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화요일 2015년
오비에도 - 그라도 24 km
호텔이 너무 넓고 아늑하여 푹 자고 5시경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날씨를 살펴보니 날씨가 좋은 것 같은데, 책상에 기대어 창문을 열다보니
책상 뒤가 뜨뜻하다.
히타가 들어오나 보다 하고 살펴보니 책상 안에 냉장고가 있는 게 아닌가...
열어보니 오렌지 쥬스, 콜라,맥주 한 캔씩과 물 두병이 들어있다.
보통 별 3개 이상 좋은 호텔에서는 계산하고 먹게 돼있고, 그냥 보통 호텔에는
아예 냉장고가 없다. 이게 웬 횡재냐....
아침 일찍 다 먹을 수도 없고...무겁지만 배낭에 다 챙겨 넣고 식당으로 내려왔다.
식당에는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
크로아상 빵과 토스트에 잼 발라 하나 더 먹고 우유 쥬스에 커피까지
한잔 하고나니 배가 부르다.
남은 빵에, 하나 더 챙겨 넣고 6시 45분에 출발했다.
여기서부터는 프리미티보 길이다. 11개 구간을 11 일간 걸어 멜리데에서
프랑스길과 합류한 후 이틀을 더 걸으면 산티아고에 입성하게 된다.
성당 앞 까지 가서 바닥에 박혀 있는 조가비를 찾아 바닥만 쳐다보며 계속 가다가
다른 애기 하다가 조가비를 놓쳐, 길을 잃고 50여 미터를 되돌아와 제대로
들어서, 렌페역까지 갔다가 한 시간여 만에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아름다운
공원길로 접어들었다. 시내길 3.5 키로를 한 시간 만에 걸었다.
그후 8 키로는 좋은 길, 좋은 날씨를 외치며 걷다가 AS-234를 만나 잠시
가다가 다시 아름다운 까미노 길로 접어들어 가다가, 10 시 20분경, 11 키로 지점에서
호텔에서 가져온 빵과 쥬스를 먹고, 5명이 몰려다니는 스페인 아저씨들을 만나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 산티야 예배당에서 사진 찍고 놀다가 눈에 거슬리는 남녀 한쌍을
추월하려고 서두르다가....
한참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차가 급정거를 하더니
어떤 스페인 아줌마가 까미노는 이쪽 길이 아니고 다시 뒤돌아 언덕으로
올라가 왼쪽 길로 가야 한다고 소리치는 게 아닌가,
그라시아스를 외치고 다시 10여분을 올라와 예배당에서 왼쪽 길로 접어드니
이십여분 간 알바 했네...그때까지 쉬고 있던 젊은 남녀도 그때 떠나고....
강을 따라 걷는 아름다운 길을 계속 걸어 21`키로 지점인 페냐플로르에서
까페에서 잠시 쉬다가 다리를 건너 그라도 외곽에 도착,
시내 중심가를 향해 계속 가서 시청을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있고 인포센타도 없고...
안내서에서 추천하는 Auto-Bar Hotel을 물어 물어 찾아 갔는데 중심가에서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일층은 식당인데, 5명의 스페인 아저씨들은 벌써 와서
밥 먹고 있고, 여러 명의 페레그리노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니 꽤 유명한 집인 모양이다.
얼마냐니까, 여장부형의 안주인이 30 유로인데 내일 아침에 내란다.
7시에 아침 먹고 가란다. 우리는 6시 30분에 떠나야 하니 아침을 먹을 수 없으니
돈도 지금 받으라고 하니까, 살라스 까지는 22 키로 밖에 안 되니 아침 7시에
떠나도 충분하니 2.5 유로짜리 아침 먹고 그때 돈 함께 내고 가란다.
막무가내다. 옆에서 스페인 아저씨들은 밥 먹다가 실실 웃고 있고....
짐풀고 바로 내려오니, 전채로 쌀죽, 생선, 닭 메인요리는 야채와 감자튀김
돼지고기. 물과 포도주...후식으로 아이스크림...
물어보고 말고도 없다 , 무조건 갖다 준다.
밥값도 내일아침에 같이 내란다. 어이가 없었지만 ....
하여튼 맛있게 잘 먹고 올라왔다. 별난 괴짜 아줌마다....
바로 옆에 대형 슈퍼가 있어 혼자 내려가
내일 점심꺼리를 한 아름 사가지고 올라왔다.(포도주 쥬스 콜라 빵 하몽 등등...)
물가는 참 싸다. 특히 먹거리는 양도 많고 값도 싸다.
오비에도 성당 앞에서 바닥에 붙은 조가비를 찾았다.
조가비 닫힌 방향이 진행 방향.
즉 사진을 찍은 후, 뒤로 돌아서 오토바이가 서 있는 길을 따라 걸어 내려 가야 한다.
박물관
모든 건축물이 박물관이 될 수도 있을 터,
창문과 출입문과 벽면 과 지붕, 건축 자재나 건축 양식이 예술 그자체
거의 모든 건물이 몇 세기를 걸쳐온 역사와 문화의 깊이를 보여 준다.
아마 중국인들이 하는 쳔원 샾 인듯하다.
프라스틱 제품, 선물,그외 다수라고 간판에 크게 써 있다.
유리창을 들여다 보니 없는게 없다.
La Argan~osa 역의 철길을 구름다리를 건너서
어린이집.
이른 아침 출근하는 엄마가 아기를 맡기러 유모차에 태우고 왔나보다.
일하는 엄마들의 중요한 아침 일상.
오비에도 시내에서 빠져 나오자 마자 만나는 넓고 아름다운 공원.
