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소설 - 민시영전 (작가미상)
민근홍 언어마을
[핵심정리]
◈ 갈래 : 고전소설, 영웅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 및 특징
① 윤씨 부인이라는 여성 인물이 남편을 통해 자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② 어리숙한 남편 민시영을 현명한 남편으로 만드는 여인의 슬기와 끈기있는 내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③ 작품의 서사적 전개 과정이 매우 현실적이다.
④ 영웅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민시영의 영웅적인 면모가 보이지 않고, 여성인 윤씨 부인의 결단력과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제재 : 민시영의 입신출세와 윤부인의 의지
◈ 주제
① 남편의 출세를 위한 윤 부인의 욕망과 그를 통한 자아실현의 의지
② 남편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여성의 자아실현 의지와 욕망
[줄거리]
민시영이라는 사람이 조실부모(早失父母)하고 구걸하다가 정 생원 집에 의탁하여 머슴살이를 하게 된다. 민시영이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양반이지만 부모를 여의고 품을 팔며 살아가는 윤 처자와 혼인한다. 첫날밤에 윤 처자는 민시영에게 10년동안 공부할 것을 간곡하게 권유하고 다음날 민시영은 10년 유학의 길을 떠난다. 그 후 윤씨 부인은 주야로 치산하여 생계를 부유하게 하고 아들을 낳는다.
한편 민시영은 정처 없이 떠돌다가 월봉대사를 만나 학문에 열중하여 문사에 뛰어나게 된다. 월봉대사의 신이한 능력으로 과거 시험의 글제를 미리 알고 글귀를 익혀 과거 시험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한 민시영은 자신의 고향인 여주 목사를 제수받게 된다.
여주로 내려간 민시영은 윤씨 부인에 대해 여론을 살피며 암행을 하다가 글을 배우고 있는 아들을 만나 기뻐한다. 아들이 윤씨 부인에게 민시영이 온 사실을 알리나 윤씨 부인은 10년 한정의 유학을 다하지 못하고 돌아온 민시영을 집에 들이지 않는다. 민시영은 다음날에 야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윤씨 부인은 그제서야 남편과 기쁨의 해후를 한다. 민시영은 여주에 도임하여 선정을 펼치니 명망이 모든 사람에게 미쳤고, 후에 이조판서와 우의정까지 역임하여 그 이름이 후세까지 길이 전하였다.
[구성 단계]
◈ 발단: 민시영과 윤 처자의 결혼
◈ 전개: 윤부인의 권유로 10년 유학길을 떠나는 민시영
◈ 위기: 과거 시험에 급제하여 9년만에 돌아온 민시영
◈ 절정: 기한을 채우지 않은 남편을 받아들이지 않는 윤부인
◈ 결말: 어사가 된 남편을 알고 기쁨의 해후를 하는 윤부인
[등장 인물]
◈ 민시영 : 어리숙하고 평범한 인물이지만 윤 부인의 내조로 입신출세하는 인물.
◈ 윤 부인 : 우부(愚夫)인 남편 민시영을 현부(賢夫)로 만드는 슬기와 끈기가 있는 여인. 남편을 통해서라도 이루고 싶은 자아실현의 의지가 강한 여성.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평범한 남편을 ‘현부(賢夫)’로 만드는 여인의 슬기와 끈기 있는 내조를 그린 소설이다. 평범하고 소박하기만 한 여인의 잠재적 힘이 남편의 입신양명을 위해 강인하게 표출되는 점에서 소설적 흥미를 더하고 있다. 당대의 유교적 사회에서 여성은 아무리 능력을 갖추었어도 그것을 밖으로 표출할 수 없었다. 따라서 여성의 자아 실현은 남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성취될 밖에 없는 것이다. 민시영이 결국 귀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윤 부인의 내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으며, 남편을 향한 윤 부인의 욕망과 자아실현 의지가 결혼 초부터 강하게 작용했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고소설 작품에 등장하는 대개의 여성인물들은 그 삶이 극히 수동적이다. 그것은 당대의 사회가 유교적이며 남성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은 자연 소외되고 남성의 내조자 또는 그 종속적인 존재에 그치고 만다. 따라서 아무리 능력을 구비하였더라도 그것을 밖으로 표출할 수 없고 또한 그러한 능력들이 설령 세상에 드러났다 하더라도 그것은 조소의 대상일 뿐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다. 따라서 여성은 사회와는 유리된 가정 안의 존재로만 한정되면서 그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문학작품이 비록 허구적이기는 하나 인간사회의 현실을 그리고 있음을 볼 때 작품 속의 인물은 결코 사회와 무관하지 않으며, 현실적 인물과 별반 차이가 없다.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강조된 시대에 탄생한 고소설 속의 인물은 이러한 시대적 인물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여성인물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조선조와 같은 여성에게 있어서는 질곡의 시대라 할 수 있는 당대의 사회에서도 건설적 적응을 통한 자아실현 즉 이상적 삶을 추구해간 여성인물이 적지 않다. ‘민시영전’의 여주인공 `윤부인`도 바로 그러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작품에서 남주인공 ` 민시영`보다 `윤부인`이라는 여성인물의 자아실현적 의지를 극대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화려하고 걸출한 천하의 영웅을 만들기보다는 우부(愚夫)인 남주인공을 현부(賢夫)로 만드는 여인의 슬기와 끈기있는 내조가 크게 돋보이는 작품으로서 그 서사적 전개과정이 매우 현실적이다. 가정안의 존재로서 평범하고 소박하기만한 여인의 잠재된 힘이 현부(賢夫) 만들기에 당차고 강인하게 표출되는 점에서 이 작품은 더한 소설적 흥미를 갖게 한다.
