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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 촌(寸)
맥이 있는 오른 손
마디 촌(寸)자는 손가락을 세 개만 표시한 손의 상형인 또 우(又)자에 점이 하나 더 있는 모습니다. 점은 손목에 있는 맥이 뛰는 자리를 표시한다고 합니다만, 다른 글자 내에서는 또 우(又)자와 마찬가지로 손이라는 의미로만 사용됩니다.
마디라는 뜻은 손가락의 마디를 뜻합니다. 이후 '마디→(손가락 한 마디의 길이인) 촌(寸)→조금→작다→헤아리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길이의 단위인 1촌(寸)은 약 3cm로, 손가락 한 마디 길이에 해당하고 '치'라고도 부릅니다.
[그림] 촌수(寸數)
촌수(寸數)는 '친족 간의 멀고 가까움을 헤아리는(寸) 수(數)'입니다.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 즉 '한(一)마음(心)과 같은(同) 몸(體)'이기 때문에 0촌입니다. 부부가 낳은 형제 사이는 2촌, 이 형제가 낳은 자식들 사이는 4촌입니다. 다시 4촌들이 낳은 자식들 사이는 6촌, 그 다음은 8촌이 됩니다. 이와 같이 짝수 관계는 형제 관계입니다. 따라서 사촌 형 혹은 육촌 동생 등으로 부릅니다. 부모와 자식 간은 1촌입니다. 나의 형제와 나의 자식 간의 관계는 3촌이고, 나의 형제의 자식과 나의 손자 간은 5촌입니다. 이와 같이 홀수 관계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됩니다.
- 촌(寸)자가 들어가는 글자(1)
▶ 장(將:将:将) : 장수 장, [나무조각 장(爿)] + 고기 육(肉/月) + 마디 촌(寸)
▶ 사(寺:寺:) : 절 사, 모실 시, [그칠 지(止→土)→시] + 마디 촌(寸)
▶ 시(侍:侍:) : 모실 시, 사람 인(亻) + [모실 시(寺)]
▶ 존(尊:尊:) : 높을 존, [술익을/두목 추(酋)→존] + 마디 촌(寸)
▶ 촌(村:村:) : 마을 촌, 나무 목(木) + [마디 촌(寸)]
▶ 봉(封:封:) : 봉할 봉, 흙 토(土) + 나무 목(木→土) + 마디 촌(寸)
장수(將帥), 장군(將軍) 등에 사용되는 장수 장(將)자는 '손(寸)으로 고기(肉)를 들고 제사를 도와주다'는 뜻으로, 원래의 뜻은 '도우다'입니다. 나중에 왕의 싸움을 도와주는 장수(將帥)라는 의미가 추가되었습니다. 군장(郡將)은 '고을(郡)의 장수(將)'라는 뜻으로, 원시 부족 사회의 우두머리입니다.
☞ 절 사(寺), 모실 시(寺)
절 사(寺)자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모실 시(寺)자는 손(寸) 위에 발(止→土)을 받들고 있는 모습으로, '높은 사람을 받들어 모시다'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이후 '모시다→(높은 사람을 모셔야 하는) 관청→(부처님을 모시는) 절'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이후 본래의 뜻을 보존하기 위해 사람 인(亻)자를 추가하여 모실 시(侍)자가 되었습니다. 시종(侍從)은 '모시고(侍) 따르는(從) 사람'으로 임금을 모시는 사람입니다. 시중(侍中)은 '중앙(中)의 왕을 모시는(侍) 사람'으로, 중국 한(漢)나라 때의 천자의 좌우에서 여러 가지 일을 받들었던 벼슬입니다. 일본 무사인 사무라이(侍, さむらい)는 한자로 시(侍)인데, 이 또한 쇼군(將軍,しょう-ぐん)을 모시며 호위하는 무사라는 뜻입니다.
존대(尊待), 존경(尊敬), 존중(尊重)에 들어가는 높을 존(尊)자는 원래 '제사상에 술을 올리기 위해 손(寸)에 들고 있는 술 단지(酋)'를 뜻하는 글인데, 이후 '술 단지→(술 단지를) 소중히 생각하다→공경하다→높이다'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술익을 추(酋)자는 술이 익어 술병(酉) 위로 냄새가 솔솔 나는(八) 모습입니다. 삼존불(三尊佛)은 '세(三) 명의 높은(尊) 부처(佛)'라는 뜻으로, 절이나 불상(佛像)에 나란히 등장하는 3명의 부처입니다. 중앙에는 아미타불(阿彌陀佛), 오른쪽에는 보현보살(普賢菩薩), 왼쪽에는 문수보살(文殊菩薩)이 있습니다.
