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큰 둥지’에 가서 작가님께 인사드렸습니다. 방학동은 ‘학이 방문하던 동네’라는 뜻입니다. 방학동 안에 주민들과 예술 작가들이 모여 작품을 만들고, 수다 떨며 관계를 맺는 공간을 ‘큰 둥지’라 일컫습니다.
작가님이 여러 작품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양말목’입니다. 예부터 방학동에 양말 공장이 많았고, 양말 앞부분을 자르고 남은 양말목이 거리에 즐비했습니다.
“예술 하는 사람은 그런 거 보고 그냥 못 지나쳐요.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죠.”
그 결과 사각 나무틀에 못을 박고 양말목을 거는 예술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양말목과 ‘인사하기’ 활동, 닮아있다고 느꼈습니다. 못과 못을 연결하는 양말목처럼 인사를 통해 이웃들끼리 관계가 끈끈해지길 바랐습니다.
인사하러 가기 전, 《복지관 지역복지 공부노트》에서 지역사회 욕구조사 부분 읽었습니다. 지역주민 만나는 것을 자원봉사자에게 맡기기보다 되도록 직접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는 글을 읽으며 자원봉사자를 하나의 자원으로만 여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을 물으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문제보다 강점을 묻는 것이 좋은데, 어떻게 질문을 해야 할지 궁리했습니다. 주민을 만났을 때, 어떻게 인사드릴지 나누고 밖으로 향했습니다.
길을 나서며 각자 앞서는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처음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모르는 분을 만나고 인사를 드리고 설명하는 활동이 어려웠습니다. 사회사업 방법의 첫 단계조차 해내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사회사업가라 할 수 없기에 용기를 냈습니다. ‘인사하기, 연습이 필요해’, ‘극복해야 돼.’ 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골목으로 향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방아골 복지관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활동가예요. 골목대장터 대해서 들어보셨어요?”
“아니, 모르지.”
“아 그러시구나. 여기 복지관 앞에서 가을마다 하는 행사인데요, 100m 김밥도 말고 마을사람들 다 같이 모여서 잔치를 열어요.”
“아, 그래?”
“네. 10월 29일에 열리는데, 시간 되시면 많이 참여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먼저 남자 어르신 세분이 앉아계신 세탁소에 인사를 드렸습니다. 인사를 드리면서 어르신 세분이 앉아계신 모습에 압도되어 긴장했습니다. 좀 더 질문드릴 수 있었을 텐데 쉽게 나오지 않아 그렇게 대화를 마쳤습니다. 괜한 마음에 제대로 인사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처음 보는 분과 인사한다는 것, 만만치 않았습니다.
골목으로 지나며 어떻게 인사해야 할 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한분을 만났습니다. 새말어린이공원 정류장 근처를 거닐던 주민이었습니다. 용기 내어 다가가 인사드렸습니다. 피하지 않고 인사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안녕하세요. 방아골 복지관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활동가에요. 골목대장터 들어보셨어요? 복지관 앞에서 100m 김밥 마는 것도 하고 혹시, 처음 들어보셨어요?”
“네”
“저희 10월 29일에 온 주민분들이 부스도 열고 함께 만나고 할 거예요. 혹시 참여해서 함께 하고 싶으시거나 방문에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네”
“여기 저번 년도 골목대장터 책자에요. 저번에 골목대장터 참여하셨던 분들이 홈페이지에 남겨주신 후기를 모아서 만들었어요. 아이들, 청소년, 직접 부스를 열었던 주민들이 직접 써주셨어요. 올해 10월 29일에 할 예정이어서 같이 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참여하실 수 있으세요.”
“아, 그럼 이 소식지는 가져가도 되는 건가요?”
“네, 시간 되시면 꼭 참여해주세요!”
소식지를 받으시고 바로 펴보시는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서투르게 말씀드렸지만 끝까지 들으시려고 눈도 마주쳐주셨습니다.
