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53. 민정수석실 부활을 보며, 어리석은 사람 하늘에 활쏘기
휴헌 간호윤 ・ 방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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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실 부활을 보며, 어리석은 사람 하늘에 활쏘기
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대통령실에서 22대 총선 여당 참패를 읽는 독해(讀解)가 거의 23%~27% 대통령 지지율 수준이다. 국민의 뜻을 읽어 민정수석실을 부활한단다. 민정수석하면 국민들 뇌리에는 그 명칭부터가 부정적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국정농단이란 망령’이 되살아나서이다. 민정수석이 검찰, 경찰,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 등 5대 사정기관을 총괄 및 지휘하며 공무원과 민간인에 대해 불법 사찰 따위 등으로 구속되지 않았는가.
이 정부가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취지도 이런 우를 범하지 않으려 해서였다. 실제 윤 대통령은 과거 검찰총장 시절,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개별 사건부터 검찰 인사 문제까지 사사건건 부딪혔다. 그런데 왜 이제 민정수석실을 부활하나? 혹 ‘대통령 개인 로펌’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고 야당을 겁박하고 국정을 옥죄기 위해서 아닌가하는 꼼수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국민 기대와 동떨어진 이 행태가 꼭 ‘사어지천(射魚指天)’이다. ‘물고기를 잡아야하는데 하늘을 향해 활을 겨누는 꼴’이란 뜻이다. 한나라의 유향(劉向)이 편찬한 『설원(說苑)』의 ‘어진 사람을 존중하라’는 「존현(尊賢)」편이 있다. 이 「존현」을 보면 ‘세상의 도리가 달라지면 일이 변화하고, 일이 변화하면 시기가 바뀌며, 시기가 바뀌면 풍속이 따라 변천한다. 따라서 지도자라면 ‘달라진 세상의 도리[지금으로 치면 선거 결과]에 따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빨리 변화든 변천이든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고는 ‘하늘을 향해 활 쏘는 어리석은 사람’을 변화 못하는 예로 들었다. “한 어리석은 사람이 활 멀리 쏘는 법을 배우려 했다. 하늘을 향해 활을 쏘아 이미 다섯 걸음 안에 화살이 떨어졌는데 또 (변화를 모르고) 하늘을 향해 활을 쏘았다.(愚人有學遠射者 參天而發 已射五步之內 又復參矢而發)”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과녁도 없는 하늘을 향해 백날 활을 쏘는 연습을 한들 화살이 어디에 떨어지겠는가. 다섯 걸음은커녕 제 머리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유향은 이 어리석은 자의 활쏘기를 두고 ‘두 눈은 가을철에 새로 난 짐승의 가는 털끝을 보아도 태산은 보지 못하고, 귀는 맑고 탁한 음률은 들어도 우레 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과 같다’며 이유를 “오직 그의 마음이 다른 데로 옮겨간 곳이 있기 때문이다.(惟其意有所移也)”라 했다. 마음이 나라와 국민이 아닌, ‘자기 안위만을 위해서’로 옮겨가서 아닌가?
깜냥이 못 되면 내려오거나, 좋은 선생을 찾거나, 혹은 현인이라도 옆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민정수석에 김주현(63·사법연수원 18기) 전 법무차관을 임명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 공화국’ 소리를 듣는 판이다. 이미 비서실장하며 주위에 둔 사람들조차 모두 그 밥에 그 나물이거늘 무슨 변화를 꾀하겠는가. 포악한 걸(桀)왕이 간신(干辛)을 등용하고, 음란한 주(紂)왕이 비렴(飛廉)과 악래(惡來)를 등용하고, 송나라 헌(獻)왕이 당앙(唐鞅)을 등용하고, 진나라 이세황제가 조고(趙高)를 등용할 때, 사람들은 이미 나라에 망조(亡兆)가 들었다 했고 결국 망했다.
‘간신’은 위세를 부려 백성들에게까지 화가 미쳤고 ‘비렴’과 ‘악래’는 부자간으로 모두 간신의 전형이다. ‘당앙’은 송왕이 “내가 매우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도 신하들이 나를 두려워 않으니 무슨 까닭인가?”하자, “선한 자와 불선한 자를 가리지 말고 모두 죄 주면 두려워할 것입니다”라 한 이요, ‘조고’는 윗사람에게 방자하고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른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라 한 내시이다.
그제(8일)는 ‘윤석열 대통령 장모 가석방 적격 결정, 14일 출소 예정’이 어제(9일)는 631일만의 대통령 기자 회견이 국민의힘 내에서도 ‘갑갑, 답답, 하나마나!’란 평이 보도 되었다. 변화를 모르는 이 정부의 하는 행태가 마치 어리석은 자가 동짓날 밤이 짧기를 바라고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면서 과녁에 맞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