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로 일궈낸 IT 초강국의 유전자는? ① [조인스]
유목민족의 진취성·호전성+농경민족의 교육열·탐구심… “한국의 시대 새로 열린다!”
한국인의 DNA 특질 집중탐구
월간중앙세계에서 가장 큰 대국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사이에 끼인 한국. 지난 5000년의 역사 동안 수 없이 많은 외침을 견뎌내며 지금까지 왔다. 온 세계가 유례 없던 금융위기에 직면한 지금.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중국과 함께 한국을 새로운 투자유망국가로 지목했다. 10년 전 외환위기를 이겨내고 근성 있게 다시 일어선 한국인의 힘, 그 원천은 무엇일까?
외환위기의 한파가 한창이던 1998년 1월 한 회사에서 사내 금모으기 운동을 실시했다.
“앞으로 태극마크를 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박찬호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좀 더 자리를 굳건하게 하기 위해 태극마크를 포기하겠다고 밝히던 그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WBC(Wordl Baseball Classic)에서 보여줄 그의 활약을 기대했던 팬들 역시 아쉬움 속에 그를 떠나 보냈다. 박찬호도 울고, 팬들도 울었던 기자회견.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2002년 월드컵 신화를 일궈냈던 히딩크 감독도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자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열성적으로 임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가라는 이름 앞에서 비장하고 숙연해지는 것이 한국인의 특징이다. 마치 DNA가 꿈틀대며 반응하듯 한국인들은 서로의 피에 반응하고 이끌린다. 뭉쳐서 거대한 하나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은 하나의 큰 가정과 같이 온 국민이 나라 일을 자신의 집안일처럼 여긴다.”
중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장흥제의 <중국이 한국인보다 무엇이 모자란가>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스포츠는 극적이고 감동적 요소 때문에 쉽게 몰입하고 동조하게 된다. 올림픽에 온 세계인이 주목하며 모국의 성적표에 울고 웃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던 한국인의 모습은 10여 년 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외환위기 때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펼쳐졌던 ‘금 모으기 운동’에서 2개월 동안 350만 명이 참여해 225t의 금붙이를 모았던 것이다.
나라를 위해 재산 내놓는 국민성
세상 어느 나라 국민이 국가의 위기 앞에 자기 재산을 내놓으려고 할까? 한국인의 내면에는 이처럼 매우 강렬한 운명공동체 의식이 녹아들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상황이 일부 경제권역에서 벌어진 긴급상황이었다면,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혹자는 “예전에는 나라가 어려우면 외국으로 이민갈 궁리라도 했는데…”라고 한탄한다. 그러나 위기는 거꾸로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애국심과 단결력이 융화돼 결정적 순간 놀라운 에너지를 배가하는 힘의 원천이 된다면 가능하다. 기자생활을 거쳐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는 함영준 씨는 2006년 펴낸 자신의 저서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오른다>에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일하는 아시아 경제통 앤디 시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인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던 시에가 한국예찬론자로 돌연 선회한 것이다. 2005년 말 홍콩에서 벌어진 한국 농민들의 세계무역기구(WTO) 반대시위를 목격하면서부터라고 했다. 시위에 대한 찬반을 떠나 그는 한국인들의 단결력과 단체문화에 놀랐다고 한다.
“나는 탁월한 조직력과 응집력으로 이뤄진 시위문화를 봤다. 이런 훌륭한 조직화로 한국기업은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함씨는 “그가 감탄한 것은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뭉치는 힘, 공(公)을 위해 사(私)를 희생할 줄 아는 헌신적 자세였다”고 분석한다. 특히 위기가 닥칠 때 공동체 의식은 새로운 에너지의 원동력이 돼 분출하기 때문에 나라가 없어질 뻔했던 수많은 고비에 직면해서도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이 한국인을 보는 시각에는 이와 정반대의 의견도 있다. 한국사람들은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라는 견해다. 일본의 외신들은 “한국이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때 놀라운 질서와 친절을 보여줬지만, 행사가 끝나자마자 질서의식은 사라졌다. 남녀 가릴 것 없이 길에서 자주 부닥치는데, 이는 타인에 대한 배려의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비 온 뒤 굳어진 땅처럼 단단하게 하나로 뭉쳐 응원하던 한국인들이 돌아서기만 하면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서로 밀치며 군중 속을 나아가는 풍경. 분명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하고 기이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런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이면에는 시기심 많고 탐욕적인 기질이 숨어있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인협회 명예회장은 청와대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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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DNA에는 전사의 기질이 남아있다. 2008베이징올림픽 펜싱 은메달리스트 남현희 선수(왼쪽)의 경기 장면.
