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성격을 맞혀볼까요? MBTI에 푹 빠진 사람들
“넌 MBTI 뭐야?” “난 ISPN” “나는 ESPT!” 기성세대는 낯설어 할 이런 표현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알파벳 네 자리의 조합은 성격유형검사인 MBTI(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검사 결과다. 학교나 직장에서 흔히 쓰이던 검사가 무료 테스트로 온라인에 등장하면서 젊은 층의 시선을 끌었고 곧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성격
MBTI는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로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심리유형론을 토대로 미국의 심리학자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만들었다. 크게 4가지 분류 기준에 따라 응답자를 16가지 심리 유형 중 하나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십 가지의 질문에 응답하면 답변에 따라 외향성(E)과 내향성(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을 조합해 나온 결과를 알려준다. 그 결과가 성격적 특성과 행동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 MBTI는 한국MBTI연구소에서 정식으로 진행하는 유료 전문 검사인데,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 무료 테스트로 등장했다. 이 테스트는 검증된 검사가 아니지만 단체 채팅방에서 URL이 한 번 공유되면 누가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나와 잘 어울리는 성격 유형은 누구인지 맞춰보고 대조하며 하나의 새로운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결과를 단순한 정보 나열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격에 따라 ‘대담한 통솔자’, ‘논리적인 사색가’처럼 묘사해 그림을 곁들이고 어울리는 직업군은 무엇인지, 연예인이나 롤모델이 나와 같은 유형인지를 보여주는 등 재미 요소를 추가해 젊은 세대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킨 것이 유효했다.
성격이나 성향이 궁금할 때 혈액형, 또는 별자리를 서로 물어보던 것처럼 이제 밀레니얼 세대는 MBTI 결과를 묻는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덕진 부소장은 MBTI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MZ세대(1980년~2004년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는 자신을 이해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은 어떤지 궁금해합니다. 그런데 서로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에 성격을 잘 알 수 없습니다. 상대의 성격을 쉽게 물어보면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MBTI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영업 마케팅에도 활용
성격의 다양성이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여러 업계에서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고객의 MBTI 유형에 따라 선물 추천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MBTI를 응용한 심리 유형 검사를 자체 개발해 이벤트를 열고 결과에 따라 선물을 주거나 쿠폰을 제공해 고객 확보에 이용하는 식이다.
자신은 어떤 유형인지 알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한 성공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꼽힌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흥미를 보이는 검사인 만큼 내용을 깊이 신뢰하지는 않더라도 타인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이용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상대 유형이 무엇인지 알면,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특정하고 있는지 이해하면 응대하기 한결 쉬워진다. 낯선 사람들 속에서 공통 관심사를 찾으려 할 때도 “MBTI 해보셨어요?” 같은 말 한마디면 분위기는 훨씬 좋아질 것이다. 결과에 따라 편 가르기를 하거나 그 사람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은 보지 못하고 결과를 고정시켜 생각하는 것은 안 되겠지만 서로의 관심사를 파악하는 데는 요즘 이만한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맹신하지 말고 이용할 것
MBTI 검사를 시행할 때는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실제 검사 문항은 세심하게 분류된 문항들이 치밀하게 짜여 있어 신중한 응답을 요구한다. 반면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검사는 응답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간단해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지구의 78억 인구를 단 16가지 유형으로 규정하는 것이 어렵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두루뭉술한 말들이라는 의견이 있어 결과를 맹신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전문가들은 MBTI에 대해 깊은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재미 요소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다고 조언한다. 교정인들에게도 MBTI는 공감과 소통에 대한 요구가 높은 요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