[사진]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삼막사의 마애삼존불(磨崖三尊佛)
마을 촌(村)자는 '손(寸)으로 나무(木)를 심어 놓은 곳이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마디 촌(寸)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입니다. 사하촌(寺下村)은 '절(寺) 아래(下)의 마을(村)'이고, 이촌향도(離村向都)는 '농촌(農村)을 떠나(離) 도시(都市)로 향하다(向)'는 뜻으로, 농민이 다른 산업에 취업할 기회를 갖기 위하여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 봉할 봉(封)
봉할 봉(封)자는 원래 '손(寸)으로 나무(木→土)를 심기 위해 흙(土)을 북돋우다'는 뜻입니다. 이후 '북돋우다→흙더미를 쌓다→(흙을 쌓아) 봉하다→(봉한) 편지'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봉지(封紙)는 '물건을 넣어 봉하는(封) 종이(紙)'라는 뜻으로, 물건을 넣는 작은 종이 주머니입니다. 봉인(封印)은 '봉하여(封) 붙인 자리에 찍는 도장(印)'입니다. 봉분(封墳)은 '흙을 쌓아올려(封) 만든 무덤(墳)'이고, 봉토(封土)는 '흙(土)을 쌓아올리다(封)'는 뜻과 함께 '제후를 봉하여(封) 내려주는 땅(土)'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 촌(寸)자가 들어가는 글자(2)
▶ 탈(奪:夺:) : 빼앗을 탈, 날개휘두를 분(奞) + 마디 촌(寸)
▶ 토(討:讨:) : 칠 토, 말씀 언(言) + 마디 촌(寸)
▶ 득(得:得:) : 얻을 득, 걸을 척(彳) + 조개 패(貝) + 마디 촌(寸)
▶ 부(付:付:) : 줄/붙일 부, 사람 인(亻) + 마디 촌(寸)
▶ 사(射:射:) : 쏠 사, 활 궁(弓→身) + 마디 촌(寸)
빼앗을 탈(奪)자에 들어 있는 날개 휘두를 분(奞)자는 새(隹)가 날개(大)를 휘두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기서 큰 대(大)자는 새가 날개를 벌린 모습입니다. 따라서 빼앗을 탈(奪)자는 날개(大) 휘두르며 있는 새(隹)를 손(寸)으로 잡고 있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약탈혼(掠奪婚)은 '원시 시대 다른 부족에서 신부를 노략질하고(掠) 빼앗아와(奪) 하는 결혼(婚)'입니다.
'토벌(討伐)한다'는 뜻의 칠 토(討)자는 원래 '말(言)과 손(寸)으로 죄인을 문초하거나 꾸짖다'라는 뜻입니다. 토포영(討捕營)은 '적을 토벌(討)하고 체포(捕)하기 위한 진영(營)'으로, 조선 시대에 적군을 토벌하고 체포하기 위해 각 도의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에 둔 군영(軍營)입니다.
☞ 얻을 득(得)
얻을 득(得)자는 '길(彳)에서 손(寸)으로 돈(貝→旦)을 줍다'는 뜻입니다. 가처분소득(可處分所得)은 '처분(處分)이 가능한(可) 소득(所得)'으로, 개인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번 사람이 20만 원을 세금으로 내었다면 이 사람의 소득은 100만 원이지만, 가처분소득은 80만 원이 됩니다.
줄 부(付)자는 '손(寸)으로 사람(亻)에게 주다'는 뜻입니다. 이후 '주다→맡기다→부탁(付託)하다→의지하다→붙이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발부(發付)는 '증명서 등을 발행(發行)하여 주다(付)'는 뜻이고, 부탁(付託)은 '부탁하고(付) 부탁하다(託)'는 뜻입니다.