“한국인들은 배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정서부터 바꿔야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심각한 경쟁 심리와 질투심을 드러내는 속담이다. 거리마다 명품을 가장한 ‘짝퉁’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도, 우리 아이를 옆집 아이보다 더 비싼 학원에 보내려는 것도 특유의 경쟁심의 발로다. 외국인들은 남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담담하게 자기 삶을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눈으로 보면 ‘남보다 더’를 외치며 악다구니를 쓰는 한국사회가 유별나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인들이 불공평한 사회에서 사는 것도 아니다. 이원재 씨가 쓴 <주식회사 대한민국 희망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중산층이 어느 나라보다 두텁고, 이들 간의 소득수준과 소비수준이 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니계수는 한 나라의 소득분배를 특정하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게 분배된 상태를 나타낸다.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2006년 0.311이고, 같은 시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평균은 0.312이다.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상황은 결코 나쁜 편이 아니다. 30개국 중 17번째이기는 하나 미국·이탈리아·스페인 같은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낫다.
이원재 씨는 좁은 국토에 너도나도 차를 사던 ‘마이카 열풍’도, 비싼 휴대전화 척척 바꿔대는 소비행태도 비교적 균등한 소득수준 덕분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양면성이다. 베인&컴퍼니의 이성용 대표는 “한국인의 속은 자본주의자면서 겉으로는 사회주의자 같이 행세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누구보다 잘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면서 뿌리깊이 박힌 유교적 의식관은 물질에 대한 무관심을 가장하게 만들었다. 부자를 시기하고 잘사는 남을 시기하는 습성은 이 두 가지 양면적 요인이 결합해 치열한 경쟁의식을 낳았다. 그런데 탐욕스럽고 시기심이 많다고 해서 ‘어글리 코리안’으로 규정지을 수 있을까?
함영준 씨는 “오히려 한국인의 유별난 시기심과 경쟁심은 축복”이라고 말한다. 단시간 안에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저력이 ‘잘살아보자’는 열망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이는 없다. 한국의 산업현장 곳곳에 적혀 있는 ‘Best’라는 단어, 유치원 때부터 대통령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는 아이들. 자신의 처지보다 못한 사람을 보기보다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을 보며 부러워하고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한국인들이다. 좋게 보면 ‘아름다운 시기심’이다.
<뉴욕타임스> 최고의 아시아 통으로 꼽히는 나컬러스 크리스토프는 <중국이 미국 된다>는 자신의 저서 한국판 서문에서 각국 사람들의 기질을 재미있게 표현한 유머를 소개했다. “미국인 두 사람이 한 방에 같이 있으면 법적 고소가 자주 일어나고, 중국사람들은 장사를 위한 흥정을 벌이고, 일본사람들은 친절한 인사를 해댄다. 아마 한국인들은 싸움질을 시작할 것이다…. 한국인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거칠고, 쉽게 흥분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박미소 기자
“빨리빨리”로 일궈낸 IT 초강국의 유전자는? ② [조인스]
유목민족의 진취성·호전성+농경민족의 교육열·탐구심…“한국의 시대 새로 열린다!”
한국인의 DNA 특질
아침의 나라? 전사의 나라?
월간중앙그렇다. 누가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했던가? 우리 민족을 매우 평화로운 사람들로 포장한 이 말은 미국의 유명한 천문학자인 퍼시벨 로웰이 1883년 겨울을 서울에서 보내고 그 경험담을 책으로 엮어낸 <조선전(Chosen: The land of morning calm)>의 제목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는 책을 통해 “조선인의 흰옷과 느리고 우아한 움직임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고 썼다.
로웰이 살아 돌아와 양철냄비처럼 들끓는 한국인의 다혈질적 기질과 최근 국회에서 벌어졌던 폭력사태를 본다면 책 제목을 고치고 싶어질 것이다. 조선조 말에 한국을 방문한 서양인들도 대부분 한국인들에 대해 평화적이며 선량하다고 평가했다. 한민족이 다른 민족을 침범한 역사가 거의 없다는 점도 그 평가를 거든다.
