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빈 윌리암스라는 배우의
유작으로도 알려진 "앵그리스트 맨"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헨리는 변호사로, 일상이
분노로 가득 찬, 한 마디로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행복한
삶을 꿈꾸던 소시민이었지만, 큰 아들의 불의의 죽음과 둘째 아들에 대한 실망으로 모든 일에 짜증만을
내는 완벽한 "앵그리스트 맨(angriest
man)"이 된 것입니다.
2.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주치의 대신 들어온 새파란 젊은 의사는 뇌동맥을 진단하고, 그에게 남은 시간은 90분밖에 없다는 선고하게 됩니다. 90시간도 아니고 90분밖에 생이 남지 않은 것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닥친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믿을 수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헨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곧 죽게 된다면 무엇을 하겠냐?"고
묻게 됩니다.
3.
사람들은 헨리의 질문에
대해 "가족과 함께"라는 답을 합니다. 그래서 자신도 생의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내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입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이며, 화를 내며 살아가기엔 우리에게 남은 생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4.
하지만 그의 뜻대로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늘 신경질적이고 틈만 나면 짜증내던 남편의, 아버지의, 친구의 느닷없는 화해의 제스처에 모두가 낯설어만 합니다. 그의 다급한
초대에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뜻밖의 모습에 당혹스러워만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는 바로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한다는
말조차도 분노하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5.
우리는 흔히 "다음에"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물론 오늘 당장 모든 일을 행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오늘 시작하지
않는다면, "다음"이라는 기회가 와도 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생각한 대로 살지 않고 익숙한 대로 살기 때문입니다.
6.
다움교회가 처음 개척하면서부터
세상을 섬기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흔히 교회가 먼저 자립한 다음에, 선교도
하고 구제도 하고 선한 일을 하자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이 자신의 능력을 잘 분별하여
섬길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섬기지 못하면, 상황이나
조건이 변한다고 섬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상황이나 조건은 항상 힘들 것이라는
전제하에, 어떤 일이든 계획하고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7.
영화 말미에 주인공
헨리는 여의사에게 "자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안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라고 묻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답합니다.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 가겠죠." 그러자
헨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 왜
안해?" 늘 누군가에게 남은 시간을 알려주던, 하지만
정작 본인은 버거운 환경에 치여 익숙한 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8.
성경은 세월을 아끼라고
말합니다(엡 5:16). "다음"으로 미루기에는 우리의 생이 그리 길지 않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생의 진정한 기쁨과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늘 자문할 줄 아는, 그리고
오늘 이 순간부터 그 길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