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먼이국땅에 가고 싶다. 갈매기가 되어 망망 대해를 날고 싶다. 흑산도에 가보자. 그곳에서 한마리 갈매기가 되고 자유인이 되어 보자. 낄룩 낄룩 소리를 내며 도시 탈출 자유를 누려 보자. 무료한 내생활 흑산도 여행 이라도 다녀 와야겠다. 달별이도 방학이고 세상 구경도 시킬겸 흑산도 홍도에 가봐야 겠다.
서대전역 09:11분 목포행 무궁화호 입석 열차안은 비교적 한산 한편 서있는 사람이 몇명 있을뿐 우리는 맨뒷자리 공간으로 갔다. 뒷자리 맨뒤 공간에는 이미 청년 하나가 신문지를 깔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옆에 누구 있어요?"""없는데요""달별아 너여기 앉자라" 달별이를 청년 옆자리 공간에 앉혔다. 달별이는 앉으면서 빙그레 웃었다.
차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익산 근처 까지 왔을때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익산에서 내리려는지 밖으로 나갔다. 나는 달별이를 안으로 들어가 앉혀 놓고 나는 입구쪽 자리에 앉잤다. 좁은 이공간이 이처럼 편하다는 사실이 기분 좋았다. 달별이는 서서 가야하는데 빈공간이라도 자리를 잡고 앉자 간다는 사실에 마냥 흐믓해 했다.
목포에 도착한 시간은 12:45분 목포역에서 택시를 탔다. "어디까지 가십니까?""여객선 터미널요" 여객선 터미널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홍도 가는 배는 13:30분에 있었다. 요금은 성인 23900원 어린이 15200원 이었고 배안은 비교적 아늑 하고 깨끗 했다. 다만 밖이 잘보이지 않는다는것이 불만이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바닷 풍경들을 바라볼수 없어 2시간 30분여 뱃길은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대전에서 생각은 배타고 가면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을 상상 했었다. "달별아 너뭐 사먹을래?""달별이에게 천원을 주면서 뭐 하나 사먹으라 하자 달별이는 매점으로 가서 붕어 모양의 아이스크림 두개를 집어들고 "아저씨 이거 얼마에요?" "1400원 이다""500원 이라고 써있는데요" 달별이는 500원 짜리 두개니까 1000원 인데 왜 1400원 이냐고 따지듯 묻자 매점 청년은 "그래 미안 하다" "여기는 조금 비싸다" 하는것 이었다. 나는 400원을 더건네 주며 빙긋이 웃었다. 달별이도 덩달아 빙긋이 웃었다.
도척도를 지나 흑산도에 도착 한것은 목포 출항 2시간여후 흑산도 선착장에서 홍도 가는 사람들을 태우고자 정박 했을때 달별이와 갑판으로 나갔다. 갑판 위에서 바라보는 흑산항과 주위 섬들의 조화가 한폭의 그림 같았다. 홍도 가는 사람들을 태우고 30여분 후에 홍도에 도착했다. 홍도 선착장에는 뭍으로 흑산도로 나가려는 여행객들로 꽉들어차 있었다. 여행객들을 헤치고 선착장을 벗어나니 홍도 들어 가는 관문에서 입장료를 받았다. 어른 2000원 어린이 500원. 매표점에서 여관 여인숙 학교가 있는곳 까지는 언덕배기였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자 여관과 횟집을 따라 좁은 골목길이 이어졌다. 횟집,수퍼가 있고 민박집이 보였다. 언덕 아래 항포구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항포구에는 유람선과 고기잡이 배가 정박되어 있었다. 항포구 주변에 좌판 노점 장사하는 아줌마 서너명이 여행객을 상대로 횟거리를 팔고 있었다.
항포구를 한바퀴 돈다음 매표점으로 갔다. 매표점 부근 바닷가에는 수영 하는 사람,술을 마시는 사람, 빙둘러 앉자 회를 먹는 사람,많은 사람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는 출항 시간 보다 훨씬 지나서야 남해 프린스호가 왔다. 홍도에 남은 사람들 보다 흑산도로 가는 사람들이 더많은것 같았다.