한국인에게 내재한 양 극단의 상반된 기질의 원인은 무엇일까? 역사적 고찰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다음은 김병모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의 말이다.
“한국인의 여러 가지 문화요소를 들여다보면 뚜렷하게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납니다. 북방계 유목민과 남방계 농경민의 특성이 혼재된 것이죠. 박혁거세신화나 주몽신화에는 유목민족에서 드러나는 천손신화와 농경민에게서 나타나는 난생신화가 모두 보입니다. 민요를 봐도 그렇습니다. 북방인의 민요는 한 소절이 스타카토로 끊어지는데, 우리 민요 중 <새타령>이 그런 경우이지요. 남방인들의 노래는 뒤를 질질 끄는 특징이 있는데, <진도아리랑>이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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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007년 11월15일 고사장인 서울 중앙고등학교 앞에서 한 학부모가 기도를 하고 있다.
유학을 숭상하고 한족을 높게 여기던 조선시대를 거치며 북방계 민족과 우리 간의 동질성은 잊혀졌다. 역사학자 이덕일 박사의 말이다.
“조선시대 주류인 유학자들은 우리 민족정신의 뿌리를 중국의 한족에서 찾으려고 했고, 원래 뿌리인 유목민족은 오랑캐로 내모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핏속에는 호전적인 전사의 유전자도 생생히 흐르고 있다. ‘북방 몽골계’는 그저 인종적 분류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우리의 기질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다음은 몽골 전문가인 박원길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의 말이다.
“민족의 구성을 따져봤을 때 60% 이상은 북방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려는 25대 충렬왕부터 마지막 왕까지 모두 몽골의 여인을 왕후로 맞았고, 또 고려 여인들도 몽골로 시집가기도 했죠. 이처럼 역사적으로 몽골과 우리 민족은 가깝게 접하고 있었습니다. 만물에 혼이 있고 하늘을 존중하는 샤머니즘적 습성도 북방계와 비슷합니다.”
북방의 민족과 남방의 민족, 유목과 농경의 문화가 한반도 안에서 뒤섞이고 하나가 됐다는 결론이다. 여기까지는 고대국가가 성립된 이후의 역사를 근거로 한 이야기다. 서울대 의대 이홍규 교수는 실제로 한국인들의 DNA를 분석하고 한민족의 유전적 기원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
“4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지구에는 큰 기후변화가 계속됐습니다. 빙하기를 맞이해 인류의 이동도 영향을 받았죠. 한민족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몽골리안의 원류는 마지막 빙하기 때 바이칼 호수 지역을 피난처 삼아 견디고 있었을 것입니다. 날씨가 풀어지자 남쪽의 한반도 쪽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교수는 인류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유전적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 먼 옛날 선조들의 이동 경로도 어느 정도 추적할 수 있었다. 한국인의 주요 유전형은 북방계에 몽골 계통과 많은 공통점을 보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의 선조가 중앙아시아를 통하고 시베리아를 거쳐 남쪽으로 내려온 흔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자신이 쓴 <바이칼에서 찾는 우리민족의 기원>에서 한국인의 외향적 특징도 북방에서 지낸 세월 때문에 구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속하는 몽골리안의 모습 중 추위에 적응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많다. 지방층이 두꺼운 이중의 눈꺼풀, 뺨, 위턱과 아래턱에 지방층이 두꺼운 것, 둥글고 각이 없는 머리 모양, 다리가 짧고 상대적으로 둥근 체형, 피부의 색깔이 창백한 것…(후략)”
우리의 피와 문화 속에 녹아든 남방과 북방의 특질이 현대에도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강인함과 활력, 승부근성은 북방의 전사민족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양궁·펜싱·레슬링·유도·사격·태권도 등 전투 관련 종목에서 메달을 집중적으로 거둔다. 말을 달리던 북방 유목민족처럼 우리도 역동적 기질을 타고난 민족이다.
