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겨자씨
송인성
크면 나무 될 줄 알았는데
커 봐야 잡초 인생
으깨지고 바스러지자
튀어나온 추레한 얼굴
뽑히고 짓밟혀
세상도 손을 놓았는데
한결같은 노란 옷 입혀지자
겸손 얻은 빛 나래
나무가 아니면 어떻소
어여쁜 꽃이 아니어도
허허벌판 물 드려 놓으면
나비 한 쌍 찾겠지
2. 가을바람
송인성
무심히 스쳐 지나간 줄 알았는데
모진 여름 곱게 갈아
옷깃에 앉았네요
기다림이 녹아내려
꽃잎 한 장 띄울 수 없었는데
큰 나무 활짝 웃네요
가지 말아 달라 애원해도
떠날 수밖에 없으니
사랑은 밤낮 여물어지네요
3. 노년의 무게
송인성
짐이 가벼웠을 때
털어 내지도 못하고
땀으로 세월을 입고
눈물로 시간을 신고
꿋꿋하게 걸어왔던 오솔길
처자식 입에 넣어 줄
한 끼니 땟거리이기에
고된 짐은 사랑의 채찍
애틋한 새벽 시장
아직도 한쪽 어깨에 맨
신문 2박스의 무게는
흥얼거리게 하는 가사 말
4. 열매
송인성
커질수록
마음은 더 넓어지고
길어질수록
생각은 더 깊어지니
인생철학이다
어제 볼 땐
풋사랑이 지나갔고
오늘 볼 땐
눈부신 사랑이 다가오니
아름다운 중독이다
5. 커피의 사랑
송인성
제 살을 깎아
향기로 승화된
헤어 나올 수 없는 사랑
볶아지고 갈려져
가루로 변한
다시 태어난 사랑
차갑고 뜨겁고
극한 상황을 버틴
변함없는 사랑
쓴맛을 달게 여기며
시간을 멈춘
보고픈 사랑
그 사랑이 내 앞에
아른아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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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향문학 15호 원고방
덕향문학 15호 송인성 시인 원고 / 겨자씨 외 4편
영원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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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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