산 참나무로 지은 집이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동남아 열대에서 나는 나왕목은 나무가 단단하지 않다. 이 나왕목으로 집을 지으면 오래 가지 않아 썩는 현상이 일어나지만 참나무를 사용하면 비록 갈라지고 터지는 일은 있어도 추운 지방에서 자라나 기후 변화에도 아랑곳 않고 오래도록 견딘다. 황토도 마찬가지다. 좋은 흙을 고르면 그야말로 건강방이 되는 것이고 나쁜 흙을 고르면 인체에 해로운 물질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로선 동황토라 불리는 흙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빛깔이 누런 구리색이라 하여 동황토로 불리는 이 흙은 지표에 수직으로 내리쬐는 햇빛을 오랜 세월동안 받아 원적외선의 함유량도 많다고 한다. 질좋은 황토가 가장 많이 나는 지역은 경남 산청과 하성, 전남 화순 등지다. 이 지대는 세계적인 고령토 산지로 고령토층 바로 위에 위치한 황토도 많기로 소문나 있다. 오염된 흙은 정말 나쁘다고 한다. 특히 농약을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논 주위나 밭 지대는 피해야 한다. 지표에서 50cm쯤 파내려간 다음 나오는 흙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표에서 가까울수록 산성비의 영향이나 불순물을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