☞ 쏠 사(射)
발사(發射), 사격(射擊), 궁사(弓射) 등에 들어가는 쏠 사(射)자의 상형문자는 손(寸)으로 활(弓)을 쏘는 모습입니다. 나중에 활 궁(弓)자가 몸 신(身)자로 모습이 바뀌었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반사(反射)는 '되돌려(反) 쏘다(射)'는 뜻으로, 빛이나 파(波)가 다른 물체에 부딪혀서 나아가던 방향을 반대로 바꾸는 현상입니다. 복사(輻射)는 '수레의 바퀴살(輻)처럼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게 쏘다(射)'는 뜻으로, 물체가 빛이나 열을 방출하는 현상입니다. 방출을 할 때, 수레나 자전거의 바퀴살처럼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간다고 해서 복사(輻射)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 촌(寸)자가 들어가는 글자(3)
▶ 수(守:守:) : 지킬 수, 집 면(宀) + 마디 촌(寸)
▶ 내(耐:耐:) : 견딜 내, 말이을 이(而) + 마디 촌(寸)
▶ 대(對:对:対) : 대답할 대, 마디 촌(寸) + 도구의 모습
▶ 관(冠:冠:) : 갓 관, 덮을 멱(冖) + [으뜸 원(元)→관] + 마디 촌(寸)
▶ 도(導:导:) : 인도할 도, [길 도(道)] + 마디 촌(寸)
지킬 수(守)자는 '손(寸)으로 집(宀) 을 지키다'는 뜻입니다. 수비(守備)는 '지키기(守) 위해 준비하다(備)'는 뜻입니다. 수구(守舊)는 '옛(舊) 것을 지키다(守)'는 뜻으로, 옛 제도나 풍습을 그대로 지키고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개화(開化)나 진보(進步)의 반대되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인내(忍耐), 내성(耐性) 등에 들어가는 견딜 내(耐)자는 원래 '손(寸)으로 구레나룻(而)을 깎는 형벌'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후 '구레나룻을 깎는 형벌→구레나룻을 깎다→(깍는 형벌을) 감당하다→견디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내구재(耐久財)는 '오랫동안(久) 견딜(耐) 수 있는 재물(財)'로, 음식이나 의류처럼 사용하면 없어지는 물건이 아니라 집이나 기계처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재물입니다. 내성(耐性)은 '견디는(耐) 성질(性)'로, 약물의 반복 사용으로 약효가 떨어지는 현상이나 환경 조건의 변화에 견딜 수 있는 생물의 성질을 말합니다.
☞ 대답할 대(對)
대답할 대(對)자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납득할 만한 해석은 없습니다. 손(寸)에 무엇을 들고 있는 모습인데, 학자에 따라 촛불, 먼지떨이, 타악기, 무당의 도구 등으로 해석합니다. 어쨌든 '마주하다, 대(對)하다, 대답(對答)하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대각(對角)은 '마주보는(對) 각(角)'이고, 대각선(對角線)은 '마주보는(對) 각(角)을 이은 선(線)'입니다.
갓 관(冠)자는 사람의 머리(元) 위에 손(寸)으로 갓을 덮어쓰는(冖)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으뜸 원(元)자는 머리(二)를 강조한 사람(儿)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영어의 관사(冠詞)는 '머리에 쓰는 갓(冠)처럼 다른 단어의 머리에 붙는 낱말(詞)'로, 'the', 'a' 등이 있습니다. 국어의 관형사(冠形詞)는 '머리에 쓰는 갓(冠)처럼 체언의 머리에 붙어 형용하는(形) 낱말(詞)'로, '이~, 그~, 저~, 몇~, 새~' 등이 관형사의 예입니다.
인도할 도(導)자는 '손(寸)으로 길(道)을 가리켜 인도(引導)한다'는 뜻입니다. 전도(傳導)는 '전(傳)하고 인도하다(導)'는 뜻으로, 열이나 전기가 그 물체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점차 옮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도체(導體)는 '전기나 열이 잘 전도(傳導)되는 물체(體)'로, 금, 은, 구리 따위가 있습니다. 반대로 고무나 플라스틱처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체는 부도체(不導體)입니다.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물체를 반도체(半導體)라고 합니다. 반도체로는 실리콘, 게르마늄 따위가 있으며, 컴퓨터의 메모리나 CPU 따위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됩니다.
