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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옛님의 숨결. 그 정취를 찾아 원문보기 글쓴이: 세종아빠
서산 보원사지에는 여러 점의 석조 문화재가 남아있습니다.
보물로 지정된 것만 오층석탑, 당간지주, 석조, 법인국사탑, 법인국사탑비 등 모두 5점이나 됩니다.
아마도 단일 절터 중에서 가장 많은 보물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보원사지는 서산 용현리 마애 삼존불상을 보러 가는 길에 덤으로 들르는 곳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반대가 되어 보원사지에 가는 길에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마애불을 살펴보고는 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늘 밝은 낮 시간에만 보원사지에 들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팔부중상을 제대로 살피기 어려웠습니다.
해가 잘 비치는 한두 면은 그런대로 잘 보이지만, 그 반대편은 잘 보이지 않았고
해가 비치는 면이라 할지라도 도상을 제대로 판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 야간답사였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의 야간 답사 경험으로 보아,
손전등 조명을 활용하면 표면의 조각을 잘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토요일(7일) 오후 2시경 서울을 출발해서 서산 용현리 마애 삼존불상을 잠깐 들러 살펴본 후,
저녁시간에 야간 답사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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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서산 보원사지 전경을 봅니다.
이번 답사는 야간답사여서, 전경 사진과 탑 사진은 지난 여름에 촬영한 것을 사용합니다.
서산 보원사지입니다.
좀 더 가까이 살펴봅니다.
당간지주, 오층석탑, 법인국사탑, 법인국사탑비가 보입니다.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살펴봅니다.
수습된 석조물 중에는 석탑재도 많았습니다.
뒤쪽에서도 봅니다.
여름철 사진이라 색깔이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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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고려 초기의 석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팔부중상의 조각 양식 등을 고려하여 제작 시기를 통일신라까지 올려 보는 학자도 있습니다.
다른 방향에서 살펴봅니다.
또 다른 방향입니다.
다른 계절에 촬영한 사진으로도 살펴봅니다.
하층기단 면석에는 사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석탑 기단에 사자가 새겨진 경우는 보기 드문 편입니다.
참고로, 군위 지보사 삼층석탑에도 하층기단에 사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뒤에 살펴보겠지만, 지보사 삼층석탑은 보원사지 오층석탑과 팔부중상의 배열이 똑같습니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상층기단 면석에는 이처럼 팔부중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제부터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팔부중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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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팔부중상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요즘은 긴 글을 싫어하는 시대입니다.
더구나 우리 회원님들은 다 아시는 내용이니, 글은 ‘패스’하시고 사진만 살펴보셔도 됩니다.
팔부중은
인도 신화에 나오는 신이었다가 불교에 포용되어 호법신의 역할을 하는 존재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팔부중은 직역하면 '여덟 존재의 무리(모임)'라는 뜻인데,
본래 인도에서는 한꺼번에 등장하는 경우는 없고 개별적으로 묘사되었다고 합니다.
여덟 존재가 세트를 이루어 등장한 것은,
불교 경전이 중국에서 한역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즉, 인도에는 팔부중이 세트를 이루어 묘사된 경우는 없고, 중국에서 세트화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별적으로 묘사되는 경우는 없고, 거의 모두 세트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팔부중은 대체로 호법신으로만 알려져 있으나,
일부 학자들에 의하면 부처의 설법 장면에 등장하는 청중으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고 합니다.
또 때로는 탑에 공양을 드리는 장엄 공양의 존재로서 역할을 합니다.
