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없는 꽃잎으로 살려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꺼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긴
종소리는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히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추이고
뒤안 으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설월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 어리는 형역(刑役)의
끝없는 갈림길이여
구름으로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내려가것다.
부서지는 주옥의 여울이여!
너울너울 흘러서 창해에
미치기 전에야 끊일 줄이 있으리
저절로 흘러가는 널조차 부러워라
★ 신석초(1909~1975) 시인. 교수
- 한국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빼어나게 잘 표현해 낸 작가. 서구의 폴 발레리에 이어 불교와 노장 사상에 기반을 둔 다채로운 시상을 펼쳤다.
★어휘
· 형역 : 공명과 잇속에 얽매임
· 바라춤 : 마음을 깨끗하게 하려는 불교 의식을 할 때 추는 춤.
바라춤/
신석초/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없는 /꽃잎으로
/살려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솟아오르는 /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거나/
1연 갈등과 탄식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긴/
종소리는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히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추이고/
뒤안 /으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설월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 어리는 /형역(刑役)의/
끝없는 /갈림길이여/
구름으로/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내려가것다./
부서지는/ 주옥의 /여울이여!/
너울너울 /흘러서
창해에/미치기 /전에야/
끊일 줄이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