손맞잡을 공(廾)
나란히 위로 내민 두 손
손맞잡을 공(廾)자는 두 손을 나란히 위로 내밀고 있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두 손으로 공손하게 물건을 들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는 글자에 들어갑니다. 이 글자는 다른 글자에 들어가면서 모양이 조금 변하기도 하는데, 군사 병(兵), 함께 공(共)자의 아랫부분이 그 예입니다.
손맞잡을 공(廾)자는 열 십(十)자가 두개 모여 만들어진 스물 입(卄)자와 모양은 비슷하나 뜻은 완전히 다른 글자입니다.
- 위로 향한 두 손(1)
▶ 개(開:开:) : 열 개, 문 문(門) + 한 일(一) + 손맞잡을 공(廾)
▶ 계(戒:戒:) : 경계할 계, 창 과(戈) + 손맞잡을 공(廾)
▶ 롱(弄:弄:) : 희롱할 롱, 구슬 옥(玉/王)손 + 맞잡을 공(廾)
▶ 산(算:算:) : 셈 산, 대 죽(竹) + 눈 목(目) + 손맞잡을 공(廾)
▶ 폐(弊:弊:) : 해질 폐, [해질 폐(敝)] + 손맞잡을 공(廾)
열 개(開)자는 두 손(廾)으로 문(門)의 빗장(一)을 들고 있는 모습에서 '문을 열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이후 '열다→피다→펴다→개척(開拓)하다→시작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개국공신(開國功臣)은 '나라(國)를 새로 여는데(開) 공(功)을 세운 신하(臣)'입니다. 개화사상과 개화기, 개화파 등에 나오는 개화(開化)는 '새로운 세상으로 문을 열고(開) 변하다(化)'는 뜻입니다.
경계할 계(戒)자는 '창(戈)을 두 손(廾)으로 들고 경계(警戒)하다'는 뜻입니다. 화왕계(花王戒)는 '꽃(花)의 왕(王)이 하는 훈계(訓戒)'로, 신라 신문왕(神文王) 때 설총이 꽃을 의인화하여 신문왕을 깨우치기 위해 지은 한문 우화소설입니다. 화왕(花王: '꽃의 왕'이란 뜻으로 모란꽃)이 아첨하는 미인(美人: '아름다운 여인'으로, 장미꽃)과 충간을 하는 백두옹(白頭翁: '머리가 흰 늙은이'란 뜻으로, 할미꽃) 사이에서 누구를 택할 것인가 주저하는 것을 보고 백두옹이 화왕을 훈계하는 내용입니다.
희롱할 롱(弄)자는 '두 손(廾)으로 옥(玉/王)을 가지고 놀다'는 뜻입니다. 희롱(戱弄)은 실없이 놀리는 것을 말하고, 농담(弄談)은 '희롱하거나(弄) 장난으로 하는 말(談)'입니다.
셈 산(算)자는 '두 손(廾)으로 대나무(竹)로 만든 산가지를 들고 눈(目)으로 보며 수를 셈하다'는 뜻입니다. 산수(算數)란 '수(數)를 셈(算)한다'는 뜻입니다.
해질 폐(弊)자에 들어 있는 해질 폐(敝)자는 '천(巾)을 먼지가 나게 막대기를 든 손으로 쳐서(攵) 해지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원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손맞잡을 공(廾)자가 추가 되었습니다. '두 손(廾)으로 옷을 찢어 해지다'는 뜻입니다. 이후 '찢어지다→나쁘다→폐해(弊害)→폐단(弊端)'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 위로 향한 두 손(2)
▶ 병(兵:兵:) : 군사 병, 도끼 근(斤) + 손맞잡을 공(廾)
▶ 전(典:典:) : 법 전, 책 책(冊) + 손맞잡을 공(廾)
▶ 구(具:具:) : 갖출 구, 솥 정(鼎→貝) + 손맞잡을 공(廾)
▶ 기(其:其:) : 그 기, 키 모습 + 손맞잡을 공(廾)
▶ 공(共:共:) : 함께 공, 어떤 물건 + 손맞잡을 공(廾)
손맞잡을 공(廾)자의 모습이 조금 변형되어 사용되는 글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병사(兵士), 병력(兵力), 졸병(卒兵) 등에 사용되는 병사 병(兵)자는 '두 손(廾)에 도끼(斤)를 들고 있는 사람이 병사(兵士)이다'는 뜻입니다. 병장(兵長)은 '병사(兵)들의 우두머리(長)'라는 뜻으로, 이병(二兵), 일병(一兵), 상병(上兵) 위의 계급입니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은 '나라(國)를 부유하게(富) 만들고 군대(兵)를 강하게(强) 한다'는 뜻입니다.