실제 불교 경전 속의 팔부중은 거의 대부분 부처의 설법을 듣는 청중이거나 보탑에 공양하는 자들이며,
부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고 깨달음을 얻는 존재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아울러 경전에는 팔부중 뒤에 대체로 '인비인(人非人)'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이는 '사람인듯 사람이 아닌'이라는 의미여서 팔부중은 사람이기도 하고 사람이 아니기도 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부처가 보살과 비구, 신도는 물론 사람인지 아닌지 모호한 팔부중에게까지 설법을 했다는 의미로 이해되며,
이로 보아 팔부중은 청법자로서의 역할이 중심이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팔부중은 크게 불타 팔부중과, 사천왕 팔부중으로 나뉘는데,
사천왕 팔부중은 말 그대로 사천왕의 졸개(?)이니 호법신의 역할이 주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사천왕 팔부중은 묘사된 것이 없고 불타 팔부중만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설법을 듣는 존재로서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주로 묘사되고 있는 불타 팔부중을 그동안 막연히 호법신으로만 보아온 것은
정확한 내용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불타 팔부중은
① 천, ② 용, ③ 야차, ④ 건달파, ⑤ 아수라, ⑥ 가루라, ⑦ 긴나라, ⑧ 마후라가입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경전에 등장하는 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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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나라 석탑에 묘사된 팔부중의 배치 모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에는 단독으로 묘사되는 경우는 없고, 여덟 명의 팔부중이 세트로 등장하는 데요.
실제로 묘사될 때는 서로 짝을 지어 묘사되어 있습니다.
①조 : 천 - 가루라
②조 : 아수라 - 건달파
③조 : 야차 - 용
④조 : 긴나라 - 마후라가
이렇게 조편성이 되어 있습니다.(조는 제가 편의상 붙인 것입니다.)
경전에도 아수라 - 건달파, 야차 - 용, 긴나라 - 마후라가는 거의 예외 없이 나란히 언급되어 있다고 합니다.
(팔부중은 위의 조별 순서로 기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위의 조편성된 팔부중의 배열 순서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예외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립중앙박물관 1층에 전시된 경주 출토 팔부중상은 ②조 아수라 - 건달바가 건달바 - 아수라 순서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 전해진 팔부중은 대체로 석탑 기단의 면석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석탑 기단 면석의 팔부중은 거의 위의 조편성 그대로 짝을 지어 묘사되어 있습니다.
위의 조별 순서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나,
조별 순서가 바뀌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석탑 기단 4면의 각 면석에 위와 같이 조편성 하여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조편성한 구성원이 모서리(우주)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묘사된 경우도 있습니다.
팔부중은 방위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 위치는 탑마다 다릅니다.
(참고로, 석굴암 전실에도 입상 형태의 팔부중이 있으나 절반 정도는 존명 판별이 어렵습니다.
영양 현리 삼층석탑과 영양 화천리 삼층석탑도 입상의 팔부중이 묘사되어 있는데, 석굴암의 경우처럼 일부의 존명을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논외로 합니다.)
팔부중 배치 모습을 그림으로 살펴보면 더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 기단 면석 양쪽에 같은 조끼리 배치된 경우 (방위와는 관계 없음)
이와 같이 팔부중이 배열된 석탑은 아래와 같습니다.
경주 남산동 서삼층석탑
경주 숭복사지 서삼층석탑
양양 진전사지 삼층석탑
경주 숭복사지 동삼층석탑 ( ①조를 기준으로 시계반대 방향으로 ②조 ④조 ③조 순서임)
양양 선림원지 삼층석탑 ( ①조를 기준으로 시계반대 방향으로 ③조 ④조 ②조 순서임)
● 같은 조가 기단 모서리(우주)를 사이에 두고 배치된 경우
이와 같이 팔부중이 배열된 석탑은 남한에는 2기가 있습니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군위 지보사 삼층석탑
(북한 금강산, 신계사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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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팔부중상을 사진으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위의 구분 중 두번째인 '같은 조가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배치된 경우'에 해당됩니다.
먼저 밝은 낮에 찍은 사진과 밤에 손전등 조명을 이용한 사진을 비교해 봅니다.
북면에는 왼쪽부터 마후라가, 천이 새겨져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시는 것처럼 거의 판독이 어렵습니다.
밤에 조명을 이용하면 마치 마술을 한 것처럼 새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훨씬 잘 보이죠?
거의 보이지 않던 왼쪽의 마후라가도 윤곽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각 팔부중의 도상적 특징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서술하겠습니다.
일단 느껴만 보시기 바랍니다.