흑산도 선착장에 도착하자 민박집 아줌마가 다가왔다. "민박 얼마요?""기본 2만원 이지라" 우리는 아줌마를 따라 유람선 선착장이 있고 부산 클럽이 보이고 여관이 있는쪽으로 걸어 갔다. 좁은 골목을 지나 허름한 민박집이 보였다. 먼저 대여섯명 되는 중년 신사 부인들이 가운데 쪽으로 방을 2개 잡고 달별이와 나는 대문앞 방을 배정 받았다. 방은 시골 여인숙 처럼 아주 허름하고 TV도 있었지만 지지직 거릴뿐 나오지 않았다. 달별이가 TV를 틀어 보더니 "에이 안나오잖아"하며 서운해 했다. 아줌마에게 민박비 2만원을 건네자 아줌마가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우리는 저녁을 먹기 위해 민박집을 빠져 나와 골목을 걸어 나왔다. "달별아 뭐먹을래""통닭 먹고 싶어""배고프냐""응 배고파" 골목길을 빠져나와 선착장 부근인 큰도로에서서 좌우를 살펴 보았지만 통닭집은 보이지 않고 여관과 술집 클럽 간판만 보일뿐이었다. 그래서 방파제 위로도 올라가 봤지만 횟집 앞에서 여행객들이 저녁을 먹는지 술을 먹는지 왁자지껄 할뿐 달별이가 먹을것이 마땅이 눈에 띄지 않았다. 술집 클럽앞 골목에서는 술집 여자들이 곱게 화장을 하고, 단발 머리 다방 아가씨가 커피 포트를싼 보자기를 들고 걸어 가는 모습도 보였다. "아빠 통닭집 본것 같은데""민박집 나오면서 본것 같애" 나도 민박집을 나오면서 허름한 통닭집을 보긴 봤다. 그러나 통닭집이 너무 지저분 하고 허름한것 같아 들어 가지 않았다. 우리는 할수없이 마음이 내키지 않았으나 좁은 골목안의 허름한 통닭집으로 들어갔다. 통닭집으로 들어 가자 홀에 의자와 탁자가 있는게 아니라 방위에 탁자가 서너개 놓여 있었는데 탁자 주위에는 신문지며 여러 가지가 지져분 하게 널려 있어서 여간 불결한게 아니었다. "아줌마 여기 통닭 한마리 후라이드로 해주세여" 아줌마는 별대꾸도 없이 잠시후 닭을 토막 내는지 탁탁 소리만 들려왔다. 통닭집 TV는 대형 TV였는데 TV를 보는데도 TV속의 내용은 전혀 머리속에 들어 오지않고 불쾌한 생각만 들었다. 한참후 통닭이 나왔는데 이상했다. 뼈부위가 완전 시커멓고 살점이 푸르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아마도 상한 닭을 튀긴것 같았다. 통닭집 주인은 통닭을 탁자에 내려 놓더니 밖으로 휑하니 나가버리자 나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잠시후 아줌마가 들어와 주방에 들어가 무엇을 하는지 보이질 않았다. "아줌마 이통닭 상했는데요"아줌마는 당황 하는 기색으로 "오늘 닭이 없어 못팔았는데"하며 말꼬리를 내렸다.