법 전(典)자는 원래 두 손(廾)으로 공손하게 책(冊)을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후 '책→경전(經典)→법전(法典)→법'이란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신학대전(神學大典)은 '신학(神學)을 정리한 큰(大) 책(典)'이란 뜻으로, 중세 유럽애 토마스 아퀴나스가 쓴 책입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인간의 이성보다 신앙을 중시하였지만, 이 책에서는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키려고 하였습니다. 즉 인간의 이성으로 입증되는 자연의 진리(예: 죽은 사람은 살아날 수 없다)를 중시하면서도, 신앙에 의한 초자연적 진리(예: 죽은 사람도 살아난다)를 입증하면서, 이 두가지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파하였습니다. 경국대전(經國大典)은 '나라(國)를 다스리는(經) 큰(大) 법(典)'이란 뜻으로, 조선 시대에 나라를 다스리는 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헌법과 같은 것입니다.
갖출 구(具)자는 두 손(廾)으로 솥(鼎→貝)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집에 '솥을 갖추다'는 뜻입니다. 가구(家具)는 '집(家)에 갖추어야(具) 할 물건'이고, 문방구(文房具)는 '글(文) 방(房)에서 갖추어야(具) 할 물건'입니다.
☞ 그 기(其)
그 기(其)자는 곡식을 까불러 쭉정이나 티끌을 골라내는 키를 두 손(廾)으로 잡고 있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기(其)자가 지시대명사 '그(it)'로 사용되자, 원래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대나무 죽(竹)을 붙여 키 기(箕)자가 되었습니다.
☞ 함께 공(共)
함께 공(共)자는 두 손(廾)으로 함께 어떤 물건을 바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모습에서 '함께, 같이, 바치다, 공손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공동(共同)은 '함께(共) 같이(同)'라는 뜻이고, 공생(共生)은 '서로 도우며 함께(共) 살다(生)'는 뜻으로, 악어와 악어새처럼 종류가 다른 생물이 서로에게 이익을 주며 함께 사는 일입니다.
- 글자 중간에 들어가는 두 손
▶ 봉(奉:奉:) : 받들 봉, [우거질 봉(丰)] + 손맞잡을 공(廾) + 손 수(手/扌)
▶ 진(秦:秦:) : 나라이름 진, 벼 화(禾) + 손맞잡을 공(廾) + 낮 오(午)
▶ 주(奏:奏:) : 아뢸 주, 손맞잡을 공(廾) + 악기
▶ 태(泰:泰:) : 클 태. 물 수(水) + 손맞잡을 공(廾) + 큰 대(大)
▶ 권(卷:卷:) : 책 권, 병부 절(卩) + 손맞잡을 공(廾) + 쌀 미(米)
▶ 폭(暴:暴:) : 사나울 폭/포, 드러낼 폭, 날 일(日) + 날 출(出) + 손맞잡을 공(廾) + 쌀 미(米)
손맞잡을 공(廾)자는 주로 글자의 아래에 들어가지만 글자의 중간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에는 좌우로 벌어져 있는 모습입니다.
☞ 받들 봉(奉)
받들 봉(奉)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두 손(廾)으로 어떤 물건을 받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후 글자 아래에 손 수(手/扌)자가 추가되어 세 손으로 받드는 모습입니다. 또 어떤 물건은 소리를 나타내는 우거질 봉(丰)자로 변했습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다시 손 수(手/扌)자를 추가하여 받들 봉(捧)자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받들 봉(捧)자에는 모두 네 개의 손이 들어 있습니다. 봉사(奉仕)는 '받들고(奉) 섬기다(仕)'는 뜻으로, 국가나 남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것입니다.
☞ 나라이름 진(秦)
나라이름 진(秦)자는 두 손(廾)으로 절굿공이(午)를 들고 벼(禾)를 찧고 있는 모습입니다. 낮 오(午)자는 절굿공이의 상형입니다. 진(秦)나라는 황하강 중류의 섬서성(陝西省)에 있었습니다. 이곳은 땅이 비옥하여 쌀이 풍부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나라 이름인 진(秦)에는 벼 화(禾)가 들어갑니다.