이런 핏줄은 “빨리빨리”를 습관적으로 입에 달고 사는 모습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국인의 성급한 성격은 각종 부실공사와 무사안일주의로 연결돼 외국인들에게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하고는 했다. 그러나 조급성이 가져다준 것들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 우리나라에서 첫선을 보인 지 불과 4년 만에 5,000만 명이 쓰게 될 정도로 빠르게 통신망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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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넣고 있다. 최근 산업계에서도 기술 간의 융합을 시도하는 ‘비빔밥 정신’이 유행하고 있다.
국가적 지지를 등에 업은 사업이기도 했지만 가정마다 선으로 연결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빨리”를 외치지 않고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는 전 세계 18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디지털기회지수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정보통신의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구축한 가장 든든한 무기 중 하나가 됐다. 경제위기를 맞아 각국의 지도자들도 대책 마련에 시급하게 나섰는데, 여기서도 한국의 ‘스피드 정신’이 눈에 띈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중국·일본의 리더들이 내놓은 전략과 정책을 통해 각자의 특징과 강점을 살펴봤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하는 800조 원을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하기로 함으로써 스케일로 승부를 거는 양상이다.
일본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녹색 뉴딜 구상을 내놓아 시장의 원리를 치밀하게 꿰뚫는 정책이라고 평가받았다. “한국의 강점은 속도다. 이 대통령이 직접 상반기에 예산 60% 투입을 독려하면서 재정 조기 집행에 승부를 걸고 있다. 세금환급(지난해 6월)도 제일 빨랐다.” -2009년 1월12일자 <중앙일보>
앨빈 토플러는 혁명적 부를 창출하는 미래의 요인으로 시간·공간·지식을 꼽았다. 세계가 직면한 위기 역시 각 분야의 속도에 차이가 있어 충돌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항상 속도에 주안점을 둔다. “경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기획력과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은 먼저 보고 먼저 생각하고 먼저 실행하는 것이다.”
취임을 앞둔 이석채 KT 사장 내정자가 임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한 말이다.
박미소 기자
“빨리빨리”로 일궈낸 IT 초강국의 유전자는? ③ [조인스]
유목민족의 진취성·호전성+농경민족의 교육열·탐구심…“한국의 시대 새로 열린다!”
한국인의 DNA 특질
학원 보내려고 집 파는 유일한 민족
월간중앙 우리는 유목민족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이후 농경민족으로의 삶을 체화했다. 단적인 예로 한국인들의 유별난 교육열을 들 수 있다. 다시 이덕일 박사의 말이다. “고구려에는 무예와 학문을 가르치는 경당이 있었습니다. 고구려 역시 유목민족이었는데, 다른 유목민족에서는 이런 교육기관을 찾아볼 수 없었죠. 백제·신라도 모두 국가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이 하나씩 있었습니다. 교육열은 농경민의 특징입니다. 일찍부터 우리에게는 학문을 중시하는 민족적 특질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자식이 수학능력시험을 보러 가면 그 교문 앞에서 염주를 굴리고 두 손 모아 울며 기도하던 풍경…. 한국의 교육에 대한 집착은 외국인들에게는 희한한 모습으로 비쳐져 각종 외신에 소개되기도 했다. 열기가 과해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사교육에 무리하게 투자해 가계가 휘청거리기도 한다.
한국은 가족이 있어도 혼자 따로 떨어져 사는 기러기아빠와, 아이 학원비를 대기 위해 파트타임 일을 마다하지 않는 엄마가 사는 나라다. 과도한 교육경쟁은 이처럼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빠르게 문맹률을 낮추고 의무교육을 도입했던 사실이 숨겨져 있다.
지식산업·지식사회의 시대에 교육열은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더 클 것이다. 사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조선조에 유교문화와 선비정신이 중시되면서부터 숭문사상이 널리 퍼졌다.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치솟은 것이 바로 사교육시장이다. 소를 팔아 자식 대학에 보내는 한이 있어도 고향의 부모들은 교육이 최우선이었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1950년대 이후 의무교육을 받고 나온 한국의 폭넓은 노동인구는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산업화 과업을 수행하는 데 훨씬 적합했다.… 한국 학생은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 졸업할 때쯤이면 미국 대학 3학년 수준의 실력을 갖추었다.” - 브루스 커밍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에서 피사(PISA) 테스트는 OECD가 2000년부터 회원국가들을 대상으로 만 15세 청소년의 독해·수학·과학 등의 학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3년마다 실시하는 이 테스트에서 한국 학생들은 핀란드 청소년들과 함께 매번 상위권을 차지해왔다. 2008년에는 미국 내 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이 12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돼 출신국가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열광적인 투자는 지속되는 데 반해 우리나라 국민이 교육계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은 엄청나다.
