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은 한계를 가지고 지어졌다.
한계가 없이 온전하게 지어졌다가 문제가 생겨서 한계가 생긴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한계를 가지고 있는 존재가 피조물인 것이다.
오직 창조주만 아무런 한계가 없으시다.
지금 우리 집에는 최소한 어디 한 군데씩은 고장 나서 정상이 아닌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2006년에 구입한 디지털 TV는 몇 년 전부터 화면에 세로줄이 3군데 갔으며,
최근에는 백라이트 하나가 깜빡이곤 한다.
뭐 이 정도 고장이야 큰 지장은 없지만, 가끔 보는 중에 퍽 소리와 함께 소리가 나가버리곤 한다.
때론 화면이 안 켜지기도 한다.
이럴 땐 그 옛날 브라운관 TV처럼 뒷판을 한두 번 손으로 때려주면 소리 인식도 되고 화면도 들어온다.
얼마 전에는 내가 쓰는 기타의 픽업 잡음이 심해져서 조율기에 연결하면 음정이 안 잡힐 정도여서 수리하러
낙원상가에 갔는데, 다행히 브릿지가 피에조 픽업 배선을 잘못 누르고 있어서 생긴 현상이어서 잡음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사실, 가장 큰 고장과 하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 건물이다.
여름 장마철에도 안 슬던 곰팡이 때문에 우리 부부는 겨우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외벽의 단열이 안 되어서 벽지나 천정 구석 일부가 젖어서 곰팡이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장판 가장 자리에 조차 물이 맺혀 바닥에 흐를 정도로 우리 집 건물은 고장 나 있다.
얼마 전에는 무선 마우스 세트를 버렸다.
어느 순간 마우스 포인터가 버벅거려서 쓸 수가 없었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가지고 있었는데,
마지막 테스트 후에는 가망이 없음을 알고는 과감히 버렸다.
갑자기 내 안에서 나를 찌르는 음성이 들렸다.
“나는 주님께 고장 난 존재는 아닌가?
당연히 주님의 소리, 생명의 소리를 내야 하는데 때려야 소리를 내게 되었는가?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속에서는 주님과의 연결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아닌가?
당연히 세상의 냉기를 막아주어야 할 주님 성전 벽이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주님 향한 열정이 식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영어로 고장은 “out of order", 즉, 질서와 명령을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내가 주님의 뜻과 벗어난 삶을 살아가면서 그분의 훈련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마지막 날은 결국 주님께 대해 고장이 나고 하자가 있으나 주님의 손길을 거부하고 그분의 뜻대로 고쳐지기를
끝까지 원하지 않은 자들을 마침내 버리시는 심판을 행하시는 날이다.
나는 연약한 육체 가운데 사는 인간이라 온전할 수 없지만,
그분 보시기에 고장이 나 버림 받는 존재가 아니라, 다시 고쳐져서 쓰임 받는 존재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