서면에는 왼쪽부터 가루라와 아수라가 새겨져 있습니다.
아수라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지만 가루라는 잘 보이지 않네요.
조명을 이용하면 낮보다는 잘 보입니다.
아래에서 서술할 각 도상의 특징을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 있습니다.
남면은 왼쪽부터 건달바와 야차입니다.
낮에도 해가 비치면 도상적 특징이 분명한 건달바는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야차는 도상적 특징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조명을 이용하면 각 도상의 특징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동면은 왼쪽부터 용, 긴나라입니다.
역시 낮에는 확인이 쉽지 않습니다.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이 마모되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조명을 이용하면 이렇게 잘 보입니다.
얼굴 표정까지도 어느 정도 살필 수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서 연신 감탄하며 살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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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팔부중 도상을 하나씩 보면서 그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팔부중에서 언제나 가장 먼저 언급되는 '천'부터 살펴봅니다.
'천'은 불교의 세계관으로 보면 천계에 거주하는 여러 신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범천, 제석천을 비롯한 여러 천신들을 부르는 일반적인 명칭입니다.
'천'상의 도상적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한쪽 팔을 올려 금강저를 잡고 있는 상입니다.
제석천의 지물이 금강저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로 경주 지역 석탑의 팔부중상에 많이 보입니다.
또 하나는 머리 뒤로 마갈어를 두르고 있는 상입니다.
마갈어는 인도에서는 '마카라'라고 하는데,
몸은 물고기이고, 머리는 악어, 코끼리를 닮은 모습의 괴수 같은 물고기입니다.
마갈어는 바루나 강 여신의 탈 것으로 등장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바루나 신은 인도에서는 하늘의 신인 수천(水天)으로 숭배되었기 때문에,
'천'을 마갈어를 두른 수천의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은하수가 하늘의 강으로 여겨지는 만큼 물고기가 천신의 상징이 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천'은 마갈어를 두르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오른쪽(향우측)에 물고기 꼬리를 잡고 있고, 왼쪽으로 머리가 보입니다.
따라서 '천'상에서는, 물고기 지느러미(오른쪽 화살표)와 머리(왼쪽 화살표)를 확인하면 됩니다.
[참고 사진]
참고로, 경주 남산동 서삼층석탑의 '천'은 오른손을 올려 금강저(삼고저)를 잡고 있습니다.
이처럼 '천'은 금강저를 잡거나, 마갈어를 두른 경우 등 두 가지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대체로 금강저를 든 도상이 더 이른 시기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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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라에 대해 살펴봅니다.
가루라는 흔히 금시조(金翅鳥)라고도 합니다.
인도 신화에서 뾰족한 부리로 용을 잡아먹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따라서 가루라의 도상적 특징은 새 부리와 입주위에 벼슬처럼 늘어진 고기수염(육수, 肉垂)입니다.
가루라 상을 확인할 때는 부리와 고기수염만 확인하면 됩니다.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가루라 상입니다.
많이 마모되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입의 돌출된 부리와 주변의 고기수염이 분명히 확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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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에 대해 살펴봅니다.
아수라 역시 고대 인도의 신 중의 하나입니다.
경전에서 아수라는 투쟁적인 악신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아수라의 특징은 얼굴과 팔이 여러 개인 다면다비(多面多譬)입니다.
우리나라 석탑의 팔부중으로 묘사된 아수라의 도상적 특징은
3면 8비, 또는 3면 6비입니다. 그리고 맨 위의 두 팔로는 해와 달을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팔부중 중에서 가장 쉽게 구별할 수 있고, 어느 정도 마모되어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주 지역의 아수라는 3면 8비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아수라상입니다.
3면 6비입니다.
얼굴 양 옆으로 또 다른 얼굴이 각각 새겨져 있어 3면입니다.
자세히 보면 향좌측 얼굴의 코가 보이고, 향우측의 얼굴도 희미하지만 어느 정도 윤곽이 느껴집니다.
마음이 착한 분에게는 잘 보일까요?
위쪽 두 팔은 해와 달을 들고 있는 모습이 확인이 됩니다.
