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이 아름다운 도장산
7월의 마지막주 장마전선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운데 어제 저녁에는
사무실 회식으로 늦은 밤 귀가하여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는데
비몽사몽간에 우루룽쾅쾅 세차게 내리치는 빗소리에 잠이 깨어
생각은 일어나야되는데를 외치면서 몸은 말을 안듣고
그렇다고 취소를 하면 인터넷카페 예약뒷풀이 게시판에
내이름 석자가 영광스럽게도 큼지막허니 찍힐테고..ㅎㅎ
오늘 우리가 찾는 도장산은 경북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와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의 경계에 있는 숨어있는 명산이라는데
속리산의 유명세에 파묻혀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한다.
도장산은 한자로 길 도(道)에 감출 장(藏)을 쓴다.
즉 "도가 감춰진 산" 이라는 건데 이곳 화북면 일대는 재난을 피할 수
있다는 이상향 우복동(牛腹洞)이 있다.
우복동이란 지리산의 청학동 처럼 옛부터 영남 일대에서 전해오는
피란지의 명당터로 동네가 마치 소의 뱃속처럼 생겨 사람
살기에 더없이 좋다는 곳이다.
그 우복동이 상주에서도 속리산에 둘러싸여 있는 곳이
화북면 이라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다행히도 새벽녘에 내리던 소나기는 그치고 고속도로를 향해
계속 올라가는 동안 하늘은 쾌청이다
내가 우려했던 우중산행은 피할수 있을 것 같다
산행기점인 화북면사무소 앞에 도착하니 11시
들머리를 찾지 못해 대구에서 왔다는 다른 산악회와 우왕좌왕
조금 서성이다가 곧바로 길을 찾아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는 어지간히도 더워 평소에 땀을 많이 흘리지 않던 나도
머리띠를 묶었지만 땀이 눈을 가려 바로 걸을 수가 없다
가다쉬다를 반복하면서 계속 오름길을 올라가는데
평소 후미를 지키던 분들이 안보인다. 자리를 내준 건지
아니면 빼앗겼는지 한사람도 없고 다른 회원님들과
함께 부회장님만 뒤를 지키고 있다
여름산행이 진짜 자기와의 싸움이라 했던가
오르는 동안은 비경도 눈에 안들어오고 오직 능선길에
빨리 오르고자 하는 생각뿐이다
출발하여 1시간쯤 지난 12시 10분 심원사로가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제 거기서부터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조금씩 숨을 돌릴 수
있을거 같다. 도장산까지는 1시간가량 소요된다고 적혀있다
능선길에는 암릉길이 좀 있다
비가와서 미끄러운 길이라 신경을 바짝 써지 않으면 아차 하는 순간
주르륵 미끄러지기 쉽상이다
아직도 숲에 가려 바깥세상은 보이지 않지만 분재같은
소나무 숲길로 길게 늘어서 가는 가야불교산악회원님들 보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가입한 토구님 부부는 참 구수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첫날은 너무 조용하시더니 이제는 산에서도 버스안에서도 왁자하다
아직 회원들을 잘 모르니 누가누가 한세트인지도 궁금한것 같고
이름이 비슷한 사람은 많이 헷갈리나 보다 ㅎㅎ
부지런히 다니시다 보면 저절로 알아집니더~
정상을 바로 앞둔 지점에서 10분정도는 꼿꼿하게 선 오름길을
힘겹게 올라 12시 50분 정상에 도착했다
완전 구름속이다
속리산이 저기쯤 어디 있다는데 한치앞이 안보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정상에 몰려 점심먹을 데가 마땅찮다
끼리끼리 모여서 점심을 먹는다.
운무인가 했더니 비구름인 모양이다. 다행히 밥을 다 먹고나니
제법 굵은 빗줄기가 떨어져 베낭덮게도 씌우고 비옷도 꺼내 입었다
여태 용케도 비를 잘 피해 다녔는데 오늘은 어쩔수 없이
빗속에 내몸을 맡겨야 할 신세다
점심을 먹고 1시 20분 하신길로 접어든다.
비때문인지 하산코스가 약간 바뀌었단다
그래도 정상석 앞에서 우의를 입고 한컷 남기고 내려오니
고맙게도 비는 그리 오래 내리지 않아 30분 가량 오다 그쳤다
2시 10분 심원사에 도착했다
심원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라는데
1958년 화재로 전소되어 1964년에 다시지어졌단다
주변에는 단풍나무, 상수리나무 등 잡목숲이 사찰 둘레를 감싸고
울창한 산등성이가 숲 뒤로 병풍을 둘러친 듯이 아름답다는 심원사는
예상과는 달리 초라한 모습이지만 화려함이 없는 전통가옥 같은 분위기가
오히려 더 정감을 준다.
고맙게도 스님께서 우리 회원님들을 위하여 연잎차와 커피까지 주시니
그 맛 또한 일품이라 땀흘리며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시는듯하다
심원사에서 조금 더 내려오니 계곡물 소리와 함께 시원시원한 폭포가 있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수직으로 내리긋는 저 폭포
가슴속 응어리가 있다면 하나쯤 내려두고 와도 좋을 맑은 물에 발 담그니
몸이 오싹할 정도로 차가운 냉기에 이대로 좀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
한참을 땀을 식히고 내려오니 비경지대인 쌍용계곡이다
주변의 경치도 참 아름답고 물도 너무 깨끗하다.
이곳 쌍룡계곡은 청룡과 황룡이 노닐었다는 전설이 있기도 하다
군데군데 울 회원님들이 진을 치며 물속에서 풍덩거리고 있다
3시 10분 용추교에 도착하여 다리밑에서 버스가 올때까지 또한번
물에 발담그며 첩첩산중에 묻혀 들어가보지 않으면
결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도장산에 발도장 함께 찍으신 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의 하산주는 돼지김치찌게다. 버스를 타고 뒷풀이 장소로
이동하여 시원한 그늘 밑에서 먹는 그맛....
동참을 하지 않고서는 느낄수 없는... 후식으로 수박까정 ㅎㅎ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주신 집행부에 감사드립니다.
2008. 7. 26(토)
◈ 산 명 : 도장산(827m)
◈ 위 치 : 경북 상주
◈ 등산코스 : 화북면사무소→744봉→705봉→도장산→심원폭포→심원교
◈ 등산시간 : 4시간 30분
*사진은 앨범방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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