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물빛문학동인
 
 
 
카페 게시글
정겨운속삭임/옛자료 오늘도 길 위에 서렵니다 / 보리밥 05-11-05 13:08
침묵 추천 0 조회 9 24.09.05 03:59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다음검색
댓글
  • 작성자 24.09.05 04:01

    첫댓글 분갈이 '''정용기 / 애 / 05-11-05 18:44


    보리밥님, 머리는 예쁘게 나오셨는지요?
    얼마전에 정임에 소식 올린 그 친구 병문안을 가셨는지요?
    아무쪼록 그 분이 툭툭 털고 일어나길 멀리서 기원합니다.

    *

    분갈이
    정용기

    1
    가구가 늘어날수록 마음은 비좁아진다
    바깥에서 묻혀 온 먼지들은
    햇빛도 안 닿고 통풍도 안 되는
    가구 뒤편 어둠 속에서 곰팡이가 되어
    마음속까지 포자를 번식시킨다
    잠 속에서도 길이 툭툭 끊어진다

    2
    퇴근 후 나를 숨기고 있던 먼지 묻은 옷을 벗으면
    정전기가 탁탁 전보를 친다
    팔 뻗은 안테나들이 가리키는 쪽
    붐비는 별자리들의 회로를 타고 왔을까
    별들의 추파로 마음이 따끔거린다

    3
    이제는 많이 스러져 버린,
    신혼으로 설레던 그릇과 수저들의 빛깔은
    세월의 밑바닥에서
    결 고운 추억의 지층이 되어
    내 발바닥을 데우고 있으리라
    겨우내 실내에서
    건조한 내 삶의 무늬를 지켜보던 화초들
    분갈이를 해야지
    뿌리들이 화분 밑바닥을
    서너 바퀴는 돌았을 터인데,
    꽃대의 기척이
    내 비좁은 마음까지 간지럽혀 오는데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