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스테어 로버츠, 앤드루 윌슨. [출애굽의 메아리]. 송동민 옮김. 서울: 복있는사람, 2024(2018). 263쪽. 14,000원.
출애굽 주제로 성경 전체를 개관한 좋은 책이 출간되어 소개합니다.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두 영국인 로버츠와 윌슨이 쓴 [출애굽의 메아리]이 바로 그것이에요. 로버츠와 윌슨은 성경 연구의 깊이는 유지하면서도 성경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쓰기로 유명해요. 두 사람은 성경 이야기 저변에 흐르는 주제와 그 주제가 성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복해서 등장하고 전개되는지를 조금은 특이하게 설명해요. 주제는 출애굽이고, 형식은 음악입니다. 좀 낯설지요? 출애굽 주제는 하나님의 구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는 매우 좋은 모티프지요.
역사의 시대마다 행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구속, 구출 등을 이해하는 중심 주제는 역사상 실제로 발생했던 출애굽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논제예요. 이 책에서 로버츠와 윌슨은 출애굽이라는 선율이 성경 전체에서 어떤 방식으로 메아리치는지를 매우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그들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한 방식은 성경의 음악적 읽기 방식이에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솔깃할 수밖에 없는 매우 친근하고 흥미로운 방식이지요. 음악에 테마와 리듬, 멜로디와 화음, 주제 제시와 변주와 절정이 있듯이, 성경 이야기도 이런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거예요.
이 책 전체를 읽으면 마치 교향곡을 듣는 듯해요(엄밀히 말하자면 오페라라고 하는 것이 옳을 듯하지만 말이죠). 저자들은 글을 시작하는 전주곡에서 전체 곡의 주제인 출애굽 주제를 소개해요. 서곡에서는 출애굽이라는 멜로디와 화음, 연주되는 악기들, 박자와 리듬을 이용하여 그 주제가 어디서 시작하여 어떻게 절정에 도달하는지를 개략적으로 그려요. 마치 오페라의 서곡이 전체 오페라의 줄거리를 요약하듯이 말이에요. 그러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출애굽 주제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에서 전개되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표준적인 교향곡처럼 성경을 총 네 개의 악장으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1악장은 “노예들의 집 밖으로”라는 테마로 갈대 상자부터 떨기나무까지(출 1-3장), 애굽의 신들과 여호와의 전쟁(출 4-15장), 이스라엘 백성이 누린 참된 자유(출애굽기~신명기), 그리고 출애굽 여정의 마침인 여호수아서에서 출애굽 주제를 연주합니다.
2악장은 “창세기 속의 출애굽”이라는 테마로 창세기에 제시된 출애굽의 테마들을 연주해요.
3악장은 “출애굽의 되울림”이라는 테마로 룻기, 사무엘상하, 열왕기상하, 선지서들,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서에서 메아리치는 출애굽에 독자들의 귀와 눈을 집중시킵니다.
4악장은 “위대한 구원”이라는 테미로 신약성경 전체에서 완성되고 절정에 도달한 출애굽 주제를 소개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출애굽 주제에 담겨 있는 다양한 구속의 측면을 이루신 분이라는 것(마~요), 사도들의 복음에 소개되는 내용은 바로 이 출애굽의 완성이라는 것(서신서들), 그리고 요한계시록은 사람뿐만 아니라 만물의 출애굽을 보여준다는 것 등이에요.
이 책은 설교자가 설교할 때 사용하는 본문을 단편적으로 읽지 않고 성경 전체의 맥락과 일관성 있는 주제 안에서 사고하는 데 도움을 줄 거예요. 성경을 잘 읽지 않거나, 1년에 한 번 정도 읽기는 해도 성경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워하는 평신도들에게는 성경의 흐름을 머리에 잘 정리하게 해줄 책이라고 확신해요. 음악 감상에 관심을 기울이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보너스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