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 지지 않는 마음
소정 하선옥
분명히 비운다고 비웠는데, 또 그자리에 들어 앉아 있는 징그러운 놈. 저 먼 타국 까지 가서 분명 버리고 왔는데 돌아보니 슬그머니 그자리에 또 들어 앉았있습니다. 내 욕심이였고 욕망이였고 분노 였고 용서 하지 못하는 좁은 소견이였습니다. 내 마음과 생각이란 놈은.
뜻에 의지하고 말에 의지하지 말라. 지혜에 의지하고 지식에 의지하지 말라. 진리에 의지하고 사람에 의지하지 말라. 법구경에 나온 말씀입니다.
보이지도 않고 볼수도 없는 그것이 마음 입니다. 하지만 그마음이란 놈은 참으로 요상하여 때로는 걷잡을 수 없이 화가 차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잔잔하여 깊이를 알수 없는 곳으로 인도해주는것이 마음입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 일의 승패가 나누어 지기도 하고 극단적인 생각도 하게 됩니다.
말 또한 내 입을 통해서 내뱉는 말들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때로는 사람을 아프게도 하고 베이고 상처로 남게도 합니다. 말을 안하고 살수도 없는 일이라 매사 조심 한다고 하지만 상대방이 들을때는 상처가 될수 있으니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상처가 아니라 언어가 되어 전달 되기를 기대해 보지만 나역시 미물과 다름없어서 거름 장치없이 툭 내 뱉어 질때가 많습니다. 내 속에 차 있든 울화를 상대방에게 거침 없이 쏟아 붓고 있지를 않은지 돌이켜 생각 해 볼때가 많아 집니다.
십수년 전 팔박 구일 해외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패키지 여행이지만 나는 혼자 가는 여행인지라 거제에서 심야 버스타고 서울 남부터미널에 내려서 길 건너서 공항버스 타고 공항까지 가서 짐 부치고 가이드 한테는 문자로 비행기 좌석번호 알려놓고는 독일 가는 비행기에서 세시간 정도 잠들었나 봅니다. 갑자기 누군가 손을 잡으며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깜박 했어요. 죄송해요. " 자다가 깨서는 "누구세요? " "제가 이번 여행을 담당하는 가이드 입니다. "
그렇게 해서 독일에 내리니 약 이십팔명 정도의 인원들이 혼자온 나를 보고는 왜 혼자 왔나요? 무섭지 않나요? 내 대답은 뭐가 무섭나요? 며칠 만 지나보세요 혼자하는 여행이 얼마나 즐거운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었지만 오롯이 나혼자만의 시간. 그들이 떠들고 자기들 끼리 잡답할때 나는 글을썻고 주위 풍경들을 눈에 담았고 저녁 숙소에 들려서는 그날의 보고 느낀점을 글로 남기며 그 구일 동안은 그 나라에서의 나만 생각했고, 요일의 개념도 날짜의 개념도 잊어 버린 시간들이였습니다. 크로 아티아의 폴리트비체의 맑고 푸른 물에 내속을 비워 내고 헝가리의 세체니 다리의 슬픈 얘기에 푹 빠져도 들었고, 그냥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날 같이 여행을 하던 한분이 옆에 오더니 너무 부럽습니다. 나도 이담에 기회 된다면 꼭 혼자서 오고 싶어 집니다. 이렇게 말해주네요.
돌아온 후 내가 예약해놨든 한의원에 가니 선생님께서 진맥을 하시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 이상하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 놀래서 왜요 선생님 또 안좋아 졌나요? " "속에서 일렁거리든 울화가 없어졌어요." 내가 가슴을 두드리며 "선생님 저 여기에 아뭇것도 없어요 텅텅 빈건 같아요 너무 편안해요." 이러니 "뭐 했어요? " " 저 여행갔다왔어요. " 아하 다른 약이 필요 없고 시간 나면 여행을 다니세요. 그렇게 한번씩 마음을 비우고 사는게 정말 좋습니다. " 그 이후 나는 코로나 오기전까지 일년에 서너번씩 여행 가방을 꾸렸습니다. 또 시작된 마음비우기 작전은 작년 11월 부터 시작 되었건만 내 소양은 여기 까지 밖에 안되는지 또 상처 받은 마음이 반기를 들고 속에서 울퉁불퉁 거리고 있습니다. 어찌 하면 좋을까요? 그래도 많이 잊히기는 했습니다. 나이 탓인지는 몰라도...
첫댓글 비워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죠.그쵸?
하선옥 선생님 만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