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에 기고한 글입니다.
리더십과 학교문화
순천인안초등학교 이장규
교장선생님과 교육목표
“~ 행복한 사람은 교육목표로서 너무 추상적이지 않나요?”
교장선생님의 문제 제기는 설득력이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저는 인안초와 행복이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교사도 학생도 행복해지는 학교”
새로 전입 해온 여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교장선생님 왈,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文․武․禮를 두루 갖춘 행복한 사람]”
지난해 말부터 교직원들의 4-5차례 협의를 거쳐 만들어지고 있는 2013교육계획은 새로 오신 선생님들과의 마지막 협의를 끝으로 완성되었다. 우리가 함께 만든 교육계획이기에 어느 것 하나 소홀 한 것이 없다. 교장선생님의 경영관과 학교의 비전이 토론을 통해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자신의 교육관을 분명하게 이야기했지만 직위로 권위를 세우지는 않았다. 합리적인 의견에 수긍했으며 한 발 물러나 전체를 조망했다. 모두의 권위를 세워준 것이다.
교감선생님과 교원업무경감
지난해 1학기 반성회 때 교사들은 교원업무 경감과 교무행정팀 구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주문도 잊지 않았다. 교무행정 전담팀을 이끌고 있는 교감선생님께서 누구보다 더 교무업무에 정통하므로 더 적극적으로 교사들의 업무를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조심스러운 문제 제기에 교감선생님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확답했다. 별 의미 없는 공문은 아예 담당자에게 분류하지 않으며, 단순공문의 직접처리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업무도 행정사 두 명의 정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해결한다. 접수와 발송, 품의까지 교사가 관여하는 것은 정확한 내용과 수치 확인 정도이다. 현재 본교의 교사들은 행정업무로 인해 수업과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지는 않는다. 교사를 수업 본연에 돌려놓겠다는 교감선생님의 확고한 의지와 효율적인 업무 배치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교사와 자발성
교사를 한국사회에서 가장 우수한 집단이라 해도 시비 걸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그만큼의 창의력과 자발성을 발휘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답할 사람 또한 많지 않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교사가 수동적이며 무기력한 양태를 보여주었다면 그것은 그 학교 문화와 리더십의 부재라고 단언한다.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토론과 합의 없이 밀어붙이는 일방적인 지시와 정책들이다. ‘교육적’이라는 미명하에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작금의 리더십은 분명 시대착오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교장선생님의 시책과 과제들도 자발성에 기초한 교사들의 집단 지성에 비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수의 토론과 합의를 최상의 결정 구조로 올려놓은 이유가 그 때문이다. 교사들은 그들의 자주성과 창의성을 인정하는 리더십을 만나면 최고의 헌신과 열정으로 답할 준비가 되어있다. 전국의 수많은 혁신학교의 사례가 그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학교문화, 누가 만들까?
물론 구성원들이 만든다. 하지만 절대적인 점유를 차지하는 것은 교장, 교감선생님의 리더십이다. 오랜 세월 교단에서 쌓은 경험과 실력을, 교사가 오롯이 아이들과 대면하며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그럴 때 따뜻하면서도 민주적인 학교문화, 아이들의 배움을 중심에 두는 학교문화, 참여와 자치를 보장하는 학교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오늘도 순천만이 보이는 인안뜰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행복한 학교]를 꿈꾸는 집단 지성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서툴고 더디지만 우리가 만드는 학교문화이기에 더 없이 소중하다. 봄이 성큼 들어왔다.
첫댓글 교장, 교감 회원님들 잘 읽었제....잉
잘 읽었네..관리자로서 반성도 많이 되네
수고 많았으이! 전에 신문에서 읽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