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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꽃&詩 (3/7편),
▪️ 배롱나무~쑥부쟁이편
▪️ 96/100
꽃이 피어 봄은 아름답고
열매가 많아 가을은 풍성하다.
그 사이 보고 느껴 菩提[보리] 청정무구한 인생이라.
내 용
[꽃,나무]
배롱나무3 / 백당나무1 / 백묘국1 / 백일홍2 / 버들개지1 / 버베나4 / 벌개미취5 / 벚꽃2 / 베란다 모습 1 / 벼들판3 / 병꽃2 / 보리수1 / 복수초1 / 부용화1 / 분꽃1 / 불두화2 / 붓꽃2 / 블루베리1 / 비올라1 / 뿔남천1 / 사과2 / 사르비아3 / 바위잘빵4 / 산딸나무3 / 산부추1 / 산사나무1 / 산수유4 / 산오이풀1 / 산자고1 / 삼엽국화1 / 상록풍년화2 / 상사화4 / 셀릭스4 / 생강나무1 / 생이가래1 / 샤스타데이지2 / 서부해당화1 / 석류1 / 소래풀1 / 송엽국2 / 수국12 / 수선화2 / 수양복숭아3 / 시계꽃3 / 시클라멘1 / 싸리나무꽃3 / 쑥부쟁이2 /
[詩,글]
■ 동래 정씨 시조 정문도 얘기 / < 배롱나무> 이재익 / ■ <소소한 보람> 백명조 / ■ <난전 스타 남여사> 백명조 / ■ <수건 이선화> / ■ <보물 상자> 정영채 / ■ <어머니의 안경> 이국수 / ■ <가을과 소> 이재익 / ■ <떠난 후에야> 이상배 / ■ 사위질빵덩굴 이야기 / ■ <산수유꽃> 이재익 / ■ <가을 이야기> 박경인 / ■ <싸리꽃>, 이재익 / ■ <들국화 언덕에서> 이재익 / ■ <쑥부쟁이> 박성순 /
배롱나무(목백일홍) / 부산 양정, 동래정씨 시조묘 정묘사(화지공원).
정문도의 묘소 앞에 큰 배롱나무 . 수령 800년 된 배롱나무 원 줄기는 죽고 그 주위에 난 자목들이다.
두 그루 처럼 보이나, 실은 두 무더기다. 좌측은 3그루 모임이고, 우측은 4그루 모임이다.
[ 동래정씨 시조 정문도 풍수지리 이야기 ]
정문도의 묘를 화지산(부산 양정)에 쓰게 된 풍수지리적 전설은 아주 재미있다. 그 이야기를 하겠다.
고려 때 동래부사 고익호가 부임해 와서 관내 순시를 하는 중에 화지산에 와서 보고 "여기는 명당으로 참 좋은 곳인데~ " 하고 말끝을 흐리는 혼자말을 옆에서 수행중인 정문도 아들이 잘 들어 두었다.
고익호가 승진해서 떠나고 난 후에 정문도의 아들들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화지산에 모셨다.
다음날 무덤을 살펴보러 갔더니 무덤이 파헤쳐지고 관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놀라서 다시 묻고는 그날 밤에 몰래 지켜봤다.
밤중에 도깨비들이 나타나서 다시 무덤을 파헤치면서 하는 말이, "누가 나무관을 여기다 묻은 거야, 여기에는 금관이면 모르지만~"
아들들은 눈물을 흘렸다. 형편상 금관은 어림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갑자기 한 백발 노인이 나타나서 울고 있는 연유를 물었다.
노인은 좋은 방안을 일러 주었다.
관을 보릿짚으로 둘러서 묻어라는 것이었다. 도깨비 눈에는 보릿짚이 금관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였더니 무사히 넘어 갔다. (계속)
배롱나무(목백일홍) / 부산 양정, 동래정씨 시조묘 정묘사
그 뒤에 살림이 크게 번창하고 만사가 형통하였다.
