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이 까페에 관전기를 씁니다.
원래 경기를 보고 관전기를 쓰는 버릇이라 여기에도 쓰는 것이지만,
너무 말이 길어지고 주절주절이 될까봐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써 보겠습니다.
읽어주시고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자아 비판 항상 하겠습니다.
사회주의자는 아니지만요..ㅋ
도서관에 앉아 있는답시고 앉아 있다가 오늘 1,2위전이라기에 경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솔직하게...개인적으로(신한은행 팬들께는 죄송하지만) 너무나도 잘 나가는 7연승의 신한은행에게 2위팀인 금호생명이 제동을 제대로 걸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25승 3패.....여기에 대해서 제 혼자만의 생각이 있습니다. '시카고 불스인가?'
사실, 두 팀 다 상승세를 타는 팀이라 말 그대로 용과 호랑이의 싸움일거라 예상했습니다. 신한은행 선수들이야 늘 고르게 활약하니...특히 전주원, 최윤아, 정선민 선수의 활약은 오랜 기간 동안 '전설'로 남을 같다는...그렇다 치고 금호생명의 선수들의 활약도도 최근 좋았기에 그랬습니다.
특히 이경은 -한채진 - 김보미 선수의 활약은 금호생명이 3연승을 하는데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출전시간을 차츰 이언주 선수에게 '앚아오며' 플레이오프 때의 주전 포인트가드를 준비하고 있는 이경은 선수, 팡팡 3점슛 한채진 선수, 그리고 이제는 말하면 지겨울 정도인 '발랄킬러' 김보미 선수..
늘 그랬듯 상위팀들이 잘 나가는 이유는 수비부터 시작을 잘하기 때문입니다. 신한은행 - 금호생명의 변칙수비는 하위권 팀 감독님들의 골머리를 썩이고 흰머리를 늘게 합니다. 삼성생명의 지역수비의 악명은 전통적으로 높습니다.(무언가 삼성생명에 '비기'라도 있을 거 같다는...ㅋ) 오늘 신한은행의 1쿼터 변칙지역수비는 한 번 대어 낚아보자는 금호생명의 선수들의 기를 꺾게 하기엔 충분하고도 남았고, 득점까지 터지게 해주는 보너스도 주었습니다.
금호생명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1쿼터에 뚜렷했습니다. 8초안에 항상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특히...진미정 선수의 '그국가대표급' 일대일 수비에는 드리블 빠르기로 리그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이경은 선수도 당황했고 턴오버를 했습니다. 신한은행의 놀라운 수비 조직력 앞에서 금호생명은 제 페이스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했습니다.
신정자 선수의 파울 트러블이 금호생명에게는 '제대로 얻어맞은 격'이 되었습니다. 금호생명이 7일 경기에서 4쿼터에 6점이라는 빈공을 했음에도 우리은행을 이길 수 있었던 까닭은 김계령 선수의 3쿼터 파울트러블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골밑 공격에 있어 부담이 줄으니 막판에 파울을 유도하러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었고, 결국 자유투로 5점차로 이겼습니다.
신한은행의 원래 강점인 컷인 플레이는 이에 더 대담해져 신정자 선수를 두고 '도대체 몇 골이나 넣는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금호생명의 골밑을 유린했습니다. 평소 블로킹에는 자신있던 신정자 선수도 파울 트러블 앞에서는 실점을 쳐다보다시피 할 수 밖에 없었고요..결국 3쿼터에 조기 퇴장당하는 수모를 겪게 되죠..
이경은 선수는 오늘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했으나, 자신의 최악의 날들 중 하루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승부욕 강한 성격에 팀은 26점 차이로 졌는데, '나 26점 넣었다...'라고 자랑스러워 할 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분통이 터지겠지요. '왜 졌지..'라고 말입니다. 물론 이경은 선수의 팬들은 전쟁터 속에서 꽃 한 송이를 본 듯이 좋아 하셨겠지만요...선수 개인에게는 좋은 게 좋은 게 아니었죠..
