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7차 전북 담양 가마골(2022.7.21.)
원래는 강원도 평창의 동대산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우천 관계로 목적지를 전북 담양의 가마골로 변경하였습니다. 예보 상으로는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알았으나 도착해 보니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몇 분은 힘든 산행을 하셨지만,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 대원들은 산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골짜기 트레킹으로 돌렸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예상대로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계획이나 예상대로 된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기쁨이란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올 때 더 기쁘지 않을까요? 오늘 이 빗나간 예상이 반드시 기쁜 것은 아닐지 모르나 그렇다고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었습니다.
가마골은 그렇게 대단한 경치가 있는 그런 명승지는 아니었지만 걷기에는 아주 좋았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니 용소(龍沼)라는 못이 나오고 그 위에 폭포가 그것도 이중 폭포가 여자 허리 모양으로 뻗어 있었습니다. 안내판에 보니 어느 원님이 부임하여 이 용소를 구경하려고 하는데 그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서 구경하면 큰 재앙을 당할 것이라 했답니다. 하지만 그 원님은 이것을 무시하고 용소를 구경하러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용이 승천을 하려는데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연못에 빠져 죽어버렸다고 합니다. 그 후 원님도 병을 얻어 죽고 말았다는 전설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듯한 이야기지만 허구 속에 인간의 심리가 스며있는 것이 전설입니다. 그래서 전설이 역사적 사실보다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의 단군 신화나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도 허구이지만 그것이 미친 영향은 어떤 역사적 사실보다 더 컸던 것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없었다면 오늘의 서양의 예술과 문학이 있었을까요? 승천하지 못한 용이 묻힌 용소, 그 용소를 그냥 경치로만 보면 별것이 아니지만, 그 소에 얽힌 전설을 생각하면 용소는 그냥 작은 물웅덩이가 아닙니다.
산행하다 보면 참 신기한 생각이 듭니다. 저는 산에 와서 후회해본 기억은 없습니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도 일단 오고 나면 잘 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산행 같습니다. 날이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오지 않으면 오지 않는 대로, 눈이 와서 좋고 오지 않아서 좋고, 즐겁지 않은 산행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산행의 매력이 아닐까요?
오늘도 비가 오는 날이니 골짜기에 물 흘러가는 소리가 좋고, 폭포에 물이 많아서 좋고,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서 좋고, 정거장에서 먹는 묵이 좋고, 버스 안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이 좋고, 총무님의 재치있는 말이 좋고, 회장님의 회장스러운 인사 말씀이 좋고, 좋은 일이 차고 넘치는 산행이었습니다.
첫댓글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신선봉정상의 운무솎에서 점심을 먹은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총장님께서 쓰시는 산행일지는 더 큰 자산으로 남을 것 입니다.
여유롭고 깊이있는 산행후기 글을 읽노라니 마음이 참 편안해짐을 느낍니다.
우리가 산에 가는 이유는...
자연속에서 순화되어가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였죠.
비가 내리는 싱그러운 하루 숲속을 걷는 느낌도 멋진 폭포를 감상 할 수 있었던 것도 산행이 주는 행복이였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