곳곳에 까미노를 향하는, 까미노를 알리는 중세부터의 기념물이
이 길을 걷는 우리에게 자부심을 갖게 한다.
벤치에 앉아서 놀다간 아기의 신발 한짝.
아! 이쁘다.
태양열 주택을 판다는 건가 보다
solar en venta.
길을 가다가 발을 올려다본 동네.
발거음을 멈추고 한참을 쳐다 보았다.
산허리를 두른 아침 안개와 안정된 살림살이, 선선한 이웃이 느껴지는 살기 좋은 동네.
동네 산 뒤로 뭉게 구름이 피어 오르고 그 뒤로 먼 산이 보인다.
까미오 동지들.
척.척.척 잘도 걸어 간다.
터털북숭이 검정 개를 데리고 가는 순례자.
가장 좋은 친구.
풀속에 아주 오래된 조가비 .
파란 타일이 떨어지고 , 달팽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부자는 아니지만, 삶에 갈등 없어 보이는 편안한 생활이 느껴진다.
경제 위기의 스페인 같은 말이 느껴지지 않는
시골 사람들의 일상.
숲 속에서.
햇빛 속의 찬란한 길을 걷다가 그늘 속의 서늘한 길 속으로 들어 간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의 표지판이 신선하다.
옛날 시골 교회 앞 벤치.
앉을 까 말까.
작지만 정갈한 교회.
까미노 순레자들이 순례자 여권에 찍어 갈 수 있게 준비해 놓은 스템프 , 세요 (sello)
하루 종일 걸어도 좋은 길.
유칼립투스 이파리가 떨어져 있고, 마른 풀 냄새가 향기롭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하얀 마아가렛 꽃과 미나리아재비 꽃.
내리막 길이니 조심하세요.(BAJA! Peligro !)
자전거 순례자에게 주는 주의 사항이 나무에 붙어 있다.
걷는 순레자는 이런 길이 최고로 좋다.
오래 된 나무 등걸과 잔잔하게 흔들리는풀 꽃과
키만 껑충하게 자란 풀들이 내뿜는 달콤한 숨결.
산 속의 길은 우리가 꿈 꾸어 온" 길 " 이었고,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이었고,
우리의 영혼을 완전한 순수함으로 가득 채워 주었다.
마음의 평화.
나무에 달려있었던지, 차가운 물방울이 하나 지팡이를 쥔 손등위로 똑 소리내며 떨어진다.
미풍처럼 기쁨이 나를 감싼다.
"참 좋다"
"참 좋다 "
풀 밭에 퍼질러 앉아서 오비에도 아스투레스 호텔에서 가져온 맥주를 마신다.
캬~~아! 조~~~타 !!
반바지 부대 유쾌한 스페인 아저씨들.
프리비티보 길을 주욱 같이 걸어,
산티아고까지 같이 만났다 헤어졌다 하면서 같이 가게 된다.
반바지 아저씨 왼쪽에 걸어가는 슬로베니아에서 온 나나 (Nana)
바위솔님과 친구가 되어 ,둘이 만나면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산티아고에서 다시 만나 메일 주소와 전번을 나누어 가지기로 했다는데,
날마다 스쳐가면서 만났지만, 안타깝게도 산티아고 머무는 사흘 동안은 만나지 못해서
많이 아쉬워 한다
.
깔끔한 성당의 깔끔한 종탑.
매시간 15분, 30분 , 45분, 정각 5분전 , 그리고 정각에 댕댕댕 종 소리가 울려 퍼진다.
성당 옆의묘지.
우리나라의 전설따라 삼천리의 공동 묘지 같지 않다.
죽은 자들의 동네.
빵굽는 냄새와 웃음 소리가 들리지 않은 뿐.
화살표에 써 놓은 친절한 이정표.
담 의 벽화.
동네와 길과 초원과 강과 하늘과..
그리고 매달아 놓은 진짜 종.
하얀 양들을 진짜로 메에 하고 울었다.
한마리는 털을 빡빡 밀었고 ,한마리는 아직 털이 자라고 있는 중.
이것 좀 보세요.
오래 된 까미노조가비 끝에 놀고 있는 달팽이.
와 ~ 몇 마리야?
시골 동네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다가 멈추어 버린듯,
분홍색 종 모 양으로 다닥다닥 달린 저 꽃은 이름이 뭘까.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간다.
발 아래는 부드러운 낙엽이 밟히고
"마스크 좀 벗으세요".
벗어 보더니, "추워요" 하면서 다시 뒤집어 쓴다.
나무 그늘 풀밭에 앉아서 쉬는데
, 지나가던 순례자가 보기 괜찮았는지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카메라를 달라고 한다.
모처럼 사이좋게 웃으며 한장 찰깍.
등에 짐 지고 ..
영광의 순레자들 ( 페레 그리노 )
작은 성당.
종 치는 줄이 늘어져 있다.
물레방아 ( 몰리노 Molino )가 있다고.
정오의 태양이 조금 뜨거워진 시간,
숲 속은 선선했고, 가벼운 걸음 걸이
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 왔다.
까페를 만나 생맥주 한잔.
어김 없이 쉬어서 간다.
얏~ 호 !!!
오늘의 목적지는 그라도( Grado)
찻길로는 2km 남았다는 이정표.
옛날 다리.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오레오.
땡볕이지만 다리 아래는 시원하다.
아! 드디어 그라도 (Grado) 에 닿았다.
하루 걸을 길이 끝나는 시간.
씻고 배불리 먹을 생각에 행복하다.
메뉴 델 디아에 공짜로 따라 나오는 한병의 포도주는 나를 더욱 행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