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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씨가 꾸미는 술 모노가다리
제 64 편: 막걸리 이름의 유래, 역사
막걸리라는 이름은 <막 거른> 술이라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고유한 술의 하나이며 맑은술을 떠내지 아니하고 그대로 걸러 짠 술이다. 주정도수는 6% 정도이며, 빛깔이 흐리고 맛이 텁텁하다" 는 것이 막걸리에 대한 사전적 의미이다.
막걸리에 관한 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삼국사기>이다. 고려 때에는 막걸리용 누룩을 배꽃이 필 때에 만든다고 하여 이화주(梨花酒)라는 이름으로 불리었고 이외 에 맑지 않고 탁하기 때문에 탁주라 부르기도 하고 식량대용 또는 갈증해 소로 농부들이 애용해 왔으므로 농주(農酒) 라고 도 불러 왔다.
곡주(穀酒)의 청탁(淸濁)은 숙성중의 여과에 의해서 구별되며, 막걸리는 탁하게 양조한 흰 백색의 주류로서, 좋은 막걸리는 감(甘-단 맛), 산(酸 신 맛),신(辛 매운 맛), 고(苦 쓴 맛), 삽(澁味 떫은 맛)이 잘 어울리고 적당한 감칠맛과 청량 미가 있었다. 이 청량 미는 땀을 흘리고 일한 후에 갈증을 멎게 하는 힘도 있어 농주(農酒)로서 애용되어 왔다.
막걸리의 이름도 다양하여 십 여가지가 넘는데, 그 명칭을 열거하여 보면 탁주(濁酒), 탁료(濁료), 곡주(穀酒), 재주(滓酒), 회주(灰酒), 백주(白酒), 합주(合酒), 탁배기, 가주(家酒), 농주(農酒), 이화주(梨花酒), 부의주(浮蟻酒) 등 열 두 가지나 된다.
<막걸리의 역사>
https://namu.wiki/w/%EB%A7%89%EA%B1%B8%EB%A6%AC
역사를 고찰하자면 고려시대 때 문헌에 탁주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고 송나라 서긍의 《고려도경》에 '(고려의) 서민들은 맛이 떨어지고 빛깔이 짙은 술을 마신다'고 기록된 술 역시 탁주로 보고 있다. 조선시대 이르러 수많은 양반 종가 가문에서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가양주가 있었는데 각각의 세부적인 재료와 비율은 제각각이나, 이들의 공통점은 쌀이나 보리와 같은 곡식으로 밑밥을 지어 증류한 후 맑은 물을 걸러내는 식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읽어보면 '흉년에 나라에서 금주령을 내렸을 때 어기는 백성이나 양반이 있다면 잡아다가 엄하게 다루어야 한다…'라고 쓰여 있으나, 뒤에는 어쩔 수 없다는 투로 '…하지만 탁주는 요기도 되는 관계로 그냥 넘어간다…'고 쓰고 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게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유배지에서 할만한 게 차 마시거나 책 쓰거나 동네 학동들 가르치는 것 정도밖에 없으니...사실 정약용 선생 본인은 술보단 차를 더 즐겼다고 한다.
이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술 찌꺼기(지게미)는 비싼 술을 사먹지 못 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술 대신 먹기도 하고 술빵(술떡)으로 만들기도 하였는데 여기에 좀 더 술과 같은 모양을 만들고자 하여 술 찌꺼기에 남은 밑술을 붓거나 곡식 가루를 섞어 한 번 더 발효시킨 술을 일반적인 탁주, 즉 막걸리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맛은 청주에 비해 떨어지나 가격이 저렴하여 농민들까지 전국적으로 마시는 국민주가 되었다.
다만 일제강점기 당시에 우리나라의 곡식을 적극적으로 수탈하기 위해서 많은 곡식을 필요로 하는 술의 가내제조를 금지한다. 이 과정에서 성씨 있는 집안이라면 누구라도 간직했던 소줏고리는 빼앗기고 집안 대대로 간직하여 새 술을 담글 때마다 첨가했던 옛 술은 그 명맥이 끊어지게 된다. 현재의 이강주, 죽력고, 홍주, 법주와 같은 전통주는 남아있는 문헌을 토대로 부활시킨 것이다. 제대로 먹을 곡식도 없는 상황에서 청주와 같은 고급 술은 만들 엄두도 내지 못 했고 결국 최초 발효된 탁주에 조금씩 물을 부어서 양을 늘려서 팔기 시작했던 것이 막걸리의 원형이라고 알려진다.
탁주와 막걸리의 차이점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다만 현대에서는 탁주는 각종 재료와 상관없이 증류 이전의 밑술을 의미하며 막걸리는 쌀을 주 원료로 한 것을 의미한다. 탁주라는 범위 안에 막걸리가 포함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흥미롭게도 고려시대 때부터 내려오던 탁주 중에 이화주라는 것이 있는데, 탁주의 하나로 꼽히면서도 물기가 거의 없이 걸쭉한 술로 물을 넣어서 희석시켜야 하는 막걸리하고 전혀 다른 술이라고 한다. 즉 이화주는 탁주라고 할 수 있지만 막걸리라고 부를 수 없는 술이라는 것.
흔히 동동주 = 막걸리로 알려져 있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술이다. 동동주는 술을 발효시킨 후 윗부분에 뜬 맑은 부분만 따라낸 술을 말하지만 막걸리는 밑에 침전물이 가라앉은 뿌연 술을 말하는 것. 모습만 봐도 본래 동동주와 막걸리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동동주는 청주에 술지게미가 떠오르는 것이 꼭 식혜와 비슷하게 생겼다.
막걸리는 본래 쌀로 만드는 양조주인데 밀가루로 만들게 된 것은 역사로 따져도 고작 길어보았자 60년 정도밖에 안 된다. 6.25 전쟁 이후로 미국에서 밀가루를 원조해주자 그때부터 만들어졌고 1960년 이후로 쌀로 술 만드는 것이 금지가 되자 어쩔 수 없이 밀가루로 술을 빚게 된 것이므로, 사실 쌀로 만든 탁주 혹은 막걸리가 정통성이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같은 제조과정에서 나뉜 청주처럼 막걸리 또한 누룩[2]과 일본식 입국이 대립하고 있다. 당연히 통밀가루나 기타 곡식가루를 떡처럼 뭉쳐 만드는 전통누룩으로 발효시킨 막걸리가 정통성을 가지고 있으나, 슬프게도 발효과정의 제어의 용의성과 편의를 위해 일본식 입국의 사용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 덧술을 여러 번 쳐서 누룩향을 없앤 고급 청주의 술지게미를 물로 걸러 만드는 막걸리와는 달리, 청주의 수요가 줄어 오직 막걸리만을 위해 양조되는 경우가 대다수인 현실에서, 현대의 전통누룩 막걸리의 경우 덧술을 쳐서 제작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누룩향을 숨기기 힘들다. 따라서 전통누룩 막걸리와 입국 막걸리는 그 정통성과는 별개로 전통누룩 특유의 누룩향과 일본식 입국 특유의 가벼운 시큼함으로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특히 싸구려일수록 불순물을 거르지 않고 통째로 으깬 후 물을 섞어 양을 불리는데 싫어하는 사람은 질색한다.
배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