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근본을 바로 나타내시다
1.
이때, 세존께서 여러 보살들이 세 번이나
청하고도 그 간절한 마음이 그치지 않을 것을
아시고 말씀하시었다.
「「너희들은 여래의 비밀한 신통력을 자세히
들으라. 모든 세간의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
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석씨의 왕궁을 나와
가야성에서 가까운 도량에 앉아 위없이 높고
바른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선
남자들아, 내가 성불한 지는 실로 한량없고 가
이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겁이 지났느니라.
2.
비유하면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의 삼천대
천세계를 어떤 사람이 부수어서 아주 작은 티
끌로 만들어 그것을 가지고 동방우로 오백천
만억 나유타 아승지의 세계를 지날 때마다 티
끌 하나를 떨어뜨리되 이와 같이 하여 동쪽으
로 가면서 마침내 그 모두를 다 떨어뜨렸다면
선남자들아,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하냐. 이
모든 세계를 생각으로나 계산으로 그 수를 알
수 있겠느냐.」」
미륵보살과 여러 대중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세계는 한량없고 가이
없어 산수로도 알 수 없고 마음의 생각으로도
알 수가 없나이다. 또 일체 성문과 벽지불이
미혹을 완전히 없앤 지혜를 발휘하여 깊이 생
각하여도 그 수를 알 수 없으며, 저희들이 물
러서지 않는 경지에 있다 해도 지금 부처님께
서 말씀하신 이런 일은 도저히 알지 못하나니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모든 세계는 한량없고
가이없나이다.」」
이때, 부처님께서 큰 보살대중에게 말씀하시
었다.
「「선남자들아, 이제 너희들에게 분명히 말하
겠노라. 이 모든 세계에 작은 티끌이 떨어진
곳과 떨어지지 아니한 곳을 모두 다시 부수어
티끌로 만들고 이 한 티끌을 일 겁이라 하더라
도 내가 부처를 이룬 것은 이보다 백천만억 나
유타 아승지 겁이나 더 오래 되었느니라.
3.
그로부터 지금까지 나는 항상 이 사바세계에
있으면서 중생에게 설법하여 교화하였고 또
다른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의 나라에서도
중생들을 인도하여 이익되게 하였느니라.
4.
선남자들아, 나는 한량없는 과거로부터 무한한
미래에 이르기까지 살아있지만 이 중간에서 내
가 연등불이라고 하는 등 여러 가지 이름의
부처님으로 이 세상에 출현하였음을 설하였고,
또 그 부처님들이 세상을 떠나시는 열반도 설
하였으나 이와 같은 것은 모두 중생을 교화하
기 위한 방편으로써 그렇게 설명한 것이니라.
선남자들아, 만일 어떤 중생이 내가 있는 곳
에 찾아오면 나는 부처님의 눈으로 그의 신심
과 모든 근기의 날카롭고 둔함을 보아 제도할
바를 따라 곳곳에서 설하되, 부처님들의 이름
이 같지 아니하며 또 부처님의 수명에 대해서
도 길고 짧음이 있는 것처럼 설하였으므로 연
대가 많고 적으며, 그리고 부처님의 수명이 다
하여 열반에 든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여러 가
지 방편으로 미묘한 법을 설하여 중생들로 하
여금 능히 기쁜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느니라.
5.
