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뿌리를 찾아서 - 오산마을 ②]
해운대의 최고 명당, 개바우 오산공원
독사에 물린 사람을 살려내는 비방
풍수가가 오산마을을 지나다 해운의 가장 명당은 개바우(犬岩, 오산공원) 부근이라 하였다. 이곳은 옛사람들의 큰 무덤(능)이 많이 있어서 능구실(陵丘室, 동일아파트 자리)이라 불렸다. 아마 옛날에 이곳으로 귀양 온 귀족들이 묻혀 있는 곳인 것 같다. 1938년 간행된 「조선환려승람」 명묘조(名墓條)에서는 ‘정재하묘 재남면중리 오엽등 손좌(鄭在夏墓 在南面中里 梧葉嶝 巽坐)’라 하여 정재하(포은 정몽주의 10대 손)의 무덤이 중리의 오엽 등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위치를 확인할 길이 없다. 여기에는 화주대가 세워져 있어 신라 때 장산국의 장자 자손인 화주가 살고 있었다고도 한다. 여기 무덤에서 부장품인 토기가 많이 나와 오산마을 주민들이 가져가기도 하였다고 한다.
오산마을에는 독사에게 물려도 48시간 이내면 인명을 살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지금부터 약 150여 년 전인 조선 말기 때 나그네가 오산마을을 지나던 중 날이 저물어 하룻밤을 묵어가야만 했다. 그러나 흉년 탓인지 인심이 좋지 못해 그런지, 여러 집 문을 두드렸으나 문 앞에서 내쫓겼다.
마지막으로 배씨 집을 찾으니 허락해 겨우 풍찬노숙(風餐露宿)을 면하게 되었다. 나그네는 하룻밤을 잘 자고 가면서 보답으로 침과 함께 독특한 약의 처방으로 독사에 물린 사람을 살려내는 비방을 가르쳐 주고 떠났다. 당시 오산마을에는 대나무밭이 많아 독사가 우글거려 물리는 사람이 많았다.

오산마을에는 독사에게 물려도 48시간 이내면 인명을 살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독사에 물린 사람에게 침을 백회혈(百會穴, 머리 숨구멍 자리)에 꽂아 독(毒血)을 뽑아내게 한 뒤, 개구리를 먹이고 약초로써 다스리는 이 가전(家傳) 비방(秘方)은 지금도 전수되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리하여 독사에 물린 사람들을 많이 살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객의 당부가 있어 일체 치료비를 받지 않고 보리 몇 되를 받는 게 고작이었으며, 남에게 그 비방을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이 비법은 적선 대가인 집안 내력의 특별한 처방이라 독사에 물려서 온 사람들을 여름 한 철 15명 정도만 치료했다고 한다. 1937년 경 배종만의 조부 배일도가 치료할 때 쓰는 개구리를 잡아가면 한 마리에 1전 아니면 왕사탕 2개를 주었다고 주영택 사학자는 말한다.
오산마을 일대는 해운대 신시가지 조성 때에 일부가 편입되고 논과 저수지 그리고 딸기밭은 주택지로 변화하여 오동잎 모양의 옛 지형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오산마을 일부 임야지역이 평생교육원 건설 예정부지로 확정되어 경작물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금은 오산공원 등 마을 이름만이 남아 있어 옛 마을의 흔적을 전할 뿐이다.

/ 이광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