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간 - 제5주간
장재봉 스테파노 신부. 부산 바다의 별 Re. 담당사제
훈화_연중 제2주간(1월15일~21일)
묵주기도는 하늘을 적시는 아름다운 멜로디
정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레지오 마리애의 제일 막내 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년 쁘레시디움 이후로는 레지오를 해본 적이 없는 새내기이니까요. 그럼에도 부산 바다의 별 레지아 담당사제가 되었으니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지요.
지난 해 부산교구 레지오 도입 6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한 레지오 훈화집에서도 밝혔습니다만 저는 그래서 더 열심히 레지오 정신을 익혔습니다. 레지오 교본을 충실히 공부했습니다. 마침내 이만큼이나마 성모님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또박또박 따르려는 각오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레지오 안에서 제 기도 순위가 달라지리라 기대하진 않습니다. 레지오 단원들께서 수 년, 혹은 수 십 년 동안 기도하고 봉사하신 세월을 생각하면 아득하여 더 작아지니, 기도도 꼴찌, 봉사도 꼴찌일 줄 여깁니다. 수 십여 년을 쉬지 않고 쌓은 기도 탑의 높이를 따라 잡을 방법은 결코 없을 테니까요.
지난 묵주성월에 읽었던 책에서 담긴 글이 너무도 향기로웠습니다. 혼자만 알기가 아까웠습니다. 두루 소문내어 같이 행복해지고 싶어 전합니다. 이 글이 한국교회에서 제일 처음으로 ‘레지오 마리애 직무 수첩’을 번역하신 분(김익진 프란치스코)의 고백이라서… 더욱 감동 백배입니다. “묵주기도는 내게 음악과도 같았다. 동정 마리아의 반주 없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이 연주될 수 없었다. 묵주기도야말로 그리스도의 일생을 재현하는 뮤지컬이었다. 성모님의 반주가 있어 그리스도의 멜로디가 더욱 아름다웠다. 각 신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생각하면, 묵주기도는 인류 역사의 협화음과 불협화음이 서로 엇갈리는 웅대한 교향곡이었다. 묵주만 손에 쥐고 있어도 힘이 났다.” 마음 모아 바치는 레지오 단원들의 묵주기도가 성모님의 마음을 사로잡아 아름다운 멜로디로 하늘에 기억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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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화_연중 제3주간(1월22일~1월28일)
레지오 단원은 뒷모습도 아름답습니다
누군가의 뒷모습에 마음저린 감동을 느낀 적, 있으시지요? 이를테면 일터에서 돌아오시는 아버지의 야윈 어깨, 이른 새벽 초를 밝히고 기도를 바치고 계신 어머니의 다소곳한 뒷모습에 울컥했던 기억 같은 것 말입니다. 그래서 교육학자들은 자녀에게 본을 보이는 부모가 되는 것이 천 마디의 잔소리보다 효과적이라고 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어린 예수님께 모세오경을 읽어주시는 성모님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물론 이런 일들이 제 상상에만 그치지 않는 ‘사실’이라고 믿습니다. 산골처녀 마리아가 그 엄청난 천사의 말에 선뜻 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선조를 향한 하느님의 약속이 이루어질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하느님의 말씀과 친숙한 생활을 했었기에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도 당혹해하지 않고 다만 “마음속에 간직하며” 이겨냈던 것이라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삶은 시간을 뭉쳐 놓은 세월보따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저런 순간의 색색의 퍼즐로 꾸며지는 고유의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누군가에게 건네는 정감 있는 언어와 온유한 표정이 그리고 정갈한 차림새가 모두 삶을 물들이는 재료가 되겠지요. 그래서 저는 우리 레지오 단원들이 상대에게 보이는 자기 뒷모습까지도 살피는 단정함을 갖추기를 권해드립니다. 무엇보다 먼저 자녀들에게 성경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자녀들이 성경과 친해지도록 본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하여 레지오 마리에 단원의 모든 자녀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엄마의 음성에 귀 기울였던 아들, 예수님의 예쁜 모습을 쏙 빼닮아 살아가기를 소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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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화_연중 제4주간(1월29일~2월4일)