통닭집을 나와 유람선 선착장 부근 경찰 초소 공터에 서서 족구 시합하는 청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옆에는 부산 클럽 아가씨 서너명이 족구 시합 끝나고 술마시러 오라고 유혹 하는것인지 구경하고 있었다. "아빠 저기 오뎅집 있다""오뎅 먹고 싶다" 달별이가 발견한 오뎅집은 트럭으로 만든 간이 분식집 이었다. 트럭 앞에는 술집 여자인듯 미니 핫팬츠를 입은 여자가 무언가 먹고 있는것이 보였다. 달별이에게 너나 사먹고 오라고 돈을 주자 달별이는 허기진 모양으로 뛰어 갔다. 나는 족구 시합하는 청년들에게 시선을 둔채 간혹 술집 여자들에게 흘끔 흘끔 곁눈질을 하며 달별이가 오기를 기다렸다. 10여분 기다려도 오지 않길래 고개를 쭉내밀고 바라보니 분식집 전등불 아래 탁자에 걸터 앉자 미니 핫팬츠 입은 여자와 무슨 말을 주고 받고 있었다. 그모습을 보자 나는 알수없는 웃음이 흘러 나왔다. "달별아 빨리와" 달별이 손에는 토스터 빵이 들려 있었다. "달별아 아가씨와 무슨 얘기 했냐""달별이 그여자와 데이트 했지?" "아니야" 그아가씨가 뭐라고 하냐면 너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대전에서 왔다고 하자 흑산도 가서 무엇이 제일 인상 깊었느냐 집에 가서 누가 물으면 흑산도에서 제일 이쁜 여자 본것이 인상깊었다고 말하라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분식집 주인이 어린이가 그런말 하면 안된다고 하지 말랬다고 빙긋 빙긋 웃으며 말을 했다. 달별이는 분위기가 들떠 신이난듯 말을 이어갔다.
민박집으로 돌아와 혹시나 하고 TV를 켜보았으나 나오지 않았다. 달별이와 이불을 펴고 나란히 누웠다. 달별이는 여행을 떠나서 여관이나 민박집에서 잠을 잔다는것이 퍽신기하고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아빠 누우니까 참좋다""달별아 엄마 보고 싶지""응 보고 싶어" 항상 여행지에서 느끼는 가족의 그리움은 큰것같다. 내머리 속에는 대전이 보이고 달별이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달별이 엄마도 우리를 생각 하고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민박집 아줌마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유람선은 안타느냐며 사람이 없는줄 알고 문을 열어 보았다고 변명을 하는것 이었다. 그바람에 우리는 잠에서 깨어 간단하게 세면을 했다. 민박집을 나서는데 아줌마가 따라나와 배웅을 해주었다. 대문을 나서자 아줌마는 우리가 묵었던 방으로 들어 가는것이 보였다. 터미널 선착장으로 가니 몇사람이 매표소 앞에서 줄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달별이는 줄을 서지 않고 아마 배표는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의자에 앉자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배표를 파는 아가씨가 나왔는데 이아가씨는 표는 팔지 않고 딴전만 부리는 것이었다. 기다리는 손님들이 무어라 물어도 대답은 하지 않고 딴전만 부리자 손님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 하였다. 머리가 하얗게 백발이된 노인이 매표소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큰소리로 고함을 치기 시작 하였다. 표를 파는 아가씨 뿐만 아니라 매표소 남자 직원들의 행태는 여행객들의 분노를 샀다. 관광객들이 웅성 웅성 거리며 술렁이기 시작 하자 그때서야 표를 팔기 시작했다. 표를 파는데 얼마 팔지도 않고 매진 이라는것이었다. 줄을 섯던사람들이 분개 하기 시작 했다. 다시는 흑산도를 찿지 않겠노라고 흥분 했다. 표를 파는데 매표소 직원들과 여행사 들의 농간으로 보였다. 지기들끼리 표를 빼돌려 여행사를 통한 사람들에게만 편의를 제공 하는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은 항의를 했다. 줄을 서는 사람들은 표를 못사고 줄을 서지 않는 사람들은 표를 살수 있으니 고발을 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매진 됐다던 표를 다시 팔기 시작 하는것이었다. 그광경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여행객들은 어의가 없어 하며 배를 타기 시작했다. 배를 타는데 좌석 번호가 지정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우왕 좌왕 하면서 자리에 앉잤다. 배가 목포 가는 길목 도척도 부근에서는 에어컨이 너무 강해서 춥다고 몸을 움추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배안에서 적외선 치료기를 판매 설명 하는데 배안이 꼭 떠돌이 약장수 형태와 별반 다름 없었다. 춥고 지루한 목포 까지의 뱃길이었다. 목포에 도착 하니 뭍에 내렸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배표로 인하여 여객선 관계자의 불편한 행태로 기분은 좀상했지만 먼 뱃길 섬여행에서 아름 다운 풍경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마음은 흐믓했다.