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법인법을 제정하려는 취지의 대강을 불교신문은 이렇게 전하고 있다.
“스님들이 좋은 취지에서 법인을 만들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종단에 등록되지 않다보니 공찰이나 사설사암처럼 종단에 대한 기여는 없고 스님 개인이 운영하는 법인 차원에서만 머무르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부 법인은 사유화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또 종단에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사찰소유재산을 매각해 법인을 만들어도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단에 법인을 관리 감독할 법적 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총무원이 법인법 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법 제정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나 추진 과정에서 본질과 다른 궤도로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현대사회에 들어와 법인단체가 크게 늘면서 야기되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해결하자는 것이 법 취지임에도 조계종이 노려보는 곳은 다름아닌 선학원인 것이다.
선학원은 1934년에 법인 인가를 받았다. 이후 선학원 설립조사들이 남긴 유훈과 가르침에 입각해 한국불교의 정통을 이으며 불일증휘의 불사들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말하면 조계종이 제정하고자 하는 법인법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성격의 법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계종은 ‘법인법=선학원’을 등식화해 선학원만 수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듯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현재 종단이 밝히고 있는 법인수는 총 206개에 달한다. 재단법인 95개, 사단법인은 111개.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수를 더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종단 이익에 반하게 재산을 사유화 혹은 전횡 증식하는 법인들이 없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는 내용이다. 특히 대외적으로 문제가 불거져 사회적 물의와 파장을 일으키는 곳도 심심치 않게 등장해 왔던 게 저간의 사정이다.
법인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예를 들어 종교본래의 목적에서 일탈해 재테크를 감행했다가 최근 ‘세신사(일명 때밀이 아줌마)’들의 소송 제기 등으로 망신을 겪고 있는 강남 모 사찰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즉 법 제정의 취지 가운데 현대사에 나타나고 있는 시점을 언급하고 있음에도 훨씬 이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선학원과 대각회를 타킷으로 삼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엔 종단 통제와 관리를 첫 번째 우선 순위로 꼽고 있는 의도가 엿보인다. 재산과 인사 모든 것을 종단이 개입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발상도 들어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본지는 이런 저런 시비를 논하기 앞서 단지 선학원을 상대로 한 조계종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집중키로 한다.
조계종은 선학원만 다독거리면 법인법 제정은 일사천리라 여긴 듯 불교신문을 통해 (2013.3.5일자, 3.8일자)다음 사항을 이렇게 정리해 회유 또는 현혹하고 있다.
첫째, 종단에서 추천하는 이사 3분의 1은 법인 이사회에서 중요사안을 결정할 때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둘째, 현재 미등록사설사암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법인법을 받아들이면 사찰법에 준해 보호를 받게 된다.
셋째, 선학원 소속 주지 스님들은 그동안 제한됐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즉, 각급 선거권, 피선거권, 3급 승가고시 응시자격이 주어지고 신도등록 제한도 해소된다는 것.
과연 종단에서 추천한 이사 3분의 1은 중요한 의사결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 없을까? 이는 조직의 운영과 관리에 있어 아마추어 수준의 시각이다. 얼마든지 분란을 조장할 수 있고 중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추천이사가 모두 ‘법인 편’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사회의 화목과 분위기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소수라고 해 얕보는 것 자체가 경계 대상이다. 일례로 국회에서 절대 소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예는 없다. 가까운 우리 종단 중앙종회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소수 계파라고 해서 매번 끌려만 다니지 않는다. 속된 말로 심술을 부리고 싶을 땐 ‘꼬장’과 ‘깽판’도 더한다.
종단이 파악하고 있는 법인 수가 200개를 넘고 있는데 여기에 추천할 종단 이사 재원도 마련돼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종단 추천 이사의 자격기준까지 엄격히 적용한다고 했을 때 그 재원 역시 조달하기란 만만치 않다. 법시행을 서둘러 시행했다가 이러한 문제로 법인내 불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두 번째 회유대목도 실소를 머금게 하는 주장이다. 현재 미등록 사설사암이지만 법인법을 받아들이면 사찰법에 준해 보호를 받게 된다고 한다. 보호받게 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다.
선학원 분원은 동요없이 있는데 ‘들었다 놨다’ ‘엎쳤다 메쳤다’ 하는 것이 종단이다. 행정편의주의가 부른 고질적이고도 전근대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합의사항 도출 후 잘 지내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사찰법 시행으로)선학원 전 사찰을 미등록사설사암으로 규정해 놓고 이제 또 풀어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과연 종단이 미등록사설사암으로 규정하기 전과 후가 어떻게 다른지 해명이 필요하다.
