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_10. 호심품(護心品)[4]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신심 있는 시주는, 마땅히 열심히 정진(精進)하고 계율을 잘 지키는 모든 성현(聖賢)들을 어떻게 받들어 섬기고 공양해야 하겠느냐?”
그때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모든 법의 왕이십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을 위하여 그 뜻을 말씀하여 주소서. 저희들이 그 법을 듣고 나서 꼭 받들어 가지겠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내가 마땅히 너희들을 위해 그 뜻을 해설해주리라.”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시주(施主)가 열심히 정진하고 계율을 지키는 많이 들어 아는 모든 성현들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되,
그들에게 마치 헤매는 이에게 바른 길을 가리켜 보여주듯이,
양식이 떨어진 이에게 먹을 것을 주듯이,
두려워하는 이에게 근심과 걱정을 없게 해주듯이,
놀라고 무서워하는 이에게 두려움이 없게 해주듯이,
돌아갈 곳이 없는 이를 보호해 주듯이,
장님에게 눈이 되어주듯이,
병든 이에게는 의사가 되어주듯이 그렇게 해야 되느니라.
마치 농부가 농사를 지을 때 잡초를 제거하여 곧 곡식이 잘 여물게 하는 것처럼,
비구도 항상 5성음(盛陰)의 병을 버리고 두려움이 없는 니원성(泥洹城:涅槃城) 안에 들어가기를 구해야 한다.
이와 같나니 모든 비구들아, 시주는 열심히 정진하고 계율을 잘 지키는 많이 들어 아는 이들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고 보시해야 하느니라.”
그때 아나빈지(阿那邠持) 장자가 그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세존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여래시여, 일체 시주와 그것을 받는 이는 길상병(吉祥甁)과 같고,
보시를 받는 모든 이는 비사왕(毘舍王:頻毘沙羅王)과 같으며,
사람을 권유하여 보시하게 하는 것은 부모와 친근히 하는 것과 같고,
보시를 받는 사람은 곧 후세의 좋은 친구와 같으며,
모든 시주와 그것을 받는 이는 거사(居士)와 같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장자여. 네 말과 같다.”
아나빈지 장자가 아뢰었다.
“지금부터는 문(門)을 지키게 하지 않고, 또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사와 양식이 떨어진 나그네들까지도 모두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그때 아나빈지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과 비구 대중들은 이 제자의 청을 받아 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잠자코 장자의 청을 받아 주셨다. 그때 장자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들이시는 것을 보고, 곧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의 주위를 세 번 돌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제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그 밤으로 맛있는 반찬과 갖가지 음식을 준비해놓고 자리를 편 다음,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공양이 다 준비되었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때를 맞춰 오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을 데리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사위성으로 가시어 장자의 집에 이르렀다. 그곳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시자 여러 비구들도 차례를 따라 각각 앉았다.
그때 장자는 부처님과 비구들이 자리에 앉은 것을 보고 직접 갖가지 음식을 골고루 돌렸다. 공양이 끝나고 각각 발우를 챙긴 뒤에는, 낮은 자리를 가지고 가서 여래 앞에 앉아 법을 듣고자 하였다.
그때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여래시여, 모든 비구들에게 필요한 물건인, 3의(衣)ㆍ발우ㆍ침통(鍼筒)ㆍ니사단(尼師壇)ㆍ옷걸이[衣帶]ㆍ물통[法澡罐]과 그밖에 사문에게 필요한 모든 잡물(雜物)을 모두 이 제자의 집에서 가져다 쓰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만일 옷이나 발우ㆍ니사단ㆍ물통과 그밖에 사문에게 필요한 모든 잡물을 쓰고자 할 때에는, 이 장자의 집에서 가져다 쓰는 것을 허락한다. 의심하거나 어려워하지 말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너무 집착하는 생각을 내지도 말라.”
그때 세존께서 아나빈지 장자를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다. 미묘한 법을 연설하신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그때 아나빈지는 다시 네 성문(城門)에서 널리 보시하고, 다섯 번째는 저자에서, 여섯 번째는 집에서 보시를 행하였다. 음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음식을 주고, 장(漿)이 필요하다 하면 장을 주고, 수레ㆍ기악(妓樂)ㆍ향ㆍ영락(瓔珞) 등을 필요로 하면 그 모두를 다 달라는 대로 주었다.
그때 세존께서, 아나빈지 장자가 네 성문에서 크게 보시하고, 다시 저자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보시하고, 또 집에서 한량없이 많은 보시를 했다는 말을 들으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제자 중의 제일가는 우바새로서 보시하기를 좋아하는 이는 바로 아나빈지 장자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