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영모록(申氏永慕錄) 해제
본 신씨영모록(이하 “영모록”이라 칭함)은 거제도 아주(鵝洲)를 본관으로 하는 신씨 집안 인물들의 행적과 묘지, 만사 등을 모은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신씨 가문의 주요 인사들의 업적을 오래도록 잊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편찬된 것이다. 찬자는 김응조[金應祖; 1587(선조 20)∼1667(현종 8)]이다. 신씨 가문의 인사가 아닌 김응조가 본 영모록의 찬자가 된 것은 신씨 가문의 주요 인물인 난재(懶齋) 신열도(申悅道)와의 인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열도와 김응조는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의 문하에서 같이 공부하였고, 모두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의 손녀사위들이다.
김응조(金應祖): 1587-1667, 본관은 풍산(豊山). 자는 효징(孝徵), 호는 학사(鶴沙) 또는 아헌(啞軒). 안동 출신. 할아버지는 장례원사의 김농(金農)이고, 아버지는 산음현감 김대현(金大賢)이며, 어머니는 수의부위(守義副尉) 이찬금(李纘金)의 딸이다.
17세 때 유성룡(柳成龍)을 사사했으며, 1613년(광해군 5)에 생원시에 합격하였다. 그러나 당시 광해군의 어지러운 정치를 보고 문과 응시를 포기하고 장현광(張顯光)의 문하에서 학문 연마에 힘썼다. 1623년에 인조가 즉위하자 알성 문과에 응시해 병과로 급제하였다.
안동의 물계서원(勿溪書院), 영천의 의산서원(義山書院)에 제향되었다. 저서로는 『학사집(鶴沙集)』·『사례문답(四禮問答)』·『산중록(山中錄)』·『변무록(辨誣錄)』 등이 있다.
본 영모록의 앞머리에는 아주 신씨의 세계(世系)에 관한 설명과 고려시대 판도판서(版圖判書) 윤유(允濡)의 일화가 소개되어 있고, 이어서 전라도 안렴사(全羅道按廉使) 우(祐), 내부령 광부(光富), 조선시대 언양현감(彦陽縣監) 사렴(士廉), 생원 석명(錫命), 승사랑(承仕郞) 준정(俊禎), 처사(處士) 수(壽), 참의 원록(元祿), 승지 흘(仡), 찰방 적도(適道), 장령 달도(達道), 장령 열도(悅道) 등의 행록과 묘지명, 추모문, 제문, 만사 등 총 72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아주 신씨 집안의 본관에 대해서 본 영모록의 [아주신씨세계(鵝洲申氏世系)]에는 아주 신씨 집안은 고려시대 거제도 아주의 권지호장(權知戶長)을 지낸 신영미(申英美)가 시조이며, 본관은 거제도 아주라고 기록되어 있다. 아주 신씨 집안의 본래 본관이 평산(平山)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전거가 박약하고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평산 신씨의 세계(世系)와 아주 신씨를 연결시킨 것이므로 인정하기 어렵다.
“부군휘영미아주인야 권지호장(府君諱英美鵝洲人也 權知戶長)”(『신씨영모록』「鵝洲申氏世系」)
신영미의 4세손으로 고려시대 안렴사를 지낸 신우의 실기에는, 아주 신씨 가문은 원래 “본관이 평산이고 아주군(鵝洲君)에 분봉된 후 이를 관향으로 삼았다((本貫平山 而鵝洲君分封後 仍以貫焉).”는 구절이 있다”[신우 원저, 신해진 역주『역주 퇴재선생실기(譯註 退齋先生實紀)』, 역락, 2010, p.151「신씨세계」). 그러나 이 기록에도 어느 인물이 아주군에 봉해졌는지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 본 영모록의 [아주신씨세계(鵝洲申氏世系)]에는 평산 신씨와의 관계가 서술되어 있지 않고, 아주의 신라 때부터 명칭과 연혁만 설명하고 있다. 또 신우의 4대조 신영미의 본관이 거제도 아주라고만 기재되어 있다.(“府君諱英美鵝洲人也 權知戶長”(『신씨영모록』「鵝洲申氏世系」). 그러므로 신영미 이전의 본관이 평산이라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 아주 신씨는 신영미가 시조이며, 거제도 아주가 본관인 가문으로 보아야 한다.