아들은 상경하여 이미 대감이 되어있는 고익호에게 찾아가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했다.
부친 정문도 안일호장의 안부를 물었고, 돌아가셔서 화지산에 묻었는데 범이 울더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대감이 별안간 안색이 변하면서 불문곡직하고 정문도의 아들을 쫓아내 버렸다.
얼마가 지나고 하인을 시켜서 다시 들어오게 하였고, 장례를 치른 후에 어떤 이상한 일이 없었느냐고 물었다.
"있었어요. 뇌성벽력이 쳐서 산중턱에 괴시암(怪視岩 이상하게 생긴 바위)이 산산조각 나버렸다"고 하였다.
그제서야 자신이 정문도의 아들을 쫓아 낸 연유를 이야기했다.
"산세가 명당 자리인 것은 틀림없는데, 자손에 역적이 나올 우려가 있어서 함께 같이할 수없는 인연이라 쫓아냈다 " 는 것.
천재지변으로 괴시암이 파괴됐으니 화근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괜찮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동래지방 호족 향리 집안이었던 정문도 아들은 중앙에서 자리 잡아 과거에 합격하고 정3품 벼슬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그 다음 대는 일인지하 만인 지상인 문하시중(조선시대 영의정에 해당)자리에 까지 오르게 되었으며 정승 상서(조선시대는 판서)가 여러 명 나왔다. (끝)
배롱나무(목백일홍)
<배롱나무>
이재익 (한국가람문학회)
물 맑은 수청리水淸里 복사꽃 피던 옛집
진달래 꺾어 꽂은 흙벽 검은 부엌에서
매운 연기로 눈을 씻는 할머니
어린 손자 삼남매 배곯리보았다.*
동트는 새벽에 동산에 올라서
아카시아 가시 거꾸로 꽂으며
'남의 눈에 꽃이고 잎이게 하소서!'
천지신명에게 삼눈* 내려주던 약손이었다.
콩고물로 비빈 도시락*
급우들이 다 빼앗아 먹어도
나는 먹지 않고도 배가 불렀다.
'네 장가갈 때 까지 살리라...' 시더니
허리 휘며 가꾸던 그 밭머리에 잠들었다
묵정밭 억새풀은 해 더욱 거칠고
배롱나무는 무심히 연연 붉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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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운 할머니를 회상하며
* 콩고물도 당시엔 특식이라, 친구들이 빼앗아 먹고, 화자는 정성만 먹었다.
* 부모 여윈 손자를 거두는 할머니 모습. 정인보 <자모사>에도
‘부른 배 곯리보아’ 라는 표현이 있다.
* 삼눈 ; 눈병
백당나무
백묘국
줄기와 잎이 흰데~ 의외로 꽃이 화사하게 아름답다.
백일홍
<소소한 보람>
백명조 (한국가람문학회)
내 땀을 살라먹고
가지마다 송골송골
하늘이 준선물
폭염 속에 수확한
가지 오이 고추 깻잎 등등
입맛을 기다린다
어깨 위에 그늘이 앉아도
밀린 일거리에
손은 부지런을 떨어야한다
빛이 만든 찬을 들고
근동 아들네로 향하는
발걸음은 새털구름이다
백일홍
<난전 스타 남여사>
백명조 (한국가람문학회)
부전시장 골목에 다라니 두 개
생선을 파는 남 여사
해거름이 되면 떨이가 쏠쏠하다
방 한 칸에 다락이 있는 셋방에서
난전장사로 두 아들을 잘 키웠다
큰아들은 법조계, 작은 아들은 공무원으로
부전시장을 들썩 거렸던 스타가 된 아주머니
해종일 쪼그리고 앉아
고생한 어머니를
아들은 아파트를 구입해 입주하게 하고
