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여름철 대형 '벤자리'는 잡는 손맛과 함께 최상의 횟감으로 인기가 있다.
벤자리는 제주도를 포함해 남해안 일부, 일본 중부 이남, 남중국해 등 따뜻한 곳에 살고, 어릴 때는 해조가 많은 얕은 바다의 암초지역에 무리지어 생활하지만, 성장하면 무리와 어울리지 않고 낮에는 바다 깊이 내려갔다가 어두워지면 얕은 연안의 암초지역으로 올라온다.
어린시기에는 몸통 옆쪽에 3개의 굵은 노란색 띠가 세로로 뚜렷하게 보이지만, 성체가 되면서 노란색이 옅어진다.
보통 4~5년이 지나면 몸길이가 45㎝까지 자라고 몸무게는 1㎏에 육박한다.
벤자리는 제주에서 5~8월 사이 많이 어획되고, 근육사이에 지방이 차올라 육질이 연하고 맛이 고소하다. 연한 소고기처럼 부드럽고 담백하며, 참치회보다 풍미가 좋다.
예로부터 제주에선 바다에 나가 잡힌 벤자리는 귀한 물고기라며 팔지 않고 현장에서 회로 먹거나, 집에 가져와 요리해 먹었다. 일본에서도 고급횟감으로 알려져 있다.
크기에 따라 불리는 이름도 달라, 30㎝이하면 '알롱이', 40㎝이상이면 '돗벤자리'라 부른다.
알롱이로 부르는 작은 벤자리는 자리돔을 잡는 들망에 함께 잡아 소금구이로 먹으면 제 맛이다.
크기가 큰 돗벤자리는 활어회로 제격이고, 살이 무른 편이지만 열을 가하면 단단해져 조림요리에도 적합하다.
일반적으로 싱싱한 생선을 고르기 위해 눈동자가 또렷한 것을 찾게 되는데, 벤자리는 잡혀서 올라오는 순간 바로 눈이 하얗게 되어, 눈동자만으로는 신선도를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아가미색이 선홍빛이면 신선하다고 한다.
고향이 제주도라 어렸을 때부터 벤자리를 먹어볼 기회가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물고기는 아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벤자리를 제주 토속 어종으로 선정해 2년 전부터 자원 증대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미로부터 알을 받아 어린 물고기로 키워내는 기술을 개발해 서귀포 바다에 방류했다.
또한 선명한 색깔로 관상용으로도 인기를 끌어 양식에 관심있는 어업인들에게 무료로 분양하기도 했다.
여름철 더위에 지쳐 입맛이 없을 때 벤자리로 만든 고소한 구이, 쫄깃한 간장조림, 시원한 맑은 탕을 추천하고 싶다.
김재우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