세 번째도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종단에 대해 선거권 피선거권을 누가 달라고 요구했고, 신도등록도 어느 사찰이 간절하게 요구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조계종의 얘기대로라면 마치 법인법으로 인해 선거권 피선거권을 제약받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또 선학원 측에서 이러한 권리를 부단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선학원이 선거권 피선거권 및 종단 소임에 대한 제약은 90년대 개혁종단 때부터 있어왔고 이것은 관행처럼 굳어졌다. 또한 선거권을 포함한 제반 권리사항을 종단에 대해 언제 한번이라도 공식적으로 강력하게 요구해 본 적이 있었고 만약 있었다면 공개적으로 밝혀주길 바란다는 게 선학원 임원진의 입장이다.
선학원은 도제양성을 위한 교육과 수계에 있어서 교육분담금을 내는 조건으로 종단에서 이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2002년 합의사항을 도출할 때 ‘조계종과 선학원은 한뿌리’라는 공통된 인식 하에서 상호배려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선학원이 독자적인 교육 수계시설을 갖추지 않는 것은 종단이 이를 분종으로 몰아 공격할 것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종단에서도 경계심을 갖고 지켜보는 대목이다. 따라서 교육분담금을 내는 대신 도제들의 교육 및 수계는 종단에서 이수하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혜택이라고 간주하는 것 또한 불만이 아닐 수 없다.
선학원에 적용시키려는 법인법은 향후 선학원의 모든 분원에 대해서도 직접 재산권과 인사권을 행사하려는 종단의 의도가 숨어있다.
불교신문이 ‘선학원 분원장 권한보호법’이라며 법인법을 정의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종단이 직접 관장하게 되면 선학원 분담금의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고 예견된다. 현행 재단이 한 몫으로 부담하는 것을 일선 분원에까지 분할돼 책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권 피선거권 얘기는 전국 분원에 걸쳐 종단의 입김이 작용될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3월 19일 개원하는 이번 임시종회에 꼭 법인법을 통과시키려는 조계종. 가장 걸림이 되고 있는 선학원을 불교신문을 통해 회유하고 한편으로 당근책을 제시하며 현혹하고 있는 데 대해 각별한 경계와 대응책이 요구되고 있다.
-김종만 기자 선학원, 사미·사미니·멸빈자도 분원장 임명 선학원, 손배청구소송서 패소 서울중앙지법, 11월5일 기각 “법보신문 기사 위법성 없어 선학원이 소송비용 부담하라” “법보신문의 선학원에 대한 비판 기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며 기사의 내용도 진실하므로 위법성이 없다.” 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법진 스님)이 법보신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에 관한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97단독(판사 유현영)은 11월5일 속개한 선고에서 “주식회사 법보신문과 법보신문 편집국 김현태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선학원의 6000만원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인 선학원이 소송비용을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선학원이 법보신문 김현태 기자의 기사 △선학원, 한뿌리 조계종과 결별선언 △선학원, 사미·사미니·멸빈자도 분원장 임명 △선학원 스님들 종도권리 박탈해야 확산 △선학원 대화 거부 땐 조계종 명칭 제재할 것 △조계종 호법부, 선학원 사찰 일제조사 착수 △조계종 호법부, 법인법 시행 전 선학원 사찰 조사완료 등 6건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주장하고 있으나 기사 작성의 주요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있고 내용의 전체적인 취지를 살펴볼 때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 된다”며 이 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선학원이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한 “멸빈자도 분원장으로 임명했다”는 기사와 관련, “선학원의 일부 분원장이 멸빈 처분을 받아 승려 자격을 상실했으나 조계종 승적부에 징계사항이 누락되어 승적증명서가 발급된 사실, 중앙종회에 제출된 선학원의 분원장 현황에 사미 분원장 13명, 사미니 분원장 4명, 재가자 분원장 6명이 기재되어 있어 사실이 인정된다”며 기사의 진실성을 인정했다. 또 선학원의 교육분담금 미납에 관한 기사에 대해서도 “조계종이 2011년과 2012년 선학원에게 교육분담금 각 1억원을 지급할 것을 통보하였는데 선학원은 각 5250만원씩 납부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분담금이 미납이라는 법보신문의 기사가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법보신문의 기사에 위법성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앞서 선학원은 법보신문의 위 기사들과 관련, 법보신문 남배현 대표와 편집국 김현태 기자를 각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선학원의 분원장 현황에 관한 문서 절도혐의로 고소했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13년 12월31일자로 ‘각하’ 처분을 내려 법보신문의 보도에 대한 공익성을 인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