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진
◑ 작가 소개 : (1958〜 )
하진(본명 진쉐페이·金雪飛)은 1958년 중국에서 태어났고, 미국에서 영미문학을 전공했다. 미국 유학 중에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보고 미국에 계속 머물게 됐다고 한다. 하진(Ha Jin)은 필명 진하(金哈)의 영어식 표기다. 그는 1990년대부터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수많은 작품을 발표해 현재 가장 주목받는 미국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96년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플래너리 오코너 단편문학상, 전미도서상,
펜포크너상 등을 휩쓸었다. 하진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아름답게, 시적으로 읽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는
‘자유로운 삶’ ‘멋진 추락’ ‘전쟁 쓰레기’ ‘광인’ ‘카우보이 치킨’ ‘호랑이 싸움꾼은 찾기 힘들어’ 등이 출간됐다.
◑ 대표작 읽기 : 『기다림』
《기다림》은 이제 ‘천재 작가’라 불러도 누구 하나 부정할 수 없는 하 진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자 펜 포크너상과 전미 도서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까지 올라 미국 문단에 파란을 일으킨 바로 그 작품이다.
시골 출신 군의관인 린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중국의 전통적인 여인 수위와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한다. 고향에 아내와 부모를 두고 무지라는 시의 군병원에서 근무하게 된 린은 매달 돈을 고향으로 보내는 것으로 아들과 남편의 의무를 다하지만 전족까지 한 전근대적인 아내을 사랑하거나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던 중 같은 군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만나를 만나게 되고, 아내와는 달리 세련된 현대 여성인 그녀와 결국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만나는 장교가 아닌 터라 군내 연애가 엄격하게 금지된 상황이고 린 자신은 이미 딸까지 하나 둔 유부남이다.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의 주변을 맴도는 것으로 사랑의 마음만 확인한다. 린이 만나와 ‘합법적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아내 수위의 동의하에 이혼을 해야 하지만, 부모님을 정성껏 돌본 아내에게 그런 요구하는 것도 도리에 어긋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린은 매해 수위의 동의를 얻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고, 수위는 늘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꾼다. 방법은 이제 하나뿐이다. 별거한 지 17년이 되면 아내의 동의 없이 이혼할 수 있다는 법에 따르는 수밖에 없는 것. 린과 만나는 그렇게 십 수 년을 기다리고, 마침내 기다림이 끝나자 생각지도 못한 현실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