☞ 아뢸 주(奏)
아뢸 주(奏)자는 원래 '두 손(廾)으로 악기를 들고 연주하다'는 뜻입니다. 이후 '연주(演奏)하다→드리다→아뢰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변주곡(變奏曲)은 '원래의 가락을 변경하여(變) 연주하는(奏) 곡(曲)'으로, 하나의 가락을 바탕으로, 화성, 리듬, 박자 등을 변형한 곡입니다. 합주(合奏)는 '여러 악기를 합(合)하여 하는 연주(奏)'입니다.
클 태(泰)자는 사람(大)이 물(氺)에서 목욕하면서 두 손(廾)으로 씻고 있는 모습에서 '편안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이후 '편안하다→너그럽다→교만하다→심하다→크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에 나오는 태산(泰山)은 '큰(泰) 산(山)'이란 뜻으로, 중국 산동성에 있는 중국의 5대 명산 중 하나입니다. 태두(泰斗)는 태산북두(泰山北斗)의 줄임말로 중국 제일의 명산인 태산과 하늘의 북두칠성(北斗七星)이라는 뜻이며, 어떤 분야에서 첫손에 꼽을 만큼 뛰어난 사람을 말합니다.
☞ 책 권(卷)
책 권(卷)자의 윗부분은 '두 손(廾)으로 밥(米)을 둥글게 말다'는 뜻이고, 아랫부분은 무릎을 굽히고 앉아 있는 사람의 모양에서 '굽히다, 말다'라는 뜻이 나왔습니다. 이후 '말다→두루마리→책'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고대 중국에서 책은 대나무 죽간(竹簡)으로 만들어 두루마리처럼 말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말다'는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손 수(扌)자가 붙어 말 권(捲)자가 되었습니다.
☞ 사나울 폭(暴)
햇볕으로 너무 더운 것을 폭염(暴炎) 혹은 폭서(暴暑)라 부르는데, 이때 사나울 폭(暴)자는 원래 '해(日)가 나오면(出) 두 손(廾)으로 쌀(米)을 꺼내, 햇볕에 쬐어 말리다'는 뜻입니다. 이후, '햇볕에 말리다→나타내다→드러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폭로(暴露)는 '드러내고(暴) 드러내다(露)'는 뜻입니다. 또 '햇볕이 사납게 쪼이다'고 해서 '사납다'라는 뜻도 생겼습니다. 사나울 폭(暴)자는 사나울 포(暴)자로도 사용됩니다. 포악(暴惡)이 그런 예입니다.
절구 구(臼)
절구의 모습 / 아래로 나란히 내민 두 손
절구 구(臼)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완전히 다른 두 가지 모습이 있습니다.
첫 번째 모습은 절구나 함정(陷穽)의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함정 함(陷)자나 꽂을 삽(揷)자가 그런 예입니다. 두 번째 모습은 아래로 나란히 내민 두 손입니다. 손맞잡을 공(廾)자가 아래에서 위로 내민 두 손이라면, 절구 구(臼)자는 주로 땅에 있는 물건을 집어 올리는 모습의 글자에 들어갑니다.
이 두 글자는 어원이 완전히 다르지만, 글자화되는 과정에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여기에서는 두 개를 모두 살펴보겠습니다.
- 아래로 향한 두 손
▶ 학(學:学:学) : 배울 학, 절구 구(臼) + 점괘 효(爻) + 집 면(宀→冖) + 아들 자(子)
▶ 각(覺:觉:覚) : 깨달을 각, 절구 구(臼) + 점괘 효(爻) + 집 면(宀→冖) + 볼 견(見)
☞ 배울 학(學)
배울 학(學)자는 '집(宀→冖)에서 아들(子)이 두 손(臼)으로 산가지(爻)를 들고 숫자를 배우다'는 뜻입니다. 동학(東學)은 ‘중국의 동(東)쪽, 즉 한국에서 만든 학문(學)’이란 뜻으로,1860년에 최제우가 만든 종교입니다. 북학(北學)은 ‘중국 북(北)쪽, 즉 만주에 살던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의 학문(學)’이며, 서학(西學)은 ‘중국의 서(西)쪽, 즉 서양에서 들어온 과학(科學)이나 기독교’를 말합니다.
