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하다
이혜숙
늦은 봄밤에 붕어빵을 사러 갔다
건널목 앞 포장마차에 나란히 누워 있는 붕어빵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지나며 갈등하게 하는 붕어빵은
계절이 끝났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청정지역 일급수에서 자유롭게 노닐던 붕어야
오늘은 친구 따라 우리 식탁까지 온 것이더냐 붕어야
하얀 무 요를 깔고 꽃무늬 빨간 이불을 덮고 있는 붕어야
고향 떠난 너희들이 추위에 고뿔이라도 걸릴까 염려되어
냄비에 불을 붙여주니 제 몸 졸여지는 줄도 모르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죽어가는 붕어야
온 가족 밥도둑이라며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들리는가
강태공은 낚시로 낚는 붕어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붕어에게 딱 맞는 강철로 된 집을 마련했다
부부가 나란히 누울 수 있는 방에 하얀 반죽 요를 깔고
달달 한 팥으로 내장을 채우고 얇은 이불 덮어준다
따뜻한 방에서 구수한 향기를 풍기며 잠드는 붕어빵아
온 가족 간식거리가 되어준 붕어인척하던 붕어빵
구중궁궐 조선의 어느 임금의 붕어崩御 소식이
붕어빵 없는 계절보다 슬프더냐
------------------------------------------------------------------------------------------------
귀천길 소풍
이혜숙
바람결에 낙엽이 빛 조각 흩뿌리며 떨어진다
단풍놀이 나온 사람들의 마음은 산을 오르고
가지 끝에서 바람에 스산하게 서걱이는 낙엽들
발끝에 머무는 나뭇잎은 어찌 살았기에 이리 고울까
천상병 시인의 길을 걷다 시비 귀천* 앞에서 멈추어 선다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시인은 인생을 즐거운 소풍이라 했다
나도 아름다운 세상 즐거운 소풍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아름다운 詩를 즐겁게 자아내는 詩人으로 살고 싶다
산사에서 풍경소리 들리듯 아이들 뛰노는 웃음소리
소풍 나온 저 아이들은 오늘이 얼마나 즐거울까
쪽빛 가을 하늘에 흰 구름도 소풍을 가는구나
스쳐 가는 바람을 따라 나도 소풍을 간다
* 귀천 : 천상병 시인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