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올린 글처럼..
우물 문제로 고통받으며 재난대비 체험 중..
사람에게 물이 없다는 것이 굉장히 두렵다는 것을 44년만에 처음으로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물이 생명이다 라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당장 우물을 새로 파려면 밀린 예약이 많아서 1주일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 동안에 생긴 장점이라고 한다면 물을 매우 귀히 여기고, 알뜰해진 습관입니다.
고맙게도 옆 공장 사장님의 배려로 물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20리터 식수통에 담아 오고 있는 물 한방울 한방울이 마치 석유처럼 아주 귀하게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설겆이를 하더라도..샤워를 하더라도..
남들처럼 하수구로 그냥 편하게 흘려 보냈는데..
이제는 전국적으로도 가뭄까지 심하다고 하니 허드렛 물까지 그냥 버리지 않고 가까운 텃밭에 모아 뿌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소변까지도...
(일부러 이번 기회를 통해서 재난대비 연습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평소보다 조금 더 지독하게 물을 아껴 쓰고 있습니다)
따로 1.8리터 입구가 큰 우유 패트병에 소변을 담아서 버립니다.
[식자재마트에서 구입한 락스 - 소독용으로 이용]
소변의 세균과 냄새문제는 대형 13리터 락스를 식자재마트에서 4500원에 구매하여 기존의 작은 통에 깔대기로 받아서 물 반컵 + 락스뚜컹 작은 것 1컵으로 흔들어 헹구어 버린 후 깨끗한 물로 다시 한번 더 헹굽니다.
물과 락스의 비율만 조심해서 잘 맞추면 설겆이나 행주를 빨 때도 훨씬 더 물을 아낄수 있으면서도, 소독과 하수구 냄새 문제까지도 동시에 해결 가능하여 거의 한 통으로 한 달 이상은 족히 쓸 것 같네요.
(락스가 워낙 강력하다보니 너무 많이 넣거나, 오래 담가두면 행주가 삭아버리기도 하니 조심하시길..락스 냄새 또한 지독해서 오래 맡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기사도 있는 것을 보면 환기는 필수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응가 문제..ㅠ.ㅠ
책에 나온 내용 그대로 정말 배변 문제가 실감이 가더군요.
(대도시에 사시는 분들... 당장은 편하고 행복하시겠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수도 있는 장기적인 블랙아웃이나 극단적인 물부족 상황까지도 항상 대비해서 연습하고 훈련하시면 심리적 불안과 공포와 우울감 등이 훨씬 더 줄어들 겁니다)
차마 아직까지는.. 책에서처럼 위생문제로 노모(老母)의 그것(?)을 비닐봉투에 담아 따로 버리지는 못하겠고..
저야 물론 장보러 가서 가까운 시내에서 해결하면 된다지만, 휠체어를 타시는 어머니의 배변문제는 그렇게 해결이 불가능하기에 일단 좌변기에 벽돌을 넣어서 물부족 문제를 해결 중입니다.
어차피 7년 이상 대소변 치우던 경험이 있던지라..일부러라도 이동식 플라스틱 좌변기에 담아서 직접 정화조 뚜껑을 열고 안으로 투척(전방 수류탄)하는 연습도 해 볼 계획입니다.
음...날이 따뜻해지면서 벌써부터 모기가 날아다니는군요.
책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세균과 식중독 문제이기에 모든 마시는 물은 연탄난로에 우슬초와 약간의 한약재를 조금 띄우고 꼭 끓여서 마시고 있습니다.
생수 구입:
이번 기회에 생수도 몇통 구입했네요.
삼*수는 보존기한이 2년이고 패트병이 두꺼운 편(식량보존에 유리)이지만 당장 저에겐 가격문제가 있기 때문에..
풀*원 2리터 6묶음 세일가로 2450원(한통에 400원 조금 넘음)하는 가장 싼 물을 10묶음 들여놨습니다.
인터넷주문은 한 묶음 당 배송비가 각각 들어서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라.. 인근 식자재마트에서 구입이 훨씬 저렴하더군요. 물 맛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아직까지 후회는 없네요.
