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齊安壁 (제제안벽)
왕안석(王安石, 1021~1086) 북송(北宋)의 정치인. 강서성(江西省) 출신, 자: 개보(介甫), 호: 반산(半山). 5~6세 때 시경과 논어를 통달한 천재였고, 1038년에 부친상을 당함에도 노력한 끝에 4년 뒤 진사에 급제하여 북송의 시인·문필가로 활약한 개혁가 였다.
日淨山如染 일정산여염
風喧草欲熏 풍훤초욕훈
梅殘數點雪 매잔수점설
麥漲一溪雲 맥창일계운
맑은 햇살 아래 산은 물든 듯하고
바람 요란히 불어 풀은 향기를 풍길 듯한데
매화 지고 몇 점의 눈이 남아 있고
보리밭의 물결 온통 계곡을 구름처럼 덮었네.
喧(훤): 시끄러울 훤
熏(훈): 훈훈할 훈
漲(창): 불어날 창
지금쯤 고향의 보리밭에는 푸른 듯 붉은 듯
서리를 이기고 싹틔운 보리싹이
인고의 나날을 보내며 자라고 있겠다.
어린시절 보리밭이 얼어서 흙이 솟아오른 겨울에는
보리 밟기를 했던 기억과 함께
봄이 오면 푸르게 물결치던 보리밭이 눈앞에 생생하다.
이삭이 영그는 그 보리를 잘라 보리피리를 만들어 불던
철없던 시절이 지금은 더욱 그립다.
다익어가는 보리 이삭의 경제적 가치와
그것을 잘라 불며 놀던 아이들의 문화적, 정서적 가치 사이에서
오늘 아침에는 오락가락하고 있다. 그것도
그때와 지금의 경제적 삶의 질이 다르기에
지금의 마음으로 그때를 재단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니 과거사를 다시 끄집어내어 오늘의 시각으로 당시의 일을
재평가하던 몇 해 전의 그 난동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던가.
더구나 그것이 진영 논리에 의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각설하고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던 그 보리밭의 물결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