사실 이경은 선수와 최윤아 선수를 비교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여자농구를 미래에 이끌어 갈 두 선수는 대결해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국가의 운명(말이 너무 거창하죠....그냥 국위선양으로...ㅋ)을 위해 의기투합해야 하기도 합니다. 아주 긴 시간동안에요. 국가적인 에이스 포인트 가드가 될 두 선수...
이경은 선수는 테크니션의 색깔이 짙습니다. 공을 잡고 패스를 할 때도 거의 항상 보는 사람이 봐도 속을 미세한 페이크들을 씁니다. 그리고 직접 공격에 있어서도 컨디션 좋은 날이면 더블 클러치도 하고 4차원 패스도 합니다. 오늘같이 폭발적인 득점을 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패스에 있어서도 이제 4년차의 성숙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윤아 선수에 비해 부족한 면이 몇 가지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 비추어 보면 대표적인 것이 수비 부분에서의 일대일 마크입니다. 사실, 발은 두 선수 모두 빠르기로 자타 공인이 나 있는 선수들입니다. 이경은 선수는, 최윤아 선수에 비해 자기 마크맨에 의해 돌파당하는 횟수가 사실 높습니다.
그리고 몸싸움에 있어서도 아직은 최윤아 선수에 비해 부족한 모습이 보입니다.('어께부터 다른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몸싸움도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비시즌 동안 웨이트를 좀 더 열심히 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슛률에 있어서도 최윤아 선수는 무서울 정도로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이경은 선수의 슛률은 기복이 보입니다.
물론 이것들이 경험의 차이일수도 있습니다. 우선 프로나이가 두 살이 많고, 올림픽 무대, 존스컵 대회...등등 국제경험의 경험도 최윤아 선수가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이경은 선수가 이것을 돌파못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선민 선수는 .....백코트를 일부러 늦게 합니다. '정선민 선수 욕을 하느냐? 감히~~!!'라고 이 문장을 보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좀 더 말씀드리자면 1차 공격이 있고나서 2차 공격서부터 정선민 선수가 시작을 하는 것입니다.(예를 들어 최윤아 선수가 공을 잡고, 한 선수에게 패스하고 다시 최윤아 선수에게 돌아가면 정선민 선수가 탑(top)으로 와서 받고 돌파하거나 패스를 하여 페이스를 아주 잠깐 멈추어 상대에게 혼선을 주는 공격입니다.)
정선민 선수의 2차 공격은 무섭습니다. 골대에서 먼 곳부터 일대일을 해서, 제치거나 기막힌 패스를 많이 하니까요. 여차하면 3점도 쏠 수 있고도 남는 선수이기에 상대는 100번 중 60번은 속습니다. 그 사이에 다른 선수들이 재빨리 컷 인...패스...골인...오늘 9개의 어시스트 중 2~3개 정도는 이 패턴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간만에 본 '신한거탑' 하은주 선수는 지난 시즌 제가 생각했던 문제점을 아직도 그대로 갖고 있었습니다. 한 분야에서요. 골 키핑입니다. 포스트를 할려고 자리를 잡고, 손을 뻗치고, 공을 잡을 때 확실히 키핑을 해야지 키핑이 안되면 골은 절대 안 들어갑니다. 물론 훈련을 많이 했겠지만 아직은 하은주 선수에게 공이 갈 때는 조금은 불안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샘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ㅋㅋ)
한채진 선수의 활약이 절실했던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이연화 선수가 쉽게 놓아 줄리가 없습니다. (최근 신문 기사에 떴다고 더 열심히 하는 모습도 살짝~~보였습니다만...(농담)) 오늘 한채진 선수의 성공률 리그 1위의 3점슛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크게 부상을 당할 뻔 했죠..그래도 이를 악물고 다시 나와서 뛰는 모습을 보니 보통 결심으로 이번 시즌을 준비한 게 아닌 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발목 부상이라면....다음 경기에 지장이 있을까봐 금호생명에서는 노심초사할 것입니다.
