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님입니다 :)
지난번 무주 토종씨앗수집 1주차 후기에 이어 두번째 후기를 써봅니다.
개인적으로 밀양 감물리에 토종씨앗 텃밭정원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어요.
한 마지기 정도의 다랑논에 심을 토종벼들도 준비 중이고요.
우보농장 우보님으로부터 나눔받은 붉은차나락, 보리벼, 족제비찰, 적토미,
그리고 불도와 북흑조까지, 총 6종의 토종벼 모판이 못자리에 나가있습니다.
동시에 월요일, 화요일에는 씨앗수집을 다녀오니.. 쉴 틈이 없네요!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만큼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배우고 있습니다.
무주수집 2주차에는 설천면과 안성면을, 3주차에는 적상면을 돌았습니다.
특이하게 마을마다 제각각의 특색이 있어요.
안성면에는 거의 집집마다 목단꽃(옛날 작약)이 있었어요.
사탄마을의 한 할머니의 집에는 50년된 목단꽃이 있었습니다.
종자로 번식하기는 힘들고, 뿌리가 옆으로 뻗으면서 절로 풍성하게 피고 진다고 말씀하셨어요.
마음같아서는 뿌리의 일부를 뽑아 집 화단에 심고 싶었네요.
단이쌤께서도 오래전부터 집에 목단꽃을 심고 싶었다며, 목단꽃에 대한 애정을 뿜어내셨습니다.
무주에서는 농촌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무주반딧불시니어클럽'이라는 마을사업을 진행 중이에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파랑색 조끼를 입고 한데 모여
청소와 꽃심기 등 마을을 깔끔하고 예쁜 모습으로 가꾸셔요.
그렇게 모여계시면 수집단의 일은 한결 쉬워집니다 ㅎ
주로 마을의 버스정류장이나, 거대한 보호수 아래에 모여 쉬고 계시는 할머니들을 발견하면,
수집단들은 이때다! 싶어 차에서 내려 설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무주군에서 나왔는데요, 옛날 토종씨앗을 조사 중이에요.
옛날에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로부터 대물림 받아 이어온 씨앗을 ~~~
주로 목소리 큰 자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나머지 할머니들의 발언권이 결정됩니다.
목소리 큰 할머니께서 '요새 누가 옛날 씨앗을 심어~~ 다 사다 심지.
크고 때깔 좋은 게 많이 나와있는데 옛날 종자 그런거 아무도 안 심어!'라 하시면
있는가 없는가 고민하시던 다른 할머니들도 입을 다물고 수긍하시는 분위기가 조성돼요.
반면에 목소리 큰 할머니께서 '그런거 다 허지. 깨나 콩이나 그런건 옛날꺼 고대로 허제.'라고 말씀하시면
'저 집엔 들깨를 하고...' '우리집에 콩이나 팥이 있고..' 라며 서로 가지고 있는 씨앗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렇게 누구누구 집에 뭐가 있어~~ 하며 한 할머니에게 이목이 쏠리면, 당첨!
우리의 활동에 대해 설명드리고 할머니의 집에 함께 방문합니다.
처음엔 겉보리를 보여주신다길래 방문했더니 냉장고 안에 씨앗들이 한가득이었어요.
씨앗을 받고 싶지 않아도, 계속 달리니까 아까워서 받게 된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돈도 못 버는데 장에다 왜 사와
할머니께서 매해 씨앗을 받으시는 이유는,
돈도 없고 장에 가기 힘들고 귀찮아서.
무주에서는 대부분의 할머니들께서 씨앗을 조금씩 주셨어요.
지난 평택, 화순수집에 비해 인심이 넉넉하지 않다는 말들이 수집단들 사이에 오갔습니다.
사실, 먹을 것 없이 어렵게 자란 할머니들께서 아픈 몸을 이끌고 받아놓은 씨앗을
보존의 이유로 댓가없이 받으면서 넉넉한 인심을 바라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설천면에서 방문한 용추마을과 사탄마을은
유난히 할머니들의 표정이 밝으시고, 인심이 후하셨어요.
아무래도 마을이 평지에 위치해있고, 논과 밭이 많아 풍요로운 삶을 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보았습니다.
적상면에서 만난 김갑순 할머니께서는
옛날서리태를 가지고 계셨는데요. 본인 종자할만큼만 남겨두신 이유로 씨앗이 조금 밖에 없었는데,
단이쌤께서 아쉬워하시니,
나 씨 할 거 두 알만 남기고 가져가.
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저희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수집단들에게 두유와 요구르트, 과자 등의 간식을 마구 내어주시기도 했어요.
단이쌤께서는 김갑순 할머니를 '두 알 할머니'라 부르자며
인심 좋은 씨앗할머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셨습니다 ㅎㅎ
무주에서는 유독 동부가 나오질 않아요. 퍼렁밥밑콩도 보기가 힘드네요.
팥은 쉬나리팥(재팥)을 많이들 이어오고 계셨습니다.
할머니들께서 쉬나리팥이 빨간팥보다 더 맛있다고들 하시는데,
아직 먹어본 적이 없어 아쉬워요.
드셔보신 분들, 정말 맛있나요? ㅎㅎ
벌써 4주차 수집이 다가오고 있어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근 며칠간 비가 많이 내리면서,
빗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모으고 활용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궁리 중입니다.
다들 주말 마무리 잘 하시고, 또 활기찬 한 주 맞이하시길 바라요! :)
감사합니다.
첫댓글 이번편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씨앗 맛있다는 수집단에게 대표님이 배고파서 그런가보다해서 빵터지고 ㅎㅎ 밭구경도 재미났어요. 두 알만 남긴다는 기증자님에게 뭉클하기두 했답니다. 영상에서는 전혀 소개되지 않아서 항상 아쉬웠는데 기증자님 이름을 한분씩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두알 할머니 김갑순님이시네요. ^^
목소리 큰 사람에따라 분위기 흘러간다는 것 참~ 공감합니다. ㅎㅎ
아... 두알할머니 너무 감동스러운 후기입니다..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분들입니다ㅠㅠ
모란이 참 곱게 피어있네요
낙화한지가 한참인데..
널찍한 그릇만 보면 흙담고
작물 키우실 생각에 뿌듯하셨을
할머니가 애잔하네요
우리 씨앗이 얼마나 고귀한 분들에게서
전해져 내려오는지 또 실감합니다
본문 내용중 행정구역 명칭에 의문이 갑니다.
사탄, 용추가 적상면이나 설천면이 아닌것 같은데
수집장소를 명확히 할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2주차에 설천, 안성면 두군데를 해서 헷갈렸네요! 수정하겠습니다. 짚어주셔서 감사해요!
씨앗을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분들과 씨앗을 수집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토종씨앗이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갈것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죽을 끓여서 먹어보세요.
팥즙도 많이 나오고 겁나 맛있어요
우와 팥즙이 많이 나온다니 얼른 맛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