깨달을 각(覺)자는 '집(宀→冖)에서 두 손(臼)으로 산가지(爻)를 들고 숫자를 배우는데, 눈으로 보면서(見) 깨닫다(覺)'는 뜻입니다. 각성(覺醒)은 '깨닫고(覺) 깨어나다(醒)'는 뜻으로, 정신을 차리거나 자신의 잘못을 깨달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 네 개의 손
▶ 여(舁:舁:) : 마주들 여, 절구 구(臼) + 손맞잡을 공(廾)
▶ 여(與:与:与) : 더불/줄 여, 더불/줄 여(与) + [마주들 여(舁)]
▶ 거(擧:举:挙) : 들 거, 손 수(手) + [더불 여(與)→거]
▶ 여(輿:舆:) : 수레 여, 수레 거(車) + [마주들 여(舁)]
▶ 흥(興:兴:兴) : 일어날 흥, 같을 동(同) + 마주들 여(舁)
마주들 여(舁)자는 '아래로 향한 두 손(臼)과 위로 향한 두 손(廾)이 합쳐져 4개의 손으로 마주 들다'는 뜻입니다. 이 글자는 홀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른 글자 내에서 사용됩니다.
☞ 더불 여(與)
더불 여(與)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글자 중앙에 있는 글자가 어금니 아(牙)자의 모습입니다. 즉 '여러 명이 상아(象牙)를 마주 들고(舁) 건네주다'는 뜻입니다. 이후 '주다→(주면서) 돕다→(돕기 위해) 참여(參與)하다→더불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또 글자의 모습도 어금니 아(牙)자가 여(与)자로 변했고, 이후 여(與)자는 간략하게 여(与)자로 사용되었습니다. 지금 중국 간체자나 약자로 여(与)자가 사용됩니다. '여건이 나쁘다'에서 여건(與件)은 '주어진(與) 조건(件)'이고, 여신(與信)은 '신용(信)을 주다(與)'는 뜻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는 일입니다. 여당(與黨)은 '정부와 더불어(與) 있는 당(黨)'으로,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정당을 말합니다.
들 거(擧)자는 '주기(與) 위해 손(手)으로 들다'는 뜻입니다. 거(擧)자에는 손이 모두 다섯 개 들어 있습니다. 일거양득(一擧兩得)은 '한(一) 번 들어(擧) 두(兩) 개를 얻다(得)'는 뜻으로, 일석이조(一石二鳥)와 같은 말입니다. 거중기(擧重機)는 '무거운(重) 것을 드는(擧) 기계(機)'로, 정약용이 1792년 고안해서 수원 화성을 쌓는데 이용되었습니다.
[사진] 정약용이 고안한 거중기(擧重機)
수레 여(輿)자는 많은 사람이 수레(車)를 마주 드는(舁) 모습입니다. 여기에서 수레란 바퀴가 달린 수레가 아니라, 가마나 상여처럼 사람이 마주 들고 가는 수레를 뜻합니다. 상여(喪輿)는 '죽은(喪) 사람을 싣고 가는 수레(輿)'로, 시체를 장지(葬地)로 운반하는 가마입니다. 10여 명의 상여꾼(동네 청년들이나 죽은 사람의 친구)들이 메고 갑니다.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해동여지도(海東輿地圖), 각도여지도(各道輿地圖),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들어 있는 여지(輿地)는 '수레(輿)같이 만물을 싣는 땅(地)'이란 뜻으로, 지구(地球)나 땅을 말합니다. 수레 여(輿)자는 땅이란 뜻으로도 사용되는데, 옛 중국 사람들은 땅을 만물을 싣고 있는 하나의 큰 수레로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 일어날 흥(興)
일어날 흥(興)자는 '무거운 물건을 여러 사람이 같이(同) 마주 들고(舁) 일어나다'는 뜻입니다. 흥부(興夫)는 '제비 다리 고쳐주고 크게 흥(興)한 사내(夫)'라는 뜻이고, 법흥왕(法興王)은 '법(法)을 흥(興)하게 한 왕(王)'이란 뜻으로, 신라 시대에 처음으로 법률을 반포한 왕입니다. 흥진비래(興盡悲來)는 '흥(興)하는 일, 즉 즐거운 일이 다하면(盡) 슬픈(悲) 일이 온다(來)'는 뜻이고, 흥미진진(興味津津)은 '흥(興)을 느끼는 맛(味), 즉 흥미가 넘치고(津) 넘친다(津)'는 뜻입니다. 나루 진(津)자는 '넘치다'는 뜻도 있습니다.