강지숙 선수도 오늘 이지 샷을 놓치는 등 날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굴욕도 하나 추가했습니다. 하은주 선수에게의 '지대로' 블로킹....좀 더 힘으로 밀어붙이고 공간을 만든 다음에 넣어도 좋을 것 같았는데요... 조은주 선수,정미란 선수... 결코 비정상적 플레이를 하지는 않았지만 어찌 보면 오늘같은 날에는 조금은 '비정상적'으로 득점을 소나기같이 쏟아 부어야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104점.....사실 너무 잘 들어갔다는 표현도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공격 패턴이나, 패스나 게임 운영에 있어 금호생명은 신한은행에게 깨끗하게 졌습니다. 다만 신한은행이 운'도' 있었다는 것은 부정 못하겠습니다. 유난히 예리한 각도에서의 필드골이 잘 들어가더군요...수비를 하는데도...
되는 날이 있으면 안 되는 날이 있다....라고 금호생명 홈페이지의 기자님이 기사의 서문에 쓰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맨날 잘 되면 방심을 낳게 되고(신한은행은 '거의'맨날 잘 되도 방심은 하지 않죠...그래서 더욱 강팀이고요..) 방심은 갑작스런 추락을 불러 옵니다. 금호생명 코칭 스텝분들이나 선수들은 오늘을 빨리 잊어야 합니다.
신한은행은 이제 널널합니다. 22일까지는 경기가 없습니다. 반면에 금호생명은 갈 길이 매우 바쁩니다. 18일 삼성생명 전, 21일 신세계 전...일주일동안(15일 ~ 21일) 세 경기나 치르는 대장정입니다. 물론 대장정이라는 일정이 금호생명에게 이번 주에만 있던 것이 아니었고, 또한 이번 시즌에 슬기롭게 그런 대장정을 넘겨 왔다는 점에서 금호생명의 대장정은 금호생명 팬들에게는 그리 걱정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금호생명에게 삼성생명전은 중요합니다. 1위는 사실상 사실히 정해졌고, 4위는 거의 정해졌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2,3위팀끼리 붙기에 이번 삼성생명전은 전초전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금호생명으로서는 더욱 빨리 오늘 패배를 잊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그런데 태클은 아닌데, 정선민 선수가 백코트를 늦게 하는게 아니고, 백코트는 빨리 하고 공격을 조금 늦게 들어가는 걸 말씀하시는거죠? 공수전환 시에 백코트는 무조건 상대보다 빨리 해야하고, 공격시에 속공, 반속공 템포를 잘 조절한다는 뜻인 걸로 알겠습니다. ^^ 사실 전 그냥 2차 속공이라고 알고 있는데, 예전에 용병들이 있을때 용병들이 참 잘하던... 속공 이후 정비하는 듯 하다가 가드들 보다 약간 느리게 들어던 센터들이 미들로 위협하고 골밑으로 대쉬 하고... 그런식의 속공은 참 무서웠던 기억이 있네요. 정선민 선수는 패스까지 겸비해서 적절히 구사하는 것 같아요.
아....저는 화면에 정선민 선수가 중앙에 늦게 나타나길래..ㅋㅋㅋ
잘 봤습니다~그런데 어제 경기에서는 이경은선수보다 이언주선수가 맡아주는게 더 안정감이 있어 보여요~이언주선수가 슈가이긴 하지만 더 노련하기도 하고 이경은선수가 아직은 미숙한것 같다라고 생각하게 해준 경기가 아니었나 해요 ㅋㅋㅋ
안산에 가서 이 경기 봤습니다.. 관전기가 너무 정확해서 할말이 없네여.. 사실 어제 경기는 1쿼터에 점수차 벌어지구 2쿼터에 정선민 선수 투입되면서 게임 셋이라는 기분이 들더군여.. 최윤아와 정선민의 콤비 플레이는 정말 입이 딱 벌어지더라는.. ㅎㅎ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 위력은 예전 이상민-맥도웰을 연상시키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