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남덕유산을 힘들게 갔다온 여파로 감기에 걸려 일주일 내내 고생했었는데 금요일이 되자 거의 회복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트레킹을 준비했다. 사실은 아픈 상태에서도 계획은 하고 있었지만......
네어버 까페 "백패커(bbackpacker)"의 시뇨님에게 구입한 "고싸머기어 G4 배낭"과 초캠장터에서 구입한 "위모 제네스 모닝돔" 텐트를 처음 사용할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예정 코스는 집-도솔산-갑천변-정림초-해철이산-샛고개(야영)-침산-뿌리공원-유등천-도솔산-집 이었다.
집을 나서서 편의점에 들러 주먹밥을 하나 구입하고 동원이가 놀고 있는 서부초등학교에 들러서 동원이를 한번 보고 도솔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토옥동계곡에서 남덕유산을 오르는 것에 비하면 도솔산은 운동장 트랙과 다름없어서 거침없이 올라갔다. 12kg 무게의 배낭을 메고 평균 속도가 4.5km/h 였으니 매우 신이났었던 것이다. 40여분을 걸어 도솔산 정상을 넘어가는 데 슬슬 걱정이 된다. '괜히 오버하다가 작년처럼 두달동안 아프면 어떡하지?'하는 생각도 자꾸 든다. 그래서 결국은 도솔산 정상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니 몸도 무겁고 왼쪽 무릎도 아프다. '돌아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쉬움이 생긴다.
집에 와서 크리스티네 튀르머라는 독일 여성이 쓴 "生이 보일때까지 걷기" (부제: 미국 3대 트레일 종주 다이어리)를 읽는데 너무 재미있다. PCT-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CDT-컨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 AT-애팔레치아 트레일.... 이 세단어를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하지만 내가 미국으로 가서 위 세가지 트레일 코스를 걷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 생에서는 우리나라의 산과 길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높지는 않지만 3000개 이상의 봉우리, 1대간-1정간-13정맥, 그리고 800개가 넘는 둘레길...
어제 걸으면서 생각했던 두가지.
단상 1. 9월30일까지는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새벽 산행을 열심히 하고 주말에는 휴식형 트레킹을 하자.
단상 2. 무게 2kg의 배낭에서 7-800g의 배낭으로 바꾸었는데도 배낭 전체 무게는 12kg이다. 뭐가 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