- 절구로 사용되는 경우
▶ 도(稻:稻:) : 벼 도, 벼 화(禾) + [벼/찧을 도(舀)]
▶ 삽(揷:插:挿) : (손으로) 꽂을 삽, 손 수(扌) + [꽂을 삽(臿)]
▶ 함(陷:陷:) : (언덕 사이에) 빠질 함, 언덕 부(阜/阝) + [함정 함(臽)]
▶ 훼(毁:毁:) : (쳐서) 헐 훼, 칠 수(殳) + 절구 구(臼) + 흙 토(土→工)
벼 도(稻)자에 들어 있는 벼/찧을 도(舀)자는 '손(爪)으로 절구(臼)에 있는 벼를 찧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벼 화(禾)자를 추가하여 벼 도(稻)자가 되었습니다. 입도선매(立稻先賣)는 '아직 논에서 서(立) 있는 벼(稻)를 먼저(先) 판다(賣)'는 뜻입니다.
꽂을 삽(揷)자에 들어 있는 꽂을 삽(臿)자는 절구(臼)에 절굿공이(午→千)가 꽂혀있는 모습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손 수(扌)자가 추가되어 꽂을 삽(揷)자가 되었습니다. 낮 오(午)자는 절굿공이의 상형입니다. 삽입(揷入), 삽화(揷畵) 등에 사용됩니다.
빠질 함(陷)자에 들어 있는 함정 함(臽)자는 함정(臼)에 사람(人)이 빠지는 모습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언덕 부(阝)자가 추가되었습니다. 언덕 사이의 틈에 함정처럼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정(陷穽), 함몰(陷沒), 결함(缺陷) 등에 사용됩니다.
헐 훼(毁)자는 '절구(臼)에 담긴 쌀을 흙(土→工)에 쏟아버려 쌀을 훼손했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칠 수(殳)자가 추가되었습니다. 훼손(毁損), 훼방(毁謗), 폄훼(貶毁) 등에 사용됩니다.
- 손도 절구도 아닌 경우
▶ 수(搜:搜:) : (손으로) 찾을 수, 손 수(扌) + [찾을 수(叟)]
▶ 아(兒:儿:児) : 아이 아, 절구 구(臼) + 어진사람 인(儿)
▶ 구(舊:旧:旧) : 옛 구, 부엉이 환(雈) + [절구 구(臼)]
☞ 찾을 수(叟)
절구 구(臼)자가 사용되지만 손이나 절구의 모습이 아닌 글자도 있습니다. 찾을 수(搜)자에 들어가는 찾을 수(叟)자는 '손(又)에 횃불(火→臼)을 들고 무언가를 찾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찾다'는 뜻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해 손 수(扌)자가 추가되었습니다. 수사(搜査), 수색(搜索) 등에 사용됩니다.
☞ 아이 아(兒)
아동(兒童), 육아(育兒) 등에 들어가는 아이 아(兒)자는 머리를 뿔처럼 둘로 묶은 아이의 모습이라고도 하고, 젖먹이의 머리뼈가 아직 굳지 않은 모양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 옛 구(舊)
옛 구(舊)자에 들어 있는 부엉이 환(雈)자는 새(隹) 머리에 깃털이 볼록 올라와 있는(艹) 부엉이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나중에 옛날이라는 뜻으로 가차되었습니다. 절구 구(臼)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입니다. 수구파(守舊派)는 '옛(舊) 것을 지키려는(守) 파(派)'로, 진보적인 것을 외면하고 옛 제도나 풍습을 그대로 지키고 따르려는 보수적인 무리입니다.
★★★★★★★★ 관(盥)자의 뜻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중국에서 종종 눈에 띄는 관(盥)자의 뜻을 한번 살펴볼까요?
관(盥)자는 절구 구(臼), 물 수(水), 그릇 명(皿)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세 글자로부터 이 글자의 뜻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관(盥)자는 그릇(皿)에 물(水)을 담아 두 손(臼)을 씻는 모습으로, '세수(洗手)대야'라는 뜻과 함께 '씻다'라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한자의 어원을 알면 이와 같이 처음 보는 글자라도 뜻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