앞서 세탁소에서 인사드렸을 때보다 질문하는 것에 자연스러워지고, 책자소개도 해드려 자신감이 생겼지만,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웃과의 관계를 어떻게 여쭐 수 있을까?’, ‘첫 인사부터 이웃과의 관계를 여쭙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주민의 이야기를 더 들으려면 어떻게 질문해야할까?’ 궁리했습니다.
궁리하던 중 할머님을 만났습니다. 할머님께 우리소개와 골목대장터 소개를 했습니다.
“내가 다리가 안 좋아서 많이 못 걸어.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어”
“편찮으시군요. 혹시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 뭐, 딱히.......”
할머님은 질문에 대답해주시면서도 불편함을 느끼셨는지 서둘러 가던 길을 가셨습니다. 할머님과의 대화를 대뇌이면서 우리의 질문이 무례했는지, 혹은 상황에 맞지 않는 질문이었는지 되돌아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웃 간의 관계를 여쭐 수 있을지 착잡한 마음이었습니다.
복지관으로 돌아오며 어머님들을 만나 인사했습니다. 그 중에는 ‘도시재생사업’을 하시며 일전의 ‘잔잔한 축제’에서도 직접 부스를 여셨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골목대장터를 소개하려 말을 건네자 당신의 많은 일들을 알려주시며 어려움을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그 분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담 없이 즐기고 누리다 가시라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야기에 어머님께서 웃으시며 “어휴, 그런 거라면 당연히 가지!” 하셨습니다.
한 분은 골목대장터에 놀러 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바삐 가시는 길에 멈추어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혹시 주민기획단에 참여하고 싶으시면 말씀하시라 했더니 회사를 나가는 직장인들은 불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주민의 사정을 맞춰드릴 수 없음에 안타까웠습니다.
모두가 누리는 잔치에 마음에 큰 부담이 없으면 합니다. 모두의 일상에서 작은 기쁨을 나누기를 바랍니다.
골목을 돌며 계속하여 인사한 탓에 발걸음도 느려지고 바람도 유달리 차게 느껴졌습니다. 너무 힘을 주고 인사드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겨우 한 번 인사를 드리는 것뿐입니다. 다소 힘을 빼고 인사를 드리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더 돌아 복지관 앞을 지나는데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으시는 젊은 어머님을 뵀습니다.
“안녕하세요. 방아골 복지관에서 골목대장터 홍보하러 나온 대학생 활동가입니다. 혹시 골목대장터 들어보셨나요?”
“아니요.”
“골목대장터는 올해 11돌을 맞은 방학동 큰 잔치인데요. 지금 저희가 서 있는 이 골목에서 100M 김밥도 말고 벼룩시장도 열리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잔치에요. 올해는 10월 29일에 하니까 시간되면 놀러오세요. 준비과정에도 참여하시고 싶으시면 주민기획단으로 활동하실 수도 있어요.”
“네. 아기랑 함께 놀러올게요.”
오히려, 힘을 빼니 자연스러웠습니다. ‘느슨한 관계’라는 말처럼 처음부터 너무 목적을 갖고 부담스럽게 주민을 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가시는 어머님께 인사드리며 무릎께 오는 아이에게도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그거에 따라 손을 흔들어주는 아이의 모습에 피로가 싹 가셨습니다.
종일 주민들의 관계를 생각했습니다. 주민들이 이웃과 관계를 맺기를 바랐고, 인사를 하며 주민들과 가까워지기를 소망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양말목’이지 않을까싶습니다. 마을의 인정은 서로가 서로에 무감각할 때, 이전의 양말 공장 앞 양말목처럼 쓸모없게 여겨질지 모릅니다. 지역 사람들에게 골목대장터라는 구실로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 아이들, 바삐 걸어가는 직장인, 아기와 산책 나온 어머니가 양말목처럼 끈끈히 엮이어 하나의 이웃이 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첫댓글 '무엇을 물으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문제보다 강점을 묻는 것이 좋은데, 어떻게 질문을 해야 할지 궁리했습니다.'
골목읽기 전, 미리 준비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어요~ 책에서 배운대로 직접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골목읽기 기록에 고스란히 나타난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