장사는 그만두게 하였다
아파트에서는
아는 사람도 말동무도 없는 터
집에서 놀아보니
노는 방법도 문화도 익숙지가 않아
오히려 하루해가 지루하고 답답했다
차라리 좌판에 나가면
아들 잘 키운 엄마라고 대접 받는데
주위 만루에도 아랑곳없이
다시 난전에 전을 폈다
이제 먹고 사는 걱정 없으니
조그만 수익을 거두고
나머지 생선은 덤도 붙여 싸게 판다
남 먼저 일과를 마무리하고
목욕탕에 가는 걸 낙으로 삼는 남 여사
커피 인심도 후하다
버들개지
버베나
버베나
버베나
버베나
벌개미취
벌개미취
벌개미취
< 수건 >
이선화 (한국가람문학회)
수건을 목에 두르고
밀짚 모자를 쓰고
새벽 이슬을 밟으며
농부는 들로 나간다
황혼이 물들면 돌아와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새수건으로 방긋 웃으며 닦는다
옆집 할머니 자녀 잃은 슬픔에
흐르는 눈물을 수건으로 훔친다
인생이 먼저 태어나면
수건으로 감싸준다
세상을 떠날 때도 수건으로
육신을 닦고 흙으로 돌아간다
수건은 인생에게
그림자처럼 옆에서 도와준다
농부의 땀이 열매를 맺듯이
내 인생의 삶도 그렇게 살고 싶다
벌개미취
벌개미취
벚나무
벚나무 / 설악산 비선대옆 계곡
<보물 상자>
정영채 (한국가람문학회)
나에게는
추억어린 상자 하나가 있다
가끔씩 마음이 울적할 땐
상자를 열어본다
거기엔 지금은 모두가
본향으로 떠나고 없는
친구들이 흑백 사진 속에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으며
내 어릴 적 젊으셨던 어머님의
인자한 모습도 담겨있다
이제는 80십 고개를 바라본
아내와 내가 백년을 약속했던
풋풋했던 젊은 날의 모습도 담겨있으며
지금은 지천명(知天命)이 된 아들의
어릴 적 귀여운 모습도 담겨 있다
언제나 열어보기만 하면
옛 추억을 회상케 하며
나에게 즐거움을 더해준
보물 상자가 아닌가 싶다
벚나무
베란다의 꽃
<어머니와 안경>
이국수 (한국가람문학회)
가만히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얼굴
한없이 자랑스러운 나의 어머니
철없던 시절 나는 어머니가 부끄러웠다
어린 나이에 한쪽 눈을 잃으신 어머니
어머니는 언제나 색안경을 끼고 사셨다
땅 한 평 없는 소작농에 시집와서
논일 밭일에 구남매 자식까지 기르시고
몸이 부서져라 일만하셨던 어머니
못난 자식을 사랑으로 챙기시던 어머니
닷새만의 장날 나들이 갈 때에도
어머니는 저만치 떨어져서 걸었다
어린 아들이 마음 다칠까 걱정하며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어머니
끝끝내 섭섭한 속내를 감추고 사셨다
한쪽 눈마저 잘 보이지 않아
남몰래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
안과 검진과 백내장 수술을 해드리고
새로 안경을 맞추어 드렸더니
이집 저집 할 일없이 마실 다니시며
동네방네 자식자랑을 하고 사셨다
벼
<가을과 소>
이재익
어느 외국인*은 소달구지를 끄는 농부가
자신도 작은 짐을 나눠 진 것을 보고
한국인의 모든 것을 보았다.
예전엔 소가 한 식구였으니....
소년의 집 소는 사나워
동네 아이 콧잔등을 떠받아 긁었지만
소년에겐 큰 눈만 끔벅였다
늦가을 큰아버지가 보리갈이 할 적에
소년은 소엉덩이 뒤에서 써레*를 타며
싸르륵싸르륵 깨어지는 흙냄새와
푸드득 싸는 소똥 냄새도 맡았다.
마중 나온 사촌 누나가
들국화 꺾어주고 소를 받아 몰고 가고
서쪽 하늘엔 노을이 고왔다.
주름진 지금도 누나에겐 들국화 향기가 난다.