선남자들아, 여래는 모든 중생들이 소승의 법
을 좋아하여 덕이 적고 업장이 무거운 것을
보면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설하되 「나는 젊
어서 출가하여 위없이 높고 바른 완전한 깨달
음을 얻었다.」 고 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실
로 부처를 이루기는 이와 같이 오래되었으므
로 다만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여 부처님 도
에 들게 하려고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여러 선남자들아, 여래께서 말씀하신 경전들
은 다 중생을 구제하고 미혹에서 해탈케 하기
위한 것이니, 어느 때에는 부처님의 본체에 대
하여 설하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특정한 모습
을 가지고 출현하시는 부처님에 대해 설하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부처님의 몸으로 이 세상에
출현하시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다른 성인이
나 훌륭한 사람으로 출현하시기도 하며, 혹은
부처님의 구제를 직접 나타내 보일 적도 있고,
혹은 다른 일들 사이에서 간접으로 구제함을
보이기도 하니, 비록 그 형태는 여러 가지로
변하지만 그 설하시는 것은 모두 진실하여 헛
되고 거짓됨이 없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욕계. 색계. 무색계의 참
모습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태어나고 죽고하여 반드시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나 그것은 오직 현상 위에서만의
일에 불과하며, 여래의 눈으로 그 속의 실상을
보면 모든 것은 사라지지도 않고 나타나지도
않으며 모든 생명체는 그대로 살아있을 뿐, 이
세상에 있다든가 세상을 떠난다고 하는 것은
본래 없음이라, 눈 앞에 사물이 실제로 있다고
보는 것도 잘못이며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잘
못이니, 중생이 삼계를 보는 것과 여래가 삼계
를 보는 것이 다르니라.
이와 같은 일을 여래께서는 밝게 보아 그릇
됨이 없건만, 깨달은을 얻지 못한 중생은 저마
다 각기 다른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또 제각기
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고, 또 제각기 다른 행
을 하고 있으며 또 제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사물을 자기 주관에 의해 분별하여 보는 습성
이 있으므로, 여래는 모든 중생에게 깨달음의
근본이 되는 모든 선근을 내게 하려고 과거의
인연을 말로 설명하거나 하여, 여러 가지 방법
으로 법을 설하여 중생을 교화하기를 잠시도
쉬지 않았느니라.
이와 같이 내가 부처를 이룬 지는 매우 오랜
옛날부터였으며 수명도 한량없는 아승지 겁이
므로 항상 이 세상에 마물고 있어 멸하는 것이
없느니라.
6.
선남자들아, 내가 본래 보살의 도를 행한 공
덕으로 이룬 수명이 매우 길어 지금도 다하지
않았으며 다시 위에서 말한 수명의 배나 남아
있느니라. 나는 그대들에게 내가 잠시 후에
멸도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이것은 참
멸도가 아니요 여래는 이런 방편으로써 중생
을 교화하느니라.
왜냐하면 만일 여래가 이 세상에 오래 머물
것이라고 말하면, 박덕한 사람들은 선근을 심
지 않아 빈궁하고 천박하여 오욕에 사로잡혀
생각하는 것들이 자기 중심이 되어 허망하고
그릇된 소견의 그물 속에 빠져서 벗어나지 못
하며, 만일 여래께서 이 세상을 떠나지 않고
언제까지나 살아 있음을 보면, 곧 교만한 마음
을 일으키어 싫증을 내고 게으름을 피워 부처
님 만나기가 어렵다는 생각과 진실로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므로 여래는 방편으로 말하
느니라.
7.
비구들이여, 분명히 알라. 모든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오심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우니라.
왜냐하면 여러 박덕한 사람들은 한량없는 백천
만억 겁을 지나서 겨우 부처님을 만나뵙기도
하고 혹은 만나뵙지 못한 사람도 있으니, 이런
일이 있으므로 나는 이와 같이 말하느니라.
여러 비구들아, 여래를 만나뵙기가 어렵다고
하면 중생들이 이 말을 듣고 반드시 부처님 만
나뵙기 어렵다는 생각을 내어 마음 속에 연모하
는 생각을 품고 부처님을 간절하게 그리워하며
곧 선근을 심으리라. 그러므로 여래는 실로 멸
도하지 않건만 멸도한다고 말하느니라.
선남자들아, 모든 부처님 여래의 법이 다 이
와 같아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것이니 모두
가 진실하고 거짓이 없느니라.
8.
비유하면 어떤 훌륭한 의사가 있었는데 지혜
가 총명하고 의약에 통달하여 좋은 처방을 잘
해주고 좋은 약을 만들어 여러 가지 병을 잘
치료했느니라. 그 의사에게는 많은 자식이 있
었으니 그 수가 십, 이십 내지는 백 명이나
되었느니라.
9.