다만 패트용기의 두께가 시골 5일 장터에서 할머니들이 파는 콩기름패트병처럼 좀 얇은 편이고
단기적인 극심한 가뭄 대비용으로 구입했기 때문에 2년 이상 장기용으로는 미흡하며
하루에 2리터 한 병을 마신다고 가정 하더라도 10묶음 60병이므로 극심한 가뭄 때나 재난시에는 최소 한 달에서 최대 두 달 이상 먹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여러모로 장단점이 있는 듯..보존기한은 1년..
당장 응달 진 방에 옮겨 놨는데 여름철 혹시 모를 열기와 장마철 습기 대비 조금이라도 더 길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노하우가 절실히 필요합니다만, 일단은 스티로폼 상자 안에 신문지와 함께 보관하면 어떨까 싶네요.
더 효과적인 보관방법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빨래와 목욕:
당장 급한 빨래는 한꺼번에 모아서 지인의 집 세탁기로 해결.. 목욕은 둘째치고 조금씩 더 사람이 꽤재재해 지는군요 ㅋ
1주일 째 이렇게 살고 있는데, 1주일을 더 기다려야 하니 하루하루가 물과의 전쟁이군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는지 정말 불편할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 너무 열심히 일을 하다가 다친 허리가 아직까지 그리 좋지 못하고, 워낙 몸이 약했었는데...
Z우물펌프:
많이 부담스러운 작업들인 우물을 관정으로 판 (스틸이 아닌) 스텐레스 파이프 제일 아래 제트(노가다용 일본어로 뭐라고 하는데 기억이 안남)라는 것도 직접 꺼내서 눈으로 확인하여 보게 되었고...
스틸로 천공을 하면 가격은 상대적으로 착한 반면 통상 3년 정도 이후엔 녹이 나서 제트가 고장이 날 경우, 이 관을 꺼내서 수리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반면...스테인레스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고가이고 시공시 관을 전문적으로 깍아야하며(이걸 잘 깍아내는 분들이 많지 못하다고 함), 제트의 고장시 전문기술자가 아닌 이상 안쪽 pvc 관을 꺼내어 잘라내고 새로 이어서, 다시 지하수 아래에 새로 정확히 안착시키는 작업들이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고 합니다.
당장 이 pvc관을 끌어올리는데 체력적인 소모 역시 매우 크기에(저의 집의 경우 대략 15미터 길이 정도로 pvc 파이프가 연결된 것을 옥상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 중간중간에 막히면 다시 잠그고..풀고...다시 집어 넣고..또 빼고를 수도 없이 반복하며 서서희 끌어올리는데...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체력 소모가 상당하더군요.)
아무튼 스테인레스로 하면 가격은 스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부식은 비교적 적어서 Z가 단순하게 고장났을 경우...지금처럼 힘들게라도 빼내어 다시 고가의 재시공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수리를 할 수도 있는데... 문제는 그 부분을 고치는데 전문가가 아니라고 한다면 수리를 성공시킬 가능성이 매우 적고..체력적인 소모 역시 크며, 무엇보다도 정확하게 안착시키는 작업들에 어렵고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요즘은 왠만하면 스틸로 대부분 작업한다고 합니다. 이 역시 녹이 빨리 쓴다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커다란 자석으로 관에 달라 붙는지 아니 안달라 붙는지를 실험하기도 하더군요.)
이 과정에서 우물펌프가 어떤 원리인지도 막연하나마 곁눈질로 직접 눈으로 보았네요. 당장 제가 Z를 수리를 할 수 있는 실력이 전혀 안되지만, 우물 펌프의 왠만한 잔고장만은 상당 부분 해결 가능할 듯..
그래도 전문기술자가 아니다 보니..장비에 대한 이해와 기술부족 뿐 아니라.. 수질이라던가.. 토양문제라던가.. 지하수 오염문제.. 무엇보다도 법적인 문제 등을 거의 한 번에 처리하고 다 익힌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요즘 일부러 체력도 회복시킬 겸.. 물을 호스로 연결하지 않고 직접 물통으로 나르면서..(대략 부엌과 화장실까지 총 길이 70미터 정도) 비록 몸은 피곤해도 체력도 점점 좋아지고..
