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0일 수요일
움직임 수업일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연기전공 2013521003 김선영
수업을 할수록 나와 동료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 같다. 이번 수업에서는 자신에게 힘이 나는 단어 외치기를 하였다. 혼자 외치고 끝나지 않고 모두 함께 외쳐줌으로 인해서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낀 시간이었다. 자칫 쳐질수도 있는 수요일 아침,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며 수업의 문을 열었다.
처음으로 섀도복싱 자세를 하며 파트너와 콩콩 슉슉 뛰며 주먹을 피하고 호흡을 함께 했는데, 워낙 남자들같이 자라와서 종종 복싱자세를 흉내내곤 했었지만 막상 상대를 앞에 두고 상대의 호흡과 순간적인 움직임을 감지하고 피하는거라 그런지 생각만큼 민첩하게 움직여지지 않은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라는 변명은 붙이고 싶지 않다. 훈련하고 연습할수록 순간적인 에너지를 내는 움직임도 나아질거라 믿는다.
호흡운동 및 요가동작을 할 때엔 최대한 몸이 움직이는 시간의 길이와 호흡량을 맞추려고 하였다. 조금만 신경쓰지 않으면 호흡은 진행 중인데 동작은 이미 끝났거나, 호흡은 다 들이마셨는데 동작은 진행 중이게 된다. “호흡하는만큼” 움직이고, “호흡하는만큼” 반응하고 싶다.
타이취(태극권) 움직임은 동작의 정확성이나 순서를 기억하려는 것 때문인지, 인상적이거나 와닿은 점은 아직 없다. 태극권은 무엇에 좋은 것일까. 문득 연대 캠퍼스에서 음대건물 아래 대강당 내려가는 백계단 공터에서 매일같이 태극권을 연마하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 땐 내가 언젠가 태극권을 배우게 될 줄 몰랐던 음대생이었는데... 이렇게 매일마다 움직임을 배우고 내 몸을 관찰하는 배우가 되어있다니. 아무렇지 않게 덤덤하지만 이따금씩 생각해 보면 기적같은 일이다. 인생은 흥미롭다.
인상깊었던 것은 배 - 가슴 - 목 - 코 - 머리 순으로 진동을 느끼며 소리내는 “내 이름은 김선영입니다”.
노래 배우는 제자들에게도 시켜보며 나도 매일 한두번씩 해보는데, 재미있다. 다른 울림의 지점을 연결하는 것.
이 날의 수업에서 가장 많은 시간동안 반복동작을 했던 것은 아무래도 스트레이트 킥과 사이드 킥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종류의 킥을 할 것이다. ‘킥’이라고 해서 높이 차는 것에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무엇이든 여유로이 소화할 수 있는 지점까지가 좋은 것 같다. 과도하게 높이 킥 하다가는 밸런스를 잃고 만다. 시선 또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움직임 수업을 들으며 느끼는 건, 어떤 동작을 할 때 신체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여러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허리는 꼿꼿이 펴 있는지, 시선은 멀리 내다보고 있는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나의 움직임은 서로 방해되지 않을만한 거리를 두고 있는지, 어깨의 긴장은 릴렉스 되어 있는지... 끊임없이 신체의 각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
수업을 마치며 바닥에 누워 시를 읊었다. 이미 몸짓하는 사람 카페에서 시 몇 편을 읽다가 발견해 마음에 들어했던 시였다. ‘알몸 노래’... 시인의 고백이 나의 고백인 것처럼 마음을 실어 읊조려 보았다. 내가 그러한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따뜻하고 그렇게 부드럽고 그렇게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문득 그리운 이가 떠올랐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