아래 두 팔은 합장을 하고 있습니다.
6비의 아수라 상은 모두 아래 두 팔로 합장을 하고 있습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가운데 두 팔은 한쪽은 저울, 한쪽은 자(ㄱ자 모양의 굽은 자)를 들고 있습니다.
아수라의 얼굴이 참 예쁘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동행한 지인이 발견했는데요.
보원사지 석탑의 팔부중 중에서 아수라만이 배를 보이고 있고, 무엇보다 예쁜(?) 배꼽이 묘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수라의 배꼽을 본 사람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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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건달바입니다.
건달바는 음악을 연주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는, 향을 먹거나 향속에 사는 존재라는 내용이 경전에 나온다고 합니다.
건달바의 도상적 특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사자관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본래 사자관은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가 쓰던 관인데, 그것이 인도에 전해져 금강역사의 도상적 특징이 됩니다.
그런데 왜 건달바가 사자관을 쓰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설은 없습니다.
다만, 부처의 설법을 듣는 존재인 건달바는 부처(사자)의 향속에 사는 존재라 하여 사자관을 쓴다는 견해가 있다고 합니다.
건달바의 도상적 특징 또 하나는 하프를 닮은 악기인 공후를 연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나라 석탑 팔부중 가운데 건달바는 두 가지 형태로 묘사됩니다.
하나는, 공후 없이 사자관만 쓰고 있는 것이 있고,
또 하나는, 사자관을 쓰고 동시에 공후를 연주하고 있는 상이 있습니다.
경주 지역의 석탑 팔부중은 대체로 사자관만 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자관이 마모되면 판별해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건달바입니다.
사자관을 쓰고 동시에 공후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햇빛이 비치는 면에 위치하고 있어서 낮 시간에도 쉽게 구별이 됩니다.
공후를 연주하는 손이 매우 유려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사자관을 자세히 보면 귀, 코, 그리고 이빨까지 보입니다.
그리고 얼굴을 둘러싸고 내려와 묶여있는 가죽이 다리 가죽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발모양이 확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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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차에 대해 살펴봅니다.
야차는 고대 인도에서는 나무의 신이자 광물의 신, 또는 숲의 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야차는 '귀신'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사람이 아닌 무서운 존재로 여겨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야차의 도상적 특징은 입에 구슬을 꿴 연주(連珠) 형태의 무언가를 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염주라고 합니다.
염주를 입에 물고 있는 이유는, 염주 구슬을 나무나 광물로 만들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으나 잘 알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석탑의 야차상이 물고 있는 염주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목걸이 모양으로 둥글게 이어진, 말 그대로 염주 모양의 것입니다.
또 하나는, 한 줄로 늘어드린 연주(連珠) 형태의 것입니다.
경주 지역의 야차상은 목걸이 모양의 둥근 염주를 물고 있습니다.(숭복사지 서삼층석탑은 한줄로 보임)
야차상의 또 다른 도상적 특징은 머리카락이 화염처럼 위로 솟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도상이 분명히 나타나는 것은 석굴암 전실의 야차상이 있고,
경주 남산동 서삼층석탑이나 숭복사지 서삼층석탑의 야차상에서도 위로 솟은 머리카락의 모습이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가장 학실하게 야차상을 구별하는 방법은 입에 염주를 물고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야차상입니다.
많이 마모되어 잘 보이지 않지만, 조명의 위치를 바꾸어 가며 염주를 확인해 봅니다.
연주(連珠) 형태라는 것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입에 물고 있는 염주가 왼손을 거처 오른손 위까지 한 줄로 이어져 있는 모습이 간신히 확인됩니다.
무언가 기다란 것을 입에 물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야차라고 단정해도 됩니다.
[참고사진]
경주 숭복사지 동삼층석탑의 야차상입니다.
이 야차는 둥근 목걸이 모양의 염주를 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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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에 대해 살펴봅니다.
팔부중 가운데 용의 도상은, 자신의 화신인 용이 머리를 감싸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석탑 팔부중의 용상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묘사됩니다.