평준화를 지향해온 공교육의 방향이 경쟁을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의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열정만큼은 어느 민족에도 뒤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교육, 앞으로는 그 동안 소홀했던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국제경쟁력을 배양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세계적 영화배우 귀네스 팰트로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비빔밥을 꼽는다.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 채식이 유행하며 번지는 형상이다. 나물 몇 가지를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에 쓱쓱 비벼 먹는 비빔밥. 입맛이 없을 때 대충 남은 것들을 섞어 비벼 놓으면 희한하게 군침을 돌게 만든다. 매콤한 고추장과 담백한 나물, 고소한 참기름이 한데 뒤섞여 그럴싸한 메뉴로 거듭나듯, 최근 우리 산업계에도 ‘비빔’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심지어 “한국 기술 융합의 미래를 보려면 비빔밥을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합하고 섞는 ‘비빔밥의 철학’
어디를 가나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간절히 찾는 요즘, 한국의 기업들은 기술 간 융합에서 새로운 실마리를 얻는다. 방송과 통신이 서로 통하며 방송통신융합미디어를 탄생시켰다. 신에너지 개발 기술과 자동차공업이 결합해 전기나 수소로 움직이는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었다. 기술의 발달로 모든 분야 간 장벽이 낮아지는 요즘 앞서나가는 기업이라면 어디든 기술 결합을 두고 뜨거운 논의를 벌인다.
지식인사회에서 통섭(‘지식의 통합’.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통합 학문 이론)은 이미 해묵은 주제가 됐다. 뒤섞고 비비고 흔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한국인에게 더 쉬운 작업일 것이다. 장벽을 넘나드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 두려움이 없는 유연성, 많은 학자는 이것이 우리나라가 이민족의 침략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방법이라고 말한다.
“우리 민족은 5,000여 년 동안 질기게 제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서기 70년 이후 로마의 탄압을 이기지 못해 나라 없는 민족으로 1,800여 년 동안 유랑한 민족이다. (중략)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일신에 대한 신념이 워낙 강해 로마제국의 다원종교를 용납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방법론에서 모든 종교와 권위를 수용하는 유연성으로 공존의 길을 열어놓고 살았다.” - 백석기, <한국인의 성공 DNA>에서
유목민족이 북에서 내려와 남쪽의 농경민족의 문명 속에 녹아들듯 유연성은 한민족 고유의 특수한 기질이자 강점으로 내재해 있다. 놀라운 가능성은 이미 우리 안에 잠들어 있다. 냄비근성은 열정으로, 조급함은 스피드 경영으로, 시기와 질투심은 경쟁의식으로 승화한다면 세계적 불황도 별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 이것만은 반성하고 넘어가야!”
김을동 의원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 분야’를 입수해 발표했다. 익히 알려진 대한민국의 추한 이면 중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린 이야기였는지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신비의 약초나라 향수산
·자살률 - 2006년 조사 결과 사망 원인의 21.5%가 자살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 인구 10만 명당 평균 24명이었던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45.2명으로 나타나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낙태수술 - 출생아 대비 낙태 건수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낙태건수 1위에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신생아의 80%에 육박하는 34만 명의 태아가 임신중절을 통해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제왕절개 분만율도 10명 중 4명 꼴로 일본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음주량 - 1999년 세계보건기구가 펴낸 ‘알코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알코올 소비량은 세계 2위로 나타났다. 사실 이것은 한국 소주의 원료인 주정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주정을 술의 한 종류로 착각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출고량을 원액으로 한 번, 소주로 한 번, 이렇게 두 번 계산하니 14.4 ℓ라는 잘못된 통계가 나온 것이다. 실제로 알코올 소비량은 재정경제부가 집계한 7.6ℓ다.
·노동시간 -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연 2,261시간, 단연 세계 최고다. 2,000시간을 넘는 유일한 국가로 OECD 기록에 남아있다.
·성형 -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의 2002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성형건수 1위는 단연 미국이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5위였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고맙습니다 좋은 저녁시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