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던 동원 예비군을 맞기 위한 작업은 하나하나 착착 진행되었다.
나는 생각지도 않은 "병기계"를 맡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예비군 훈련에 L.M.G경기관총 교육이 들어 있는데 "104 경기관총" 주특기 병사가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였다.
그렇다고 내가 조교로 뽑히지는 않았다. 그래도 고참이니까,,,,
문제는 L.M.G 기관총을 수령해 오는 것이였다.
100여 정을 수령해 오는데 총들이 모두 재생총이란다.
훈련을 맡은 교관이 ROTC출신 장교인데 L.M.G에 대해 잘 알지를 못했다.
하긴 내가 겪어 본 ROTC 후보생 교육에 L.M.G를 분해하거나 성능을 이해하는 교육은 없었다.
그냥 몇발을 사격해 보는 것으로 교육이 끝나는 것이였다.
장교가 되어도 배우지 않은 총기를 알 수는 없는 것이다.
총기를 수령하는 날.
총기를 가져 올 사역병 여러명과 함께 30사단 연병장으로 향했다.
연병장에는 우리 뿐 아니라 여러곳에서 기관총을 수령하러 와 있었다.
연병장 전체에 마치 관처럼 L.M.G가 들은 큰 케이스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뚜껑을 여니 "구리스"(Gurisu)로 온통 범벅이 된 L.M.G가 한정씩 들어 있다.
사역병들은 이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케이스 옆에 삼각대를 놓고 하나씩 고정시켰다.
통제관이 큰 소리로 외친다.
모든 총기를 확인하여 불량이거나 부속이 없는 것은 미리 알려야 한단다.
일단 수령을해서 가져간 후는 이쪽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나는 교관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나는 총기 내부를 점검할테니 교관님은 총기 외부를 확인하라고,,,,,
교관은 어리둥절 했다.
외부는 그냥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내부는 뜯지 않고 알 수가 없지 않은가?
"너 자신 있어?",,,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이상있으면 제가 책임지면 되잖아요."
점검이 시작됐다.
교관이 하나씩 외관을 보고 이상이 있는 것을 체크하고 나면 그다음은 내차례다.
내가 하는 일은 '놀이쇠 후퇴 전진. 격발.' 그것으로 끝이다.
총이란 것은 정말 잘 만들어진 것이다.
모든 총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L.M.G는 군 더더기가 하나도 없게 만들어 진 것이다.
'놀이쇠 후퇴 전진. 격발.'을 해서 격발이 되면 이상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안되는 것만 분해를 해 보면 된다.
내부의 부속은 거의 모두 있지만 간혹 "두격 조정"(총열을 몸체에서 약간의 간극을 주는 일)이 잘못되면 격발이 안된다.
총기를 수령해 오면서도 교관은 걱정이 태산이다.
내가 책임을 진다고는 했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장교가 책임지지 말단 사병이 책임을 지겠나?
그러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겠지.
귀대하고 나서 일대 큰 작업이 벌어졌다.
드럼통아래 불을 피우고 물을 끓여 수령해온 총기들을 하나씩 넣어 "구리스"를 제거해야 했다.
그러고 나면 연병장에 정렬을 하고 물기를 제거한 후 총기름으로 다시 닦아야 했다.
모두 정비하고 체크를 하니 가져올 때 점검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급히 개조하여 만든 병기고에 잘 정렬 해놓고 새로 사온 자물쇠를 채웠다.
그런데 흥미있는 일이 생겼다.
L.M.G 총열이 하나가 더 온 것이다.
한 상자속에 총열이 구리스 속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교관도, 작업하던 병사도, 아무도 모르고 신경 안쓰는 총열이 하나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