◈현부(賢婦)를 만난 우부(愚夫)
이 작품은 조실부모하고 구걸을 하며 지내던 민시영을 남편으로 맞은 아내 윤씨 부인이 무능력한 남편을 유학(遊學) 보내 입신출세 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다. 현명한 아내가 어리석은 남편을 출세시키는 이야기는 서사 문학에서 자주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다. 우부(愚夫)인 남편을 개유(開諭), 조력(助力)하여 크게 출세시키는 대표적인 예로는 ‘온달설화’와 고전소설 ‘박씨전’을 들 수 있다. 여기서 ‘평강공주’나 ‘박씨부인’은 신분이나 능력에서 세계를 압도해 가는 지도자적 위치의 여성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윤씨 부인은 아주 평범한 여인으로 가정에 조력하면서 남편을 위해 내조에 힘을 다하고 있는 여성이란 점에서 설화적 인물과는 거리가 먼 현실적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의 설정은 초월적 영웅에 대한 관심이 조선 후기에 이르러 일상인의 생활 주변에 대한 관심으로 변모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혼사 장애 구조
고전 소설 작품 중에는 남녀의 혼사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작품들이 있다. 고전소설에서 혼사 장애는 ‘장애 유발(이별의 동기) - 분리와 시련 - 귀환과 재결합’의 과정으로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제3자의 개입으로 인한 불가항력적 장애이다. 이러한 혼사 장애 구조는 작품에서 주인공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작용한다. 이 작품에서 윤소저는 혼인을 하고 신방을 차린 후, 농부의 처가 되기 싫다며 민시영에게 10년 동안 이별하고 유학(遊學)하고 올 것을 청한다. 이를 보았을 때, 이 작품에 나타난 혼자 장애는 고전 소설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혼사 장애가 아니라 남녀 주인공의 합의에 의해 도출된 장애이며, 혼사를 치르고 부부가 이별하므로 혼사 장애 구조의 변용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혼사 장애의 주된 이유는 일가친척이 없다는 신분적 결함과 남의 집에 기탁하고 있다는 경제적 결핍이다.
◈ ‘춘향전’의 작품 구조의 차용
이 작품에서 민시영이 과거 급제하여 여주 목사가 되어 고향인 여주로 내려오는 장면은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내려오는 구조와 유사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춘향전’과 같은 갈등 구조(변 사또의 학정과 이에 맞서는 춘향의 갈등)가 나타나지 않고, 윤씨 부인이 치산(治産)하여 재물을 많이 모은 상태라서 민시영의 신분 감추기는 아내 놀리기라는 의미 이상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 영웅의 일대기 차용
이 작품은 민시영의 시련과 시련의 극복이라는 내용을 볼 때 영웅 이야기의 요소가 작품 곳곳에서 발견된다. 민시영이 어려서 부모를 여의는 것은 기아(棄兒)의 위기이며, 이를 불쌍히 여겨 민시영을 자식처럼 키우는 정생원은 조력자로 볼 수 있다. 또 혼사 장애를 겪고 월봉대사를 만나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은 영웅 소설의 전개 방식과 유사한 면을 보인다. 그러나 천상계의 인물이 적강(謫降)하는 모티프가 없다는 점, 주인공 민시영이 비범하고 영웅적인 능력을 보이지 않고 평범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영웅의 일대기 구조가 세속화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관련작품
[심화 학습]
◈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류
1) 작자 미상의 범소설류
박씨전(朴氏傳), 정수정전(鄭秀貞傳)[※일명 : 여장군전(女將君傳)], 홍계월전(洪桂月傳), 금방울전[금령전(金鈴傳)], 사씨남정기, 장화홍련전, 춘향전, 심청전, 옥단춘전, 숙향전, 운영전, 숙영낭자전, 민시영전, 콩쥐팥쥐전, 반씨전(潘氏傳), 정을선전, 창선감의록(彰善感義錄), 열녀전, 위씨절행록, 소현성록, 한씨삼대록, 이학사전(李學士傳), 이대봉전(李大鳳傳), 양주봉전(楊朱鳳傳), 김희경전(金喜慶傳), 황장군전(黃將軍傳),옥주호전(玉珠好傳), 음양옥지환(陰陽玉指環), 이봉빈전(李鳳彬傳), 옥원재합기연, 방한림전, 완월, 완월회맹연, 옥수기, 이춘풍전, 제주도의 바리공주와 제석본 풀이 등(等)
2) 작자가 알려진 범소설류
계축일기(인목대비 궁녀 지음), 인현왕후전(인현왕후 민씨의 궁녀 지음), 한중록(혜경궁 홍씨 지음), 열녀 함양 박씨전(연암 박지원 지음) 등(等).
민시영전.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