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不仁者 不可以久處約 不可以長處樂 仁者安仁 知者利仁
공자 가라사대 어질지 못한 자는 가히 곤궁한데 오래 처하지 못하며, 가히 즐거운데 오래 처하지 못하니, 어진 자는 仁에 편안하고 지혜로운 자는 仁을 이로움으로 삼느니라.
<家苑
註>
공자는 天理가 순(順)하듯이 인간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타고난 성품(天賦之性)도 순(順)하다고 보았다. 子思는 중용에서 성품을 잘 따르는 것을 道(率性之謂道)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주역 계사전에서 ‘一陰一陽之謂道(한번은 음이 되고 한번은 양이 되는 것을 일컬어 道라 한다)’라고 하는 자연의 이치를 인간의 성품이 그대로 이어받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개념이다. ‘性’과 ‘道’ 그리고 ‘陰陽理致’ ‘天理’ ‘天道’는 모두 자연철학에 그 바탕을 두는 개념이다.
공자는 天理의 四德을 나타낸 주역의 元亨利貞을 본받아 인륜의 사덕인 仁禮義智를 정립하였다. 하늘의 덕은 元이 중심이고 인간의 덕의 중심은 仁이다. 본문에서 ‘仁者’는 천리를 따르는 자이며, ‘不仁者’는 천리를 따르지 않는 자를 뜻한다.
그러므로 하늘의 이치에 역행하는 자는 곤궁한데 처하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나쁜 길로 들어서며, 또한 즐거움이나 쾌락에 오래 처하면 지나쳐서 음탕한 길로 빠진다는 뜻이다.
반면에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仁者는, 봄이 다하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다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다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다하면 다시 봄이 오듯이 順理가 자연스럽게 체득되어 있어 仁을 행함에 있어서도 편안하다.
知者는 不仁한 자는 아니나 仁者에 비해서 타고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스스로 의지를 갖고 하늘의 이치를 따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자를 뜻한다. 자사는 중용에서 이를 ‘生而知之(나면서부터 앎), 學而知之(배워서 앎)’로 나누고 있다.
원나라 출신의 유학자인 쌍봉요씨(雙峰饒氏)는 安仁者는 마음과 仁이 하나인 사람인데 반해 知仁者는 마음과 仁이 따로 있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胡氏는 安仁者의 대표적인 인물로 순임금과 공자를, 知仁者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공자의 제자인 안연과 민자건을 예로 들었다.
맹자는 요순임금을 安仁者로 보았고, 은나라와 주나라를 세운 탕무(湯武)임금은 知仁者로 보았다. 순임금이 야인으로 있을 때는 미숫가루와 채소를 먹고 거친 옷을 입고도 만족하며 살더니, 임금이 되어서는 화사한 옷을 입고 비파를 연주하는 모습이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安仁者로서 신분과 지위에 상관없이 ‘久處約 長處樂’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안연과 민자건은 공문십철로서 평생 벼슬은 하지 않았지만 부단히 자기수양과 학문에 정진하여 知仁者로서 ‘久處約 長處樂’한 삶을 실천에 옮긴 인물이다.
① 朱子
約은 窮困也오 利는 猶貪也니 蓋深知篤好而必欲得之也라 不仁之人은 失其本心하여 久約에 必濫하고 久樂에 必淫이니라 惟仁者는 則安其仁而無適不然이오 知者는 則利於仁而不易所守니 蓋雖深淺之不同이나 然이나 皆非外物에 所能奪矣니라
약(約)은 곤궁함이오, 이(利)는 탐함과 같으니 대개 깊이 알고 돈독히 좋아해서 반드시 그것(仁)을 얻고자 함이라. 어질지 못한 사람은 그 본마음을 잃어서 곤궁함을 오래함에 반드시 넘치고(正道를 넘어서고), 즐거움을 오래함에 반드시 음란해지니라. 오직 仁者는 곧 그 어짊에 편안하여, 어디를 가든 그렇지 아니함이 없고, 知者는 곧 仁을 탐하여 지키는 바를 바꾸지 아니하니 대개 비록 (仁者와 知者의) 깊고 얕음이 같지 아니하나 다 바깥의 물건에 능히 빼앗기는 바는 아니니라.
② 謝良佐
仁者는 心無內外遠近精粗之間하여 非有所存而自不亡이오 非有所理而自不亂이니 如目視而耳聽하고 手持而足行也라知者는 謂之有所見則可커니와 謂之有所得則未可하니 有所存이라야 斯不亡이오 有所理라야 斯不亂이니 未能無意也라 安仁則一이오 利仁則二니라 諸子雖有卓越之才나 謂之見道不惑則可커니와 然이나 未免於利之也라
仁者는 마음이 안과 밖, 멀고 가까움, 정미로움과 조악한 사이가 없어서 (마음으로) 보존하는 바를 두지 아니하여도 스스로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스리는 바를 두지 아니하여도 스스로 어지럽지 아니하니, 마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잡고 발로 길을 가는 것과 같으니라(몸에 배어 자연스러우니라). 知者는 (仁을) 보는 바가 있으면 가하다고(자신이 仁을 행할 수 있다고) 이르거니와 (사사로운 뜻을) 얻은 바가 있으면 가하지 못하다고 이르니, (마음속으로 仁을) 보존하는 바를 두어야 이에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스리는 바를 두어야 이에 어지럽지 아니하니, 능히 뜻(의지)이 없는 것은 아니니라. 仁에 편안하면 (뜻과 仁이) 하나이고 仁을 이롭게 여기면(탐하면) 둘이니라. (공자의) 모든 제자들이 비록 탁월한 재주가 있었으나 道를 보고 의심하지 아니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만 그러나 (仁)을 탐하는 것에서 벗어나지는 못하니라(제자들은 모두 知者에 속한다는 뜻).
출처 : 『논어
易解』1권
첫댓글 安仁者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