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의 존재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캐딜락은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출시한 CTS와 ATS는 디자인도 참 잘났다. 예전부터 엣지있는 디자인은 늘 캐딜락 차지였으니깐. 그런데…왜 이리 안 팔릴까?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끌어당길 만한 요소가 없는걸까? 수퍼카도 아닌데 일반 도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모델이 바로 캐딜락이다.
에디터C: 우스갯 소리로 ATS를 길거리에서 보고 로또나 사야겠다고 했다. 그만큼 보기 힘든 차량을 봤기 때문이다. 스테이츠맨, 베리타스 등과 같이 정말 보기 드문 차들이 바로 캐딜락 모델들이다. 신차를 출시 할 때마다 유럽 경쟁 모델들을 지목하며 다부진 목표를 내세웠지만 판매 성적은 늘 초라했다.
에디터K: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은 유럽 디젤 엔진이 꽉 잡고 있다. 일본 브랜드도 세단의 경우 인피니티 Q50을 제외하면 디젤 모델이 없다. Q50은 트렌드를 잡아 흔히 말하는 대박을 쳤다. 알티마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던 닛산 인피니티에게 Q50은 그야말로 구원투수다.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의 2.2ℓ 디젤을 탑재해 연비와 동력성능 모두를 잡았다. 닛산코리아의 열정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일본 브랜드들 중에선 가장 소비자 기호를 잘 맞췄다는 평이다.
솔직히 ATS가 등장할 때도 기대를 많이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CTS의 경우 가끔 마주칠 기회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길거리에서 ATS를 본 기억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에디터C: 네 말이 맞다. CTS가 그나마 눈에 띄는 이유는 현재 캐딜락에서 판매되는 모델 가운데 80%이상이 CTS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캐딜락은 CTS, ATS, SRX만 판매 중이다. 물론 ATS는 쿠페도 존재한다. 2014년 12월의 경우 캐딜락은 총 76대를 판매했는데 CTS가 63대 팔렸다. 그 사이 ATS는 단 6대 판매됐다. 심지어 2014년 11월은 판매량은 고작 2대다.
ATS의 2014년도 전체 판매량은 201대다. SRX는 45대가 팔렸다. 1개월 판매량이 아닌 '2014년 전체 판매량'이다. 그나마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에스컬레이드의 2014년 5월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판매되지 않고 신모델을 준비 중이다. 그의 공석을 매울 제대로 된 SUV의 컴백은 미지수.
에디터K: ATS는 3시리즈를 정조준했지만, 방아쇠도 못당겼다. 말그대로 조준만 했다. 아직까지 미국차라는 인식이 BMW3시리즈를 잡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3시리즈의 90%이상은 디젤엔진이 판매된다. 가솔린 모델의 판매량은 BMW라고 다르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취향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비싸도 디젤'이다.
분명 ATS 제원이 앞선다. ‘난 디자인이고 뭐고 잘 달려주기만 하면 돼’ 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3시리즈보다 ATS를 추천한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선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3시리즈의 2열 좌석도 넓진 않지만, ATS는 더 좁다. 휠베이스가 3시리즈보다 35mm 짧다. 성인 남자의 경우 편하다고 느끼는 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ℓ 터보 엔진은 272마력의 최고출력과 40.7kg·m의 최대토크를 갖는다. 이정도면 잘 못달리는게 이상할 정도의 스펙이다. 또한, 서킷에서 담금질로 완성된 핸들링 역시 최고수준이다. 고급스런 세팅이며 밸런스가 너무 좋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대로 즉각적인 반응이 운전자를 흥분케 한다.
3시리즈의 경우 이전 모델보다 휠베이스가 늘어나면서 다이내믹한 맛이 떨어졌다고 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다이내믹한 맛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인기는 더 올랐다. ATS가 판매량에 큰 상관없이 마니아층을 위한 모델이라면 더 이상 할 말 없지만, 판매량을 보면 마니아 중의 마니아들만 찾는 모델로 보인다.
에디터C: 실내를 보자. BMW의 경우 다이얼과 버튼이 많다. 하지만 직관적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어색함이 없다. 10년이 넘도록 고집한 i-Drive가 몸에 익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ATS는 터치 버튼 방식이다. 다이얼은 찾아 볼 수 없다. 미래지향적이지만 은근히 불편하다. 에디터처럼 성질 급한 사람은 볼륨 조절 자체만으로 짜증이 난다. 하지만 이런 기능이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이들에게는 소소한 재미로 와닿을지도. 그것도 잠시겠지만.
ATS는 성공적인 모델일까? 캐딜락은 2월 10일 부터 2015년형 ATS를 판매한다. CTS와 ATS는 캐딜락 브랜드의 국내 시장 판매 실적을 전년 대비 68% 끌어올렸다고 했다. 무려 68%다. 앞서 언급했던 판매량을 기준으로 68%나 성장한 성적표라는 이야기다.
또한, 지엠코리아는 2013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된 ATS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후,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탁월한 성능과 첨단 사양으로 컴팩트 세단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고 했다. 어디에 떠올랐는지 무척 보고싶다. 무작정 흠집내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진정으로 단 한 차례도 ATS를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5 ATS는 옵션은 더 좋아지고 가격은 내렸다. 많은 브랜드가 신차를 소개하며 주장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눈에 띄게 판매량이 늘어날까? 차량 자체는 분명 좋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찾는 모델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매우 까다롭다. 현재 유럽 브랜드가 국내 수입차 시장을 독식하고는 있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잘 맞추기 때문이다. 물론, 브랜드 인지도도 무시 못한다. 마케팅의 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동차가 좋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