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김재산(金在珊) - 민족의 제물이 되어 - 5. 피난지 부산에서 선생님을 만나

[대태양/김현수]

증언(證言) - 김재산(金在珊) - 민족의 제물이 되어

5. 피난지 부산에서 선생님을 만나

1 이제는 부산에 있는 아빠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부산으로 가게 되었다. 초행에 기차까지 연착이 되어 여관에 가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동안 자정만 되면 민족을 위하여 기도를 해왔는데 정말로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

2 삼천리 지도가 태양이 되어서 나를 뒤집어 씌우는데 눈이 터질 것만 같았다. 손까지 빛 덩어리가 되어 생사를 모를 정도로 빛에 삼킴이 되었다. 깨어보니 새벽 5시였다. 한 번도 그런 역사가 없었는데 이상히 생각됐다.
  

3 아기 아빠를 만나니 돈도 벌고 잘 살고 있었다. 밤에 기도 시간이 되어 기도를 하는데 역시 똑같은 삼천리 지도 역사가 일어났다. 기이한 일도 많다고 생각하면서 남편에게 살아갈 집을 마련하라는 부탁을 하고 충청도에 가서 아기들을 데리고 왔다.

4 내가 살고 있는 이웃집 여자가 자기 교회에 나가자고 해서 그 여자를 따라 함께 나갔다. 그곳은 부산 범내골 장로교회로 강현실 전도사가 나가는 교회였다. 그때는 6.25 전쟁이 끝나가는 때였다. 내가 그곳에 나가자 은혜받은 전도사가 왔다고 모두 좋아들 했다.

5 하루는 예배를 보고 있는데 서쪽 범내골 산골짜기에서 예수님이 방황치 말고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산꼭대기에 가서 예수님을 부르면서 석 달이 지나도록 기도를 하는데 예수님은 나타나지 않고 빛기둥, 무지개 기둥만 섰다가 없어지는 조화가 벌어지곤 했다.
  

6 또 하루는 집에서 기도를 하는데 산꼭대기에 불기둥 무지개 기둥이 서더니만 하늘문이 열리고 천사들이 빛줄을 타고 내려와 큰 저울을 들고 보따리 무게를 달기 위해 온다고 했다. 보따리는 바로 태양이었다.

7 나는 하늘땅이 생긴 후에 태양은 하나인데 땅에도 태양이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산꼭대기에서 옥수 같은 물이 내려오고 바른편 쪽으로 산등성이에 큰 바위가 있는데 그곳에도 물이 뚝뚝 떨어졌다.
  

8 아침에 그날 새벽에 보여준 곳을 찾아가니 기도 중에 본 그대로 물이 내려오고 태양이 놓였던 그 자리에는 오두막집이 하나 있었다. 돌멩이와 황토로 만든 집인데, 부엌을 가보니 세간은 없고 아궁이에 불을 피운 자리, 남자의 흰 신발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틀림없이 떼거지가 아니면 문둥이 집이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9 그러다가 주일이 되어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데 역시 산꼭대기에서 방황치 말고 빨리 오라는 예수님의 손짓이 계속되었다. 그런 가운데 강현실씨가 한번은 나에게 젊은 부흥 강사가 있다는데 가보자는 제의를 했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냉수 목욕과 철야 기도를 하고 따라나서게 되었다.
  

10 강 전도사는 집도 없는 산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곳은 나를 방황치 말고 빨리 오라던 그 산꼭대기였다. 그러고는 내가 이미 가보았던 오두막집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다.
  

11 방안에 들어가니 벽은 비가 새어 얼룩이 졌고 방바닥은 울퉁불퉁하여 엉덩이가 아팠다. 선생님이라는 분은 때묻은 흰 명주 두루마기 저고리에 미국 군인이 입던 옷을 걸치고 있었다. 기도를 하고 인사를 하니 그 남자분은 “여기는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닌데 어떻게 왔느냐”라고 물었다.

12 나는 자리가 너무 초라해서 올 자리가 아닌데 어떻게 왔느냐고 하는가라고 내 식대로 생각했다. 두 번째로 하는 말씀이 “조상들의 의로운 공이 많아서 그 후손이 오셨구먼” 하고 말씀하셨다. 세 번째로 “아버지 앞에 받은 선물이 많구먼요”라고 하였다. 그 말씀이 무슨 뜻인가 망설이는데, 전에 죽은 사람을 살리고 병든 사람을 살린 것에 대한 말씀이었다.

13 그 후에도 여러 차례의 시험이 있었다. 주일 예배를 보러 가면 선생님은 지붕에 올라가 썩은 짚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변소에 말씀을 쓴 휴지가 뒹굴기도 하는 등 선생님으로서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생기면서 별난 생각이 다 떠오르는 때도 있었다.
  

14 범내골 토담집에서 그렇게 예배를 보면서 지내다가 수정동에 새로 방을 얻어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얼마를 있지 못하였다. 기성교회에서 이단이라는 누명으로 고발함으로써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15 하루는 이렇게 쫓기어 다니시는 선생님을 찾아 떡을 해가지고 나섰다. 비가 몹시 오는 날이었다. 경찰들의 눈을 피해 쫓김을 받으면서 어렵게 어렵게 찾아가서 떡 다라이를 내려놓으니, 선생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이 떡은 역사 위에 영원히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16 선생님은 쫓겨 다니고 나는 선생님을 찾아 밤낮 울면서 기도를 하는데, 하루는 하늘에서 성별 생활을 하라는 말씀을 내렸다. 민족적 제물이기 때문에 부부생활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남편과 열 달 동안을 싸우면서 하늘의 명령에 따랐다.

17 아기들을 방패로 견디어 내면서 남편에게 매를 맞기도 하고, 벌거벗겨 쫓겨나는 창피를 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10개월 동안을 이기어 나왔는데 11개월째가 되면서 방을 새로 도배하다가 꼼짝없이 남편에게 당하고 말았다. ‘아버지 나 지네’ 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어디서 돌이 날아와서는 우리 집에서 운영하는 이발소 유리창문이 깨뜨려지는 일이 일어났다.
  

18 그 후부터 벌을 받아서 죽을 것만 같은 공포심이 생기고, 남편의 밥숟가락이 깨어져 나가는 계시가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모든 일로 하여 죽지 않으면, 재산이랑 사람이 다 깨져 나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사흘을 지났다.

19 사흘째 아침 일어나니 아기들이 나를 쳐다보고는 엄마 입이 삐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를 지난 어느 날, 이발소의 휴일 저녁때에 종업원 아이가 뛰어와서는 아저씨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알려주었다. 부산의 서남사라는 절에 놀러 갔다가 자동차가 골짜기에 굴러떨어져서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20 병원으로 찾아가니 머리는 깁스를 해놓고 엉덩이를 다쳐 두 다리로 걷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제야 ‘죽은 것은 아니구나’ 하는 마음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병원에서 6개월 정도 있다가 얼마간 목발을 짚고 다녔으나 나중엔 완전히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김수정]

감사드립니다

[이길삼]

아ㅡㅡ주ㅡㅡㅡ

[이길삼]

아ㅡㅡ주ㅡㅡㅡ

[최상덕]

감사합니다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