긍정정인 생각들과 물부족 문제로 재난시 갖추어야 할 목록들...즉.. 저만이 처한 환경에 대해서 구체적인 자체 제작 메뉴얼에도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저만의 노트를 작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책 '재난시대 생존법'과 이곳 생존21카페를 알게 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여러가지 재난시 받게 될 심리적 두려움과 다양한 장애요소들이 오늘도 하나 더 감소되는 느낌입니다.
그 무엇보다도 이론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실기가 중요한 듯.. 열 번 보고, 수 십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더 실천해 보는 것이 훨씬 기억에 잘 남더군요.
지하수를 천공하여 새로 파는 날은 오는 4월 2일입니다. 거의 15년만에 파는 것이라서 그 과정에서 거의 무관심했고...
또 몰랐던 강화된 '지하수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허가가 없으면 벌금 500만원...-_-;;;
이런 것만 고소하는 파파라치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무엇이든 가급적 합법적인 것이 안전한 듯...
신고비 돈 몇십만원 아끼자고, 공무원들 몰래 주말에 파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걸리면 무조건 벌금...
절대적으로 허가받은 분에게 파셔야 합니다. 신고도 하셔야 하구요. (물론 시공하는 그 분들이 대행...)
물 보관의 중요성:
이 참에 철물점에 가보면 검은색의 대형 고무물통이나 깨끗난 PE물탱크라도 구입해서 장마철에 내릴 비를 그냥 하수도로 흘려보내지 말고 가까운 텃밭에 뿌리는 용도나 재난대비용으로 저장해 두려고 합니다. 정수제도 필요하겠죠.
이곳 생존21 카페에 올라온 다양한 동영상을 잘만 응용하고 하나씩 실천해 보면 장마철에 옥상에서 하수구로 그대로 버려지는 빗물의 배수로를 연결하면 적어도 1-2톤은 충분히 저장 가능할 듯.. 물탱크에 연결구도 달고, 니쁠(?)과 호스를 연결하면 여러모로 유용할 듯 합니다.
기왕이면 혹시 모를 재난시 이동성을 살려서 밑부분에 1톤 이상을 견뎌내는 지게차용 파레트에 바퀴를 다는 것도 한 번 생각 중인데 제가 사실상 왕초보다보니 방법을 잘 모르겠네요. 훨씬 더 바람직한 아이디어 있으시면 도움 주십시오. 저와 같은 초보자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어릴 때 추억:
며칠동안 고장 난 지하수 우물 펌프에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어렸을 적 살았던 충북 제천 교동에... 동네 마을 중앙에 있었던 향교 아래의 공동우물터가 생각납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물동이를 길어서 공동으로 빨래하고 물 길어가시던 어릴적 그 때였죠.
요즘은 미운 4살이라고 하지만.. 그 때가 대충 7살 정도였을텐데...
동네 형들과 향교 뒷산에서 뛰어놀다가 마지막에 그곳 우물에 모여서 아이스께끼도 먹고...
(기억하시는 분들 계시는지..뚜껑을 열면 고무장갑에 얼음 넣어서...그 안에서 꺼낸 아이스께끼...요즘같은 맛좋은 아이스크림이 아니죠^^
그 공동우물터에서 작은 돌맹이를 우물에 던지면.. 물이 파동을 일으키며 쫘악 퍼지는 모습과..
우물 안에 야호 하고 소리지르면 웅웅거리는 것이 마치 동굴같이 재밌어서 그렇게 놀았었는데..
종종 동네 어르신이 큰 바늘을 가지고 다니시며 이놈들 침 놓는다 으름장 놓으시면(당연히 농) 쪼르르 도망가고...
그렇게 놀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아무튼 물이 이렇게 귀하다니...^^
아래는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메밀국수에 욹어 낸 제가 만들어 본 메밀국수용 육수입니다..
연탄난로에 우려내는 중...한 컷!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