이제는 빼앗긴 일터,
소들은 애처로이 큰 눈만 끔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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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 여류시인 펄벅 여사는 한국을 사랑했다.
* 유원득 친구가 경주 안강이었다고 전해주네. 자기 고향이라고~ 그렇구나 펄벅이 경주 안강 농부에게서 감동을 받았구나!
* 써레 ; 보리갈이를 위해 흙덩어리를 잘게 부수는 도구.
소가 끄는 써레에 무거운 돌을 얹기도 하고, 아이를 태워서 흙덩이를
부수는 작업을 한다.
벼
벼
병꽃
병꽃
보리수
복수초 / 이른 봄에 피어 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이다.
부용화
붓꽃 / 개량종으로 여러 색깔이 아름답다.
불두화
불두화
각시붓꽃
각시붓꽃
<떠난 후에야>
이상배 (한국가람문학회)
떠남으로
나를 채우는 그대여
떠날 때 마주잡아주던 손
그 기쁨 가슴에 안고 오라
별빛 편지로 기별하는가
무심했던 날
곁에 있어 보고픔을 잊었을까
무심했던 내 눈동자에
아롱지지 않았던 그대 영상
몹시도 내가 미워진다
마음이 내밀어 준 낡은사진
이 아픔이
이제야 슬픔으로 다가와
떠나며 채워준 따스한 그대 가슴
내 마음에 꽃으로 핀다
그 어디든
나를위한 바램으로
내 곁에 머무는 그대를
아픈 가슴으로 껴안고 걸어간다
오늘도 내일도
블루베리
비올라
뿔남천 /. 잎에 가시가 달려 있다.
사과
올해 사과 비싸던데 이 나무에서 하나 따 먹었으면 비타민이 스르르~
사과
사르비아
사르비아/ 불났어요?
사르비아
사위질빵덩굴
사위질빵덩굴
사위질빵 덩굴 씨앗
▪️이 덩굴은 마디마디가 있고 마디에서 잘 부러진다. 여기에서 착안한 이 덩굴에 재미나는 이야기가 전한다.
옛날에는 처가집에 사위가 오면 노동력으로 부려먹었다.
장인이 지게질 시키면 장모는 사위를 안스럽게 생각한다. 장모가 꾀를 내어 사위에게 지울 지게 멜빵을 이 사위질빵덩굴로 만들어 두었다. 사위가 지게질을 하다가 멜빵이 툭 끊어진다 . 그 핑게로 사위는 쉴 수있었다는 것. 장모가 사위를 위해 배려한 것이다. 장모의 사위사랑이 얽힌 덩굴 이름이 재미있다.
사위질빵 덩굴 씨앗. 민들레 처럼 솜이 붙어 씨앗이 멀리 날라가 사방으로 흩어지네.
산딸나무
산딸나무
산딸나무
산부추
산사나무꽃
산수유꽃
<산수유꽃>
이재익
물 좋고 돌담 많은 지리산 자락 마을*
더덕더덕 거친 껍질이 꽃샘추위 밀쳐내고
노고단 달빛 절인 노란 인상파 점묘點描들.
구름과 물은 탄식하며 흘러가고
꽃가지 흔들고 지나간 산새와 바람은 되돌아온다.
환한 꽃구름 속에 봄 타는 청춘들
꿈꾸는 벌 나빈양 들뜬 한나절에
갸름하고 붉은 열매로 돌아가고,
나는 꽃덤불에 오래 앉아
선각자의 보이지 않는 자서전을 읽는다.
산수유꽃
산수유꽃
▪️봄에 새 꽃이 필 때까지도 가을의 열매는 아직 달려 있더라.
▪️구례 산동 산수유마을이 유명하고 거기 못지 않게 의성에도 온 동네가 산수유꽃으로 환한 산수유 마을이 있더라. 마늘 건조장도 많고~
산수유 열매
산오이풀
산자고
삼엽국화
상록풍년화
상록풍년화
상사화 햇순
상사화잎 / 잎이 다 진 후에 꽃대가 올라온다.