아주 신씨 가문이 평산 신씨와 무관하다는 사실은 신석호가 1965년에 쓴 「아주 신씨 족보에 대한 변증」(신기옥 편, 『아주신씨역사』, 아주신씨시조바로세우기협의회, 2009, pp.58-65)에 상세히 논증되어 있다.
신씨 집안은 고려 때에는 안렴사 신우가 효행으로 정려받았고 조선시대에도 신우의 6대손인 신원록 역시 효행으로 정려받은 바 있어, 고려와 조선 양조(兩朝)에 걸쳐 효자 집안으로 유명한 가문이다. 영모록에 실린 묘지문이나 행록들 역시 이들의 효행에 대한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특히 장천서원(長川書院)을 세워 지역 사회의 학문 진흥과 후학 양성에 노력한 신원록과 그 아들 흘, 손자 적도, 달도, 열도의 삶과 행적에 대한 글이 주로 실려 있다.
본 영모록의 세계(世系) 설명과 본문 내용을 중심으로 의성지역 아주 신씨 집안의 계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申英美(영미): 권지호장(權知戶長)
2. 晉升(진승): 산원동정(散員同正)
3. 得昌(득창): 영동정(令同正)
4. 允濡(윤유): 판도판서(版圖判書)
5. 祐(우): 안렴사(按廉使), 효행으로 정려받음.
삼년 시묘 살이 중 산소 앞에 쌍죽(雙竹)이
솟아났다고 함.
6. 光富(광부): 중현대부 내부령(中顯大夫 內府令)
光貴(광귀): 봉주지사[知鳳州事]
이 두 인물 중 광부의 후손이 이른바 읍파(邑派)를 이루었고, 광귀의 후손이 귀파(龜派)를 이루었다(앞 책, 『역주 퇴재선생실기(譯註 退齋先生實紀)』의 「신씨세계」참조).
7. 士贇(사빈) 士廉(사렴): 언양현감(彦陽縣監)
8. 錫命(석명): 성균 생원
9. 俊禎(준정): 승사랑(承仕郞)
10. 壽(수): 은일 처사
11. 元祿(원록): 참의[贈參議], 효행으로 정려받음.
12. 仡(흘): 임진왜란 때 의병 주도. 전란 후에
난적휘찬(亂蹟彙纂) 찬진.
13. 適道(적도): 찰방, 達道(달도): 장령, 悅道(열도): 장령
신씨 집안 인물들의 문집이나 행록 가운데 신우의 『퇴재선생실기(退齋先生實記)』는 『역주퇴재선생실기』로, 신원록의 문집 『회당선생문집(悔堂先生文集)』은 『역주회당선생문집』으로, 신흘의 『난적휘찬(亂蹟彙纂)』은 『역주난적휘찬』으로, 『성은선생일고(城隱先生逸稿)』는 『역주성은선생일고』로, 신적도의 『호계선생유집(虎溪先生遺集)』은 『역주호계선생유집』으로 번역되어 간행된 바 있다. 이 번역서들은 모두 신씨 가문의 후손인 전남대학교 신해진 교수가 번역하고 세심한 주석을 붙인 것으로 본 자료의 번역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주 신씨 가문은 조선시대에 의성 지역에서 세거하며 지역사회의 문화수준을 끌어올리고 사회 교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본 영모록에 실려 있지 않은 신적도 이후 후손들의 행적과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다음의 논문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장필기, 「조선후기 義城 鵝洲申氏家의 가계 이력과 향촌 재지 기반- 의성 아주신씨 邑派ㆍ龜派의 고문서 검토를 중심으로」 『사학연구』 88, 고려대학교 한국사학회, 2007
본 영모록은 경상도 의성 지역에 세거한 아주[거제] 신씨 집안의 기록이다. 그러나 16, 17세기 해당 지역 양반가의 위상과 교유관계, 학맥, 인맥 등을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강석화(姜錫和)
1961 9월생
1985 서울대 인문대학 국사학과 졸업
1987 서울대 인문대학원 국사학과 석사졸업
1996 서울대 인문대학원 국사학과 박사졸업
1987~1990 육군사관학교 교수부 사학과 전임강사
1992~1998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학예연구사
1998~2020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저 서 조선후기 함경도와 북방영토의식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역사적 교훈과 의미
백두산, 자연과 역사가 살아 숨 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