아버지가 볼 일이 있어서 먼 타국에 간 동안
에 여러 아이들이 잘못 알고 독약을 마시니
그 독약의 기운이 온 몸에 퍼져 정신이 어지러
워 땅에 쓰러져 뒹굴며 괴로워 하였느니라.
10.
이때, 그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서 보니 아이
들은 독약을 마시고 혹 본 마음을 잃은 아이
도 있고 혹은 아직 본 마음을 잃지 않은 아이도
있었느니라. 이들이 멀리서 오는 아버지를 바
라보고 다 크게 기뻐하며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면서 문안드리기를 「편안히 잘 다녀오셨습
니까. 저희들이 어리석어 독약을 잘못 마셨사
오니 바라옵건대 보시고 구원하시어 다시 수
명을 주옵소서.」 하였느니라.
아버지는 자식들이 고통받고 있음을 보고 여
러 가지 처방에 따라 좋은 약초의 빛과 향기와
맛이 다 갖추어 있는 것을 구해다가 방아에 찧
고 체로 쳐서 환을 지어 아이들에게 먹이면서
말하기를 「이것은 매우 좋은 약이다. 빛깔과
향기와 좋은 맛을 아주 잘 맞추었으니 너희들
이 먹으면 고통이 빨리 낫고 다시는 다른 병에
걸리지 않으리라.」 하였느니라.
11.
그 여러 자식들 가운데 본 마음을 잃지 않은 자
식들은 이 좋은 약이 빛깔과 향기가 잘 갖춰져
있음을 보고 좋아하면서 그 약을 먹고 병이 다
없어지고 나았으나, 본 마음을 잃은 자식들은
아버지가 오는 것을 보고 기뻐하고 문안드리며
병 고쳐주기를 원하기는 하였으나 약을 주어도
먹지 않았으니, 독약의 독기가 몸 속에 깊이 들
어가 그 본 마음을 잃어버린 까닭으로 이렇게
좋은 빛깔과 향기로운 약을 좋지 않게 생각하
였기 때문이니라.
12.
그 아버지는 이런 생각을 하였느니라.
「이 자식들이 참으로 불쌍하구나 ! 독약의
중독으로 마음이 다 뒤집혀서 나를 보고 기뻐
하며 병을 고쳐 달라 하면서도 이렇게 좋은 약
을 먹지 않으니 내가 방편을 베풀어 이 약을
먹게 하리라.」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너희들은 똑똑히 알라. 나는 이제 늙고 쇠
약하여 죽을 때가 이미 되었으므로 이 좋은 약
을 여기에 남겨 두니 너희들은 가져다 먹되 효
험이 없을까 걱정하지 말라.」
이렇게 타일로 놓고 멀리 다른 나라에 가서
사람을 본국의 아이들에게 보내어 「너희 아버
지는 이미 죽었다.」 고 말하였느니라.
13.
이때,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
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에 크게 근심 걱정하
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느니라.
「만일 아버지께서 계시면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사랑하여 구원하고 보호하시련만, 지
금은 우리들을 버리고 멀리 다른 나라에 가시
어 돌아가셨으니 우리는 외롭고 다시 믿고 의
지할 데가 없도다.」 하며 항상 슬픈 생각을 품
고 지내다가 마음이 마침내 깨어나 이 약의 빛
과 향기와 맛이 좋은 줄 알고 곧 약을 찾어 먹
으니 독약의 기운이 없어지고 병이 다 나았느
니라.
14.
그 아버지가 여러 아이들이 약을 먹고 다 나
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돌아와서 아이들로
하여금 보게 하는 것과 같으니라.
15.
선남자들아,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하냐. 어떤
사람이 이 의사가 거짓말을 하였다고 허물을
말할 수 있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16.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부처를 이룬 지
가 한량없고 가이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지
겁이지만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방편으로 「반
드시 멸도하리라.」 고 말한 것이므로, 이 역시
가르침과 같아 내가 거짓말을 하였다고 허물을
말할 사람은 없으리라.」」
이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려고 게송
으로 읊으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