하나는, 다소 작은 용이 머리에 쓴 관 위에 묘사되고, 한 손에 여의주를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는 주로 경주 지역 석탑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대부분 마모되어 용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손에 든 여의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꼬리를 손에 잡힌 커다란 용이 머리를 휘감고 올라가 머리 위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용은 여기에 속합니다.
보원사지 오층석탑 용의 모습입니다.
왼손으로 자신의 화신인 용의 꼬리를 잡고 있습니다.
두 발은 마치 목도리처럼 머리를 감싸고 있고, 머리 위에 용의 얼굴이 보입니다.
[참고사진]
경주 남산동 서삼층석탑 팔부중 가운데 용의 모습입니다.
상태가 좋지 않아 자신의 화신인 용 머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손에 든 여의주를 통해 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조편성'에 따라 야차가 곁에 있으면 용이라는 것이 더 확실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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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나라에 대해 살펴봅니다.
긴나라는 음악의 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인반조(半人半鳥) 또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인간인지 아닌지 분명치 않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긴나라의 도상적 특징은
보관 위에 새의 옆모습이 나타나고, 얼굴 양옆으로 소나 말의 머리가 묘사된 모습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석탑의 긴나라는 많이 마모되지만 않았다면 쉽게 구별이 됩니다.
머리 위의 새와 얼굴 양옆의 소나 말머리를 찾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긴나라는 두 손을 합장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팔이 여러 개여서 쉽게 구별되는 아수라를 제외하고는 긴나라만이 유일하게 합장을 하고 있습니다.
보원사지 석탑의 긴나라상입니다.
이 보다 더 잘 보일 수는 없다는 것을 웅변하듯 머리 위의 새와 동물머리가 분명히 보입니다.
향좌측 동물머리는 뿔이 있는 것으로 보아 소의 머리로 보이고,
향우측은 두 귀의 모양으로 보아 말의 머리로 추정됩니다.
참고로, 경주 지역 석탑의 긴나라상은 소나 말머리가 얼굴에 더 가까이 붙어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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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마후라가에 대해 살펴봅니다.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마후라가는 큰 뱀이라는 뜻입니다.
몸은 사람과 같고 머리는 뱀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석탑 팔부중에서 마후라가의 도상은 자신의 화신인 뱀이 머리를 감싸고 있는 모습입니다.
용상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다리(발)가 있으면 용, 다리가 없으면 마후라가라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습니다.
마후라가도 용상처럼 대체로 뱀의 꼬리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마후라가상입니다.
낮에는 전혀 판별할 수 없고, 밤에도 조명을 잘 조절해야 뱀을 찾을 수 있습니다.
뱀이 머리를 감싸고 있는 모습인데, 다리가 없으니 뱀이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왼손으로는 뱀의 꼬리를 잡고 있고, 뱀의 머리가 칼 오른쪽으로 나와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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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기단의 팔부중 조각을 통해,
우리나라 석탑 기단의 팔부중 부조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같이 팔부중 부조에 대해 나름 자세히 살필 수 있게 된 것은 손전등 조명을 활용하면서부터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낮에 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 볼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마치 신세계가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어차피 볼 수 없으니 인연이 아니려니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밤에 오면 잘 보이려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언급한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이나 양양 진전사지 삼층석탑은 밤에 살펴보았습니다.
경주 남산동 서삼층석탑이나 경주 숭복사지 동서삼층석탑은 새벽에 살펴보았습니다.
이제는 야간에 답사하는 재미가 생겼네요.
팔부중에 대해서는 우리 회원님들은 다 아시는 내용입니다만,
다시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적어가다 보니 길어졌네요.
이 게시물을 쓰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내용은 부분적으로 아래 논문을 참고했습니다.
(한재원, '통일신라 석탑부조 팔부중 도상과 배치 연구', "미술사 연구(20)", 2006
한재원, '석굴암 전실 팔부중상의 상징과 해석', "미술사 연구(29)", 2015)
여기까지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첫댓글 세종아빠님의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도움되었습니다
팔부중에 관한 글 중 최고의 글입니다. 경주 답사가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