묵주기도로 기도 저금통장을 채웁시다
문득 묵주기도란 천국 해변을 찰싹찰싹 적시는 잔물결이라는 카를로 카레토 수사님의 행복한 글귀가 떠오릅니다. 작정을 하고서 기도 지향을 소리 높여 외치지 않아도, 다만 묵주를 쥐고서 가만가만 묵주알을 굴리는 것만으로도 우리 기도가 천국에 닿을 것이라니 얼마나 행복한지요? 그러고 보면 레지오 단원이 되어서 묵주기도를 충실히 바치게 된 일이야말로 큰 축복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주님의 생애를 묵상하며 찬미하도록 이끄는 묵주기도는 성모님께서 함께 바쳐주시기에 이토록 힘이 있습니다. 잠시 묵상에 분심이 끼일지라도, 잠깐 입술만 달싹대다 지나치는 부분이 생길지라도, 그 허술한 틈을 성모님께서 매끈하게 다듬어 주신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묵주기도는 바치면 바칠수록 거룩한 욕심을 일으킵니다. 언제나 어느 때나 하느님께 순명했던 어머니를 더욱 닮으려 하고 성모님처럼 예수님을 한껏 사랑해 드리려는 열망을 갖게 해줍니다. 이야말로 주님의 말씀처럼 ‘둘이서 한 마음으로 바치는 기도’의 축복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천국을 상상하기를 꽤 즐기는데요. 살아낸 날들이 주님 앞에 알록달록 새겨져 펼쳐질 것을 그려보기도 하고 땅에서 바친 제 기도가 수북이 쌓여있을 것이란 상상도 합니다. 말하자면 지금 바치는 우리 기도는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하늘 창고에 고이 보관될 것을 믿는 것입니다. 단순한 묵주기도로 천국의 기도통장이 그득 채워져서 기도부자가 된다니,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참 촌스런 믿음이라고 흉보시나요? 하지만 저로써는 모든 레지오 단원들께 이런 촌스런 마음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레지오 단원들의 기도가 천국 창고를 채우고 또 넘쳐나서 이 땅에 하느님의 뜻이 성큼 다가오게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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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화_연중 제5주간(2월5일~2월11일)
레지오 단원으로 불림 받은 축복을 한껏 누립시다
성모님께서는 인간의 본분을 너무나 잘 아십니다. 때문에 당신 자녀들이 그 본분에 맞갖은 삶을 살기 원하십니다. 우리들이 당신처럼 그분 가까이에 머물기 원하시기에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는 방종이야말로 죄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라십니다.
그런 맥락에서 저는 우리 레지오 단원들이 무엇보다 교회가 성모님에 대한 찬미를 허락한 이유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위한 성모님의 기도는 오직 ‘하느님의 영광과 당신 자녀들의 구원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교회의 뜻을 바르게 이해할 때에만 예수님처럼, 예수님과 함께, 그분의 뜻을 살아낼 수 있는 까닭이고 성모님처럼 작은 망토자락을 펼쳐 진정한 하느님의 전령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도무지 잘난 것 없고 대단치 않은 우리를 당신 자녀로 삼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레지오 단원들에게는 어머니 성모님의 특별한 사랑이 있습니다. 더욱 거룩하게 살아가도록, 세상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주님의 평화를 시시각각 공급해주십니다. 모두가 은총입니다. 전부가 공짜입니다. 이야말로 레지오 단원의 특권입니다. 그런 어머니의 사랑 덕분에 하느님께서 주신 시간과 능력을 돈을 모으고 건강이 우상이 되고, 오로지 노후 대책 등에만 연연하여 허비하는 어리석은 삶을 거부합니다. 나아가 세상의 어떠한 일을 통해서도 주님의 선하심이 드러나리라는 믿음을 굳건히 지켜 나갑니다.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당신의 눈물과 겸허, 인내와 사랑을 닮아 세상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원합니다. 부디 잡다한 세상사에 일희일비하지 않으신 성모님처럼, 매 순간에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였기에 쓸데없는 것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삶을 낭비하지 않았던 성모님처럼 살아가기를, 그래서 더욱 그리스도를 닮기를… 대장 어머니를 따르는 하느님 군대의 긍지를 잃지 않고 살아가시기를 간곡히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