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
비온다는 일기예보는 맞지 않았어요
꾸물거리는 내 걸음을 창문 밖에서 햇빛이
손짓하여 오후엔 길 위에 나설렵니다
병문안도 가고 파마도 하기로 했습니다
착한여자님 행소박물관에 또 가고 싶어요, 아니 물든
가을산을 바라보며 바람없는 날 산책도 좋겠습니다
계대는 건물도 아름답지만 꽃과 나무들이 많고
서구식과 한국식이 섞여 조화를 잘 이루었습니다
작년 친구딸 졸업식에 가서 꽃나무 이름도 묻고 나무 이름도
묻고 쫓어 다녔습니다
봄날 서울가서 가족들과 대영박물관 전시회를 보았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그 동네에는 빌딩도 많더구만요
초등학교 2학년 손자학생, 할머니학생 목에 작품 설명하는
스피커(?)를 대여하여 꼼꼼히 볼려고 애썼습니다
봉투를 준비해 내놓으며 관람료는 엄마가 낸다며 기분좋게
한턱 쏘았지요, 나오면서 선물도 사서 가져왔답니다
미이라 필통, 소금통이랑, 책자도...
착한여자님 아이들과 같이 가세요
좋은 공부와 추억이 될 것입니다, 행소박물관은 국내에서 두번째
크다고 하였습니다, 매일 신문으로 다시 소식 듣고 있습니다
작년엔 자주 나들이 하였었는데 올해는 만나지도 못하고 한 해
다 가나 봅니다, 착한 여자님 작품 많이 건져셨죠?
기대됩니다
첫댓글 분갈이 '''정용기 / 애 / 05-11-05 18:44
애
보리밥님, 머리는 예쁘게 나오셨는지요?
얼마전에 정임에 소식 올린 그 친구 병문안을 가셨는지요?
아무쪼록 그 분이 툭툭 털고 일어나길 멀리서 기원합니다.
*
분갈이
정용기
1
가구가 늘어날수록 마음은 비좁아진다
바깥에서 묻혀 온 먼지들은
햇빛도 안 닿고 통풍도 안 되는
가구 뒤편 어둠 속에서 곰팡이가 되어
마음속까지 포자를 번식시킨다
잠 속에서도 길이 툭툭 끊어진다
2
퇴근 후 나를 숨기고 있던 먼지 묻은 옷을 벗으면
정전기가 탁탁 전보를 친다
팔 뻗은 안테나들이 가리키는 쪽
붐비는 별자리들의 회로를 타고 왔을까
별들의 추파로 마음이 따끔거린다
3
이제는 많이 스러져 버린,
신혼으로 설레던 그릇과 수저들의 빛깔은
세월의 밑바닥에서
결 고운 추억의 지층이 되어
내 발바닥을 데우고 있으리라
겨우내 실내에서
건조한 내 삶의 무늬를 지켜보던 화초들
분갈이를 해야지
뿌리들이 화분 밑바닥을
서너 바퀴는 돌았을 터인데,
꽃대의 기척이
내 비좁은 마음까지 간지럽혀 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