상사화, 분홍꽃, 한여름에 핀다.
[비교] 9월 초가을에는 비슷한 꽃 꽃무릇이 피는데 붉은 꽃이다. 꽃무릇은 꽃이 진 후에 잎이 돋아난다.
상사화
셀릭스
셀릭스
생강나무
생이가래
샤스타데이지
샤스타데이지
서부해당화
석류
🟫
<가을의 이야기>
박경인 (한국가람문학회)
그 언젠가 찾아간
연산동 물만골
한적한 연립주택에는
오래된 석류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가을이면 탐스런 석류가 열려
나무를 타기도 하고
양파주머니로 잠자리채처럼 만들어
석류를 따던 때가 있었다
크고 잘 익은 석류는
높은 가지에 매달려
아슬하게 따기도 하고 혹 놓치면
아래로 터지면서 떨어져도 좋으련만
언덕 아래로 굴리 갈 때는 아쉬웠다
새들이라도 먹도록
마음을 비울 것을
이제는 그곳도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버스를 타고 지날 때는
지난날 생각으로 우수에 젖어든다
소래풀
송엽국
송엽국
수국(별수국)
수국(별수국)
수국(별수국)
수국
수국
수국
수국
수국
수국
수선화
수선화
수양복숭아 / 부산 용두산공원
수양복숭아/ 부산 용두산공원
수양복숭아/ 부산 용두산공원
시계꽃
시계꽃
시계꽃
시클라멘
싸리나무꽃
< 싸리꽃 >
이재익
초여름 산야 녹음 속에 빨간 싸리꽃
꽃은 소박해도 꿀이 많아 벌들이 좋아하고
싸리꿀엔 뻐꾸기 소리도 향으로 저장된다.
가늘고 단단한 떨기나무*
광주리 빗자루 그 쓰임새가 유용해.
정성스레 이껴 둔 싸리나뭇짐
불땀 세고 연기 없어 눈 맵지 않아
명절 음식 만들 때 땔감하면
어머니 부엌일을 도와드렸다.
싸리꽃 정서를 누가 읊는가
고향 어머니 생각 하염없더니
바람결에 스치는 음성 흔들리며 사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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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기나무 ; 관목, 키작은 나무
쑥부쟁이
<들국화 언덕에서>
이재익
라일락 향기롭던 날 만남이여
너울너울 줄장미가 담장을 넘어갈 때
그대는 시詩요, 시가 그대였다.
들국화 속절없이 바람에 흔들리니
어리석음은 강물같이 흘러가고
소중한 사념은 파도처럼 부셔졌다.
높구름 더러,
-날 잊으세요, 날 잊으세요-
절래절래 흔드는 몸짓 또한 시였다
쑥부쟁이,구절초,벌개미취가 모두 들국화
기쁨과 슬픔, 안타까움도 모두가 시.
아!, 어이하리요,
억새 흩날릴 때,
들국화 또한 사위어 갈 것을......
마음속에 피는 꽃,
그 향기만 기억하리라.
쑥부쟁이
<쑥부쟁이>
朴性淳
9월이 오면
굴러가는 우주의 바퀴 소리가 들린다
고향 길 들녘에 핀 쑥부쟁이
올해도 그 자리에 피어 있겠지
창으로 비쳐 오는 푸른 하늘
머문듯 홀러가는 흰구름 속으로
살아온 나의 실상을 뒤돌아보며
하늘 끝으로 한없이 눈빛을 채운다
옛날 그 언덕에 핀 쑥부쟁이
향기는 오늘도 청초한 모습 그대로
가만히 나를 잡고 하늘거린다
그 시절 풋익은 오래된 이야기들이
해마다 해마다 피는 꽃은 그러한데
세월에 실려간 그 사람은 오지 않는다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9월은 씁쓸하게
붉게 타는 저녁 노을, 사람을 흔들